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시즘 반대' 안티파 테러단체 지정…반대파 척결?
  • 송호영 기자
  • 입력: 2025.09.24 12:54 / 수정: 2025.09.24 12:54
트럼프, NYT·WSJ 상대로 수십조원대 소송
방송 중단 '지미 키멜 라이브' 재개
전문가 "트럼프, 최근 좌절감 느꼈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반(反)파시즘·반인종주의 좌파 운동인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반대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반(反)파시즘·반인종주의 좌파 운동인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반대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AP.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반(反)파시즘·반인종주의 좌파 운동인 '안티파'(Antifa)와 언론사 등 자신을 반대하는 집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안티파를 '국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 10일 발생한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티파를 "미국 정부와 법 집행기관, 우리의 법치 시스템의 전복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군사주의·무정부주의 단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행정 기관에 안티파의 테러 행위 등 불법 활동을 조사, 방해, 해체하기 위해 모든 권한을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NYT는 '국내 테러 조직'은 미국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 명칭이며, 국내 테러 방지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인 지난 2020년에도 Black Lives Matter 시위와 관련해 안티파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려 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NYT, 월스트리트저널 등 자신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언론사를 상대로 수십조원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대 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NYT가 급진 좌파 민주당의 사실상 '대변인'이 됐다"며 150억달러(약 20조7000억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시도가 순탄치만은 않다. 플로리다 중부 연방지방법원 탬파지원의 스티븐 메리데이 판사는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출한 소장의 주장이 모호하다며 새 소장 작성을 지시했다.

더불어 진행자 지미 키멜의 커크 사건 관련 발언이 문제가 돼 제작이 중단된 ABC 방송의 대표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의 방송도 23일부터 재개된다.

앞서 지난 15일 방송에서 키멜은 MAGA 세력이 커크 암살 사건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고, 브렌던 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위원장은 이를 문제 삼아 방송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ABC는 17일 방송 무기한 중단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시청률로 고전하던 '지미 키멀쇼'가 폐지됐다"며 "축하한다. 과거에 (ABC가) 해야 했을 일을 해낼 용기가 드디어 생겼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ABC가 22일 이를 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자신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언론사를 상대로 수십조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아동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외설적 그림이 그려진 편지.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자신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언론사를 상대로 수십조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아동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외설적 그림'이 그려진 편지. /AP.뉴시스

전문가들은 최근 커크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강경해졌다고 분석했다.

정재환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커크 암살 사건 지지자 결집의 계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 국민의 지지를 얻기보다는 (국민을) 반으로 쪼개서 51%를 얻는 것이 전략"이라며 "진보 보수 혹은 좌우 갈등을 심하게 만들면 자기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고, 실제로 그 전략으로 집권했다"고 설명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와 존재감, 성취감을 가져올 수 있는 일에 집착하는 것 같다"며 "그 모든 목표는 내년 중간선거에 맞춰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중국과의 경쟁에서의 승리, 미국의 제조업 부흥 등의 목표가 당장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강경한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단히 큰 좌절과 실망, 분노와 초조함을 느꼈을 것이고 그것들이 한 번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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