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저커버그, '앙숙 → AI 전략 협력' 관계 회복 중
[더팩트│유영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경고 배경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저커버그와의 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세에 대해 강경노선으로 선회한 것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지난 주말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디지털세' 등 주요 국가의 빅테크 규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세를 매기는 빅테크 규제를 시행 중인 유럽연합(EU) 등 국가를 향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디지털 세금·법률·규칙 또는 규정을 시행하는 모든 국가에 차별적 조치가 철폐되지 않을 경우, 미국 대통령으로서 해당 국가에 대미 수출에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고도로 보호되는 우리의 기술과 칩에 대한 수출 제한을 시행할 것"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나아가 "미국과 미국 기술 기업들은 더는 세계의 '돼지 저금통'이나 '문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대통령의 발언이 EU와의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메타를 비롯한 아마존·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에 해당 법(디지털세 규정)이 부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EU는 지난해 3월부터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하고 미국의 애플과 메타 등에 총 7억 유로(한화 약 1조 1000억 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EU와 의 무역 합의 협상 과정에서 디지털서비스법(DSA)과 DMA법 완화를 요구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EU가 해당 법을 '비관세 장벽'으로 활용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EU는 법안 철회나 수정을 거부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국무회의에서 메타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메타가 루이지애나주에 계획 중인 AI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며 저커버그로부터 받은 그래픽을 공개했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옥을 보내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그와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며 AI 기술 경쟁 속에서 전략적 협력 중이다. 저커버그는 백악관과 트럼프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를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회사의 콘텐츠 관리와 정책을 트럼프 성향에 맞게 개편하고 그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후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커버그와 협력해 '빅테크 규제국'을 향한 메시지를 낸 것은 미국의 기술 패권유지에 있어 빅테크와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빅테크 역시 미 정부와 협력해 미국 내 규제 완화와 혜택 확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fore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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