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는 '소각'…중견·중소사는 'EB'·'블록딜'
정부·여당, 소각 의무화 '3차 상법 개정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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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자사주 줄이기' 움직임이 뚜렷하다.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데 대한 대응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자사주 보유량을 줄이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산업 특유의 연구개발(R&D) 투자 수요가 맞물리며 기업별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대형사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중견·중소사는 교환사채 발행이나 장외 처분 등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제약사들은 주주친화 정책 기조 속에 자사주 소각을 서두르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8232억원 규모의 자사주 497만여주를 소각했다. 지난해 약 7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9000억원에 달하는 소각을 단행했다. 셀트리온은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매입·소각 정책을 지속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유한양행도 지난 5월 253억원 규모의 자사주 24만여주를 처음으로 소각했다. 오는 2027년까지 보유 또는 매입 자사주 1%를 소각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조치다. 유한양행은 상반기 중 2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추가 매입했으며, 향후 소각 여부도 열어두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환원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보령 역시 올해 2월 102억원 규모의 자사주 100만 주를 소각했고, 파마리서치는 지난 6월 보유 중이던 자사주 전량(11만9952주, 약 627억원)을 소각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중견·중소 제약사들은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지난달 159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며 자사주 99만여주를 교환대상으로 설정했다. 삼천당제약도 295억원 규모 EB를 발행해 자사주 15만주를 활용했다. 두 회사 모두 리픽싱(주가 하락 시 교환가액 조정) 조건이 없는 구조로, 사실상 자사주 처분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환인제약은 지난 7월 자사주 10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116억원을 확보했고, 진양제약은 같은 달 자사주 32만주를 20억원에 장외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각각 17.9%에서 12.5%, 9.4%에서 6.9%로 감소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자사주 원칙적 소각'을 내걸었다. 국회에서는 자사주 취득 시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3차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여당은 우선 상법상 배임죄 폐지를 먼저 추진하되, 정기국회 내 소각 의무화 법안 처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일률적 소각 의무화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과 대규모 R&D 투자가 필요한 업종 특성상, 보유 자사주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의 자사주 기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