'물밑 신경전' 경주 APEC...트럼프와 시진핑&한반도 운명[이우탁의 인사이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 입력: 2025.10.05 00:00 / 수정: 2025.10.05 00:00
트럼프-시진핑, 경주 ‘빅딜’ 가능성
양측 물밑 신경전 치열...한미 관세협상은 난항?
트럼프-김정은 전격 회동 소문 무성
이달 3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참석이 확정되면서 천년 고도 경주에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월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AP.뉴시스
이달 3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참석이 확정되면서 '천년 고도' 경주에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월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AP.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천년의 고도 경주에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달 3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참석이 확정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반년째 ‘관세 휴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정상이 경주에서 담판을 벌일 경우 이는 세계경제를 흔들 대형 이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4주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썼다. ‘4주 뒤’라는 시점은 경주 APEC 일정과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시 주석과 통화한 뒤에도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트럼프-시진핑 회동이 성사되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이고, 트럼프 집권 2기 이후로는 첫 만남이 된다.

트럼프는 1일 글에서 "대두는 대화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나아가 "나는 절대 우리 농민이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대두 농가는 중국의 수입 전면 중단 조치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 시 주석과 담판을 벌여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경주 회동은 대두 문제 뿐 아니라 휴전 상태인 이른바 ‘무역전쟁’’도 해결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1차 회담을 갖고 미국이 중국에 145%, 중국이 미국에 125%씩 부과하던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낮추고 90일간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했다. 이후 영국과 스웨덴, 스페인에서 4차 회담까지 진행하면서 협상해왔다.

현재 양국은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른바 ‘양안(兩岸) 문제’ 등 폭발성있는 쟁점들이 도사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시선을 한미 관세협상으로 돌리면 기류가 달라진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과도한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과 맺은 협정과 비슷한 수준에서 타결짓자는 것인데, 3천 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대부분 현금성 달러 자산으로 받을 것이며, 투자 이후 자금 회수에서도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현지시간) "한 곳(유럽연합)으로부터 9500억 달러(약 1342조 원)를 벌었는데 이전엔 전혀 받지 못했던 돈"이라며 "일본에선 5500억 달러, 한국에선 3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건 선불"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선불 요구’에 대해 국내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2일에 나온 한 여론조사(리얼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대미 투자 선불 지급 요구에 대해 ‘부당하다’는 응답이 80.1%에 달했다. 한미동맹을 위해 일부 손해를 감수하며 합의해야 한다는 ‘실리 우선 전략’ 응답은 16.2%에 불과했다. 정부는 미국에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주 APEC 이전에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빠져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국의 수정안에 대한 미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낙관하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는 ‘해피 엔딩’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 관세협상과 직접 연결돼있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일정과 동선도 여전히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져 APEC 주최국인 우리 정부를 애태우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APEC 정상회의 개최 직전인 오는 27일 일본을 방문해 새 일본 총리를 만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당초 이달 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한국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변수가 생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은 시진핑 주석 등 다른 정상들의 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이 머물 서울의 신라호텔 일정에 변화가 생긴 것도 트럼프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큰 변수가 하나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 방문 일정을 계기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할 경우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손짓에 화답할 경우 전격적으로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김정은 회동’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기색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 거기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며 덕담을 건넸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트럼프-김정은 회동이 성사될 경우 판문점 북측 지역인 판문각 뿐 아니라 북한이 자랑하는 해안관광지구가 있는 원산갈마지구도 유력한 회담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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