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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유산①] '지식의 샘' 선경도서관에 선대 '인재보국' 정신 흐른다
입력: 2025.08.28 08:00 / 수정: 2025.08.28 10:07

창업회장 애향의 뜻 담아 도서관 설립
선대회장이 직접 챙겨…1995년 수원시에 기부
인재 양성 진심인 SK, 도서관 추가 지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에 있는 선경도서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이성락 기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에 있는 선경도서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이성락 기자

[더팩트ㅣ수원=이성락 기자]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인근을 걷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3층짜리 건물이 있다. 지난 1995년 장안구(현 팔달구) 신풍동에 만들어진 '선경도서관'이다. 원래 수원지방법원이 있던 자리다. 선경도서관은 배움에 목마른 청소년들에게 교실이 되고, 수원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쉼터가 되는 '지식의 샘' 역할을 하고 있다.

도서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선경도서관은 SK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다. 현재 시립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당초 SK그룹이 건립해 수원시에 기증한 도서관이다. 이는 생전 '인재보국', '인재 양성'을 지속해서 외쳤던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선대의 유산 중 하나인 선경도서관 앞뜰에는 최 창업회장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선경도서관에는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성락 기자
선경도서관에는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성락 기자

◆ 수원 선경도서관 개관 30주년

지난 27일,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선경도서관을 찾았다. 첫인상은 최근 지어진 건물처럼 외관이 세련된 느낌이었다. 선경도서관 관계자 역시 이러한 시설에 뿌듯함을 드러나며 "건립할 때부터 최 선대회장이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 선대회장은 도서관을 만들 당시 새벽 출근 전에 공사 현장을 자주 방문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선경도서관은 최 선대회장이 형인 최 창업회장(수원 평동 출생)의 애향 정신을 기려 건립을 준비했다. 1989년 도서관 부지를 매입해 1991년 수원시에 기증하고, 2년 후 착공을 시작해 1995년 건물을 지어 통째로 기부했다. 대지면적 1만1830㎡ 부지에 건물 연면적 8312㎡로, 총사업비 250억원이 들었다. 당시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중대형 빌딩을 구매하거나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시와이즈 자이언트를 인수할 수 있는 거금을 투입했다.

도서관에 기업 이름을 걸었지만, 이익을 바라진 않았다. 도서관 개관 당시에도 최 선대회장은 "최 창업회장이 강조한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뜻을 이어받아 지역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최 선대회장은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쌓아놓는 공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 생각과 생각이 만나는 장'으로 만들길 원했다고 한다. 이에 주부와 어린이 열람실을 별도로 마련하고, 강당과 전시실에서는 독서 교실 및 독후감 발표회, 전문가와 만남, 가족 극장 운영 등 문화 활동이 열릴 수 있게 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인 선경도서관 내부. /이성락 기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인 선경도서관 내부. /이성락 기자

30년 세월이 흐른 현재, 선경도서관은 시민과 더불어 성장하는 수원 대표 문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소년 독서 프로그램, 시민 아카데미, 예술 전시·강연 등 다양한 공공 콘텐츠의 중심이 됐다. 한국도서관상 대상 수상 등 다양한 업적도 세웠다. 개관 이후 연평균 23만명이 선경도서관을 찾고 있다.

수원 시민과 함께 오랜 기간 성장한 만큼, 도서관을 각자의 방식으로 추억하는 이들도 많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한정규 화성연구회 이사는 "선경도서관은 어린 시절, 젊은 시절, 중년 시절을 보냈던 뜻깊은 장소"라고 말했다. 고영자 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아 책을 구매할 수 없었고, 아이들과 함께 매일 선경도서관에 책을 보러 왔었다"며 "저희 가족은 30년 동안 많은 혜택을 받았다. 저에게는 친정집 같은, 가슴이 짠해지는 곳"이라고 전했다.

앞서 선경도서관 개관 당시 사서로 일한 노영숙 전 관장은 "수원 시민들의 문화 수준을 20년은 앞당겨줄 최첨단 도서관이었다"고 선경도서관 20년사를 통해 당시를 회고했다. 윤수천 시인은 "선경도서관은 수원 시민의 샘물이며, 숲이며, 바다이며, 하늘"이라며 축시를 통해 개관 30주년을 축하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에서 8번째)이 1995년 4월 27일 열린 선경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SK그룹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에서 8번째)이 1995년 4월 27일 열린 선경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SK그룹

◆ 대 이은 SK그룹 인재 양성 철학

선경도서관에는 애향의 뜻과 함께 SK그룹의 '인재보국' 정신이 흐르고 있다. 최 창업회장은 1950년대 기계를 돌릴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회사 조명을 밝게 켜고, 직원들에게 밤늦도록 한글을 가르칠 정도로 인재 육성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소신을 갖고 있었다. 최 선대회장도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두 기업인은 경영에 인재보국 철학을 접목시켰고,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언제나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SK그룹은 도서관 외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 양성 사회공헌을 펼쳐 왔다. 1972년 인재 육성을 위한 조림 사업에 나서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했고, 1974년에는 '일등 국가, 일류 국민 도약과 고도의 지식산업사회 건설'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민간 기업 최초의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세웠다. 당시 재계 50위권 기업일 정도로 여유가 많지 않았고, 석유파동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는 등 내부적으로 장학 사업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최 선대회장은 사재를 털어 사업을 지속 추진했다.

인재보국 정신은 현재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까지 이어졌다.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통해 '국가 인재를 키운다'는 목적으로, 이익을 바라지 않고 학생들이 국가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대를 이은 후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최 선대회장 20주기를 맞아 인재 육성 유지를 잇기 위해 사재인 SK㈜ 주식 20만주(당시 520억원 상당)를 출연해 최종현학술원을 창립했고, 스스로 학술원 이사장직을 맡았다.

선경그룹의 선경도서관 기증 표지. /SK그룹
선경그룹의 선경도서관 기증 표지. /SK그룹

◆ SK그룹, 선경도서관 새 단장 지원

최 회장은 선대가 남긴 선경도서관에도 지속해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러한 관심의 결과로 SK그룹은 추후 선경도서관에 25억원을 추가 기부할 예정이다. 선경도서관은 이번 지원을 계기로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새 단장에 나선다. 일부 노후화된 시설을 개·보수하는 한편, 시민과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1층 위주로 진행되는 리모델링 작업은 내년 6~7월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수원시는 SK의 모든 역사를 함께한 뜻깊은 도시"라며 "앞으로도 수원시를 비롯한 지역사회에 지속해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명옥 선경도서관 도서관장은 "선경도서관은 개관 당시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민 방문이 다소 줄어드는 등 잠시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려고 한다. SK그룹의 지원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주변 행궁을 놀러 왔을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선경도서관에서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과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을 기리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SK그룹
선경도서관에서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과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을 기리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SK그룹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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