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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배터리 동맹의 '그늘'...불법체류 단속이 던진 질문 [황덕준의 크로스오버]
입력: 2025.09.06 06:10 / 수정: 2025.09.06 07:04
미국의 연방 수사기관인 ATF(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 메가 사이트 배터리 공장에서 HSI, FBI, DEA, ICE, GSP 및 기타 기관과 함께 주요 이민 단속 작전에 참여했다고 현장 사진과 함께 해당 내용을 5일 SNS에 밝혔다./ATF애틀랜타 지부 X
미국의 연방 수사기관인 ATF(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 메가 사이트 배터리 공장에서 HSI, FBI, DEA, ICE, GSP 및 기타 기관과 함께 주요 이민 단속 작전에 참여했다고 현장 사진과 함께 해당 내용을 5일 SNS에 밝혔다./ATF애틀랜타 지부 X

[더팩트 | LA=황덕준 재미 언론인] 9월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에 있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 'HL-GA 배터리' 공사 현장. 이곳에 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헬리콥터와 무장한 군용 장갑차까지 동원됐다.

국토안보수사국(HSI)은 다음 날 가진 브리핑에서 "불법 고용 관행 및 중대한 연방 범죄 혐의와 관련해 진행 중인 형사 수사의 일환으로 법원의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라며 "이번 수사로 475명을 체포했으며 다수가 한국인"이라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단순한 배터리 공장이 아니다.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의 첫 신호탄 삼아 세우고 있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한국과 미국이 함께 내건 '배터리 동맹'의 중심이자, 미국 남동부 경제지도를 바꿀 거점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이날의 불법 체류 단속 장면은 동맹의 화려한 수사(修辭) 뒤에 감춰져 있던 냉혹한 현실을 드러냈다. 한국의 관련 기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기여하고 있는데,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서운함과 함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힌 것 같은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대규모 투자 기업의 현장을 정면으로 겨냥해 단속에 나섰다는 사실에서 어떤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지 여러모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금 전기차와 배터리를 둘러싸고 정치·경제·안보를 총망라한 '산업전쟁'을 벌이고 있다.그 지원책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핵심으로 한다.

동맹국 기업에게 웃음을 흘리며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국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채찍을 들이대는 양날의 칼을 휘두르는 모양새다. 이번 단속은 단순히 이민법 집행 이상의 함의가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기업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조지아주는 선거 때마다 공화·민주 양당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스윙 스테이트'다. 불법체류자 단속은 표를 얻기 위한 확실한 무기가 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미 배터리 동맹'이 미국 정치의 계산 속에서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난처할 것이다. 미국이 요청할 때마다 수십조, 수백조원대의 투자를 쏟아부으며 동맹으로 협력적인 자세를 보여왔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력 수급 문제는 사실상 외면됐다. 현지 숙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단기 체류 근로자와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단속대상이 된 서배나의 배터리 공장 공사는 연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를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했다. 미국 내에서 이 같은 인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여서 기업들은 단기체류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숙련직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 이민당국은 현지 한국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비자를 가진 직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상당한 준비 끝에 '표적 단속'에 나선 것이라 더 충격적이다. 투자가 위법 사항의 면책조건은 아니라는 냉정한 현실을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 지형 속에서 이번 사안을 '동맹 간의 협력 문제'로 풀기는 쉽지 않다.자칫 잘못 대응했다가는 "한국 기업이 불법 이민을 조장한다"는 역풍을 맞을 위험도 있다.

배터리 동맹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한국과 미국이 맺은 '배터리 동맹'의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동맹은 단순히 돈과 기술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노동, 문화, 정치, 법 집행이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 생태계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이제 "돈을 많이 투자했으니 미국이 우리를 배려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도 전기차, 반도체, AI 등 미래 산업은 경제와 안보가 얽힌 '전략 자산'으로 계속 다뤄질 것이다.

미국의 정치적 이해와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한 이번 사태와 같은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동맹은 평화롭고 따뜻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그 속살은 냉혹한 이해관계의 거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편하지만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우리는 이 동맹의 본질을 진정 이해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한미 배터리 동맹의 미래는 결코 장밋빛이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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