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투자로 효성重 어닝서프라이즈
美 정재계 인맥으로 관세 문제 등 위기 신축 대응
멤피스 공장 투자, 신의 한수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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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왼쪽) 효성 회장이 지난 3월말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효성 |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이 AI시대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전력 산업에서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혜안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발한 광폭 경영행보에 나서며 AI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는 최근 구체적인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761억원, 영업이익은 10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9.3%, 82.2%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중동, 오세아니아 지역의 초고압 전력기기 수주가 확대되는 등 사업 순항으로 역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앞서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실적도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1~4분기 매출 4조8950억원, 영업이익은 362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3.8%, 40.6% 증가했다. 역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력기기 매출 확대가 연간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 3월 효성중공업 사내이사로 선임된 조 회장은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력 신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리드하는 책임경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올 해 미국 등 글로벌 AI 산업과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의 지속적인 확대를 기반으로 사상 첫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중공업은 AI산업의 핵심 기업이다. AI 시대가 개화하기 위해서는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AI 산업과 전력 산업을 같은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그만큼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조 회장은 2020년 인수한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에 대해 현재까지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육성했다.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에서 최대 765kV(킬로볼트)급 초고압변압기를 제조할 수 있는 유일한 생산 시설이다. 현재 49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2026년까지 시험 및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캐파)이 기존의 2배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일찌감치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전력기기를 생산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높은 관세 정책 영향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으로 꼽힌다. 이 밖에 효성중공업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은 유럽 각국으로 초고압변압기, 차단기 수출을 늘리고 있다. 2010년 유럽에 첫 진출한 이래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 프랑스 등에서 전력기기를 수주하며 유럽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높여왔다.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신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글로벌 변압기 시장은 '수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큰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30년 주기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도래한 데 더해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 또한 급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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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오른쪽) 효성 회장이 지난 3월말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해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효성 |
◆ 조현준 회장, 美 관세 문제 등 복합 위기 신축 대응
조현준 회장은 탄탄한 '학(學)맥'과 '업(業)맥'을 갖춘 재계 대표 글로벌 리더로 통한다. 조 회장은 미국 명문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예일대학교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부터 구축해온 미국 학맥은 효성의 글로벌 사업에서 큰 힘을 발휘해왔다. 조 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법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효성 입사 전 일본 미쯔비시상사와 모건스탠리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조 회장은 미국과 일본의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꾸준하고 긴밀하게 교류하며 선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에 이어 한미, 한미일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이 밖에 조 회장은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 국가의 핵심 인물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관세 문제 등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를 비롯한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두루 만나 한미·한미일 협력 방안, 글로벌 기술 협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우선 조 회장은 지난 3월말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테네시주) 등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조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 초청받아 트럼프 정부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장관,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장관 및 연방 상원의원 등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민간 외교관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외에도 서밋에서는 미국 경제를 위한 미래세대 강화 방안, 미국 경제 및 재정 정책 전망, 미국 국가 안보와 기술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시각 등을 논의하며 앞으로 효성과 한국 경제가 극복할 주요 대응책 등을 고민했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와 케빈 오리어리 오리어리벤처스 회장, 스콧 스트라직 GE 베르노바 CEO, 마크 안데르센 안데르센호로위츠(a16z) 공동창업자 등과 만나는 등 미 재계 네크워크도 구축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4~6일에도 워싱턴 D.C.에서 북미, 유럽, 아시아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 소통 및 교류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와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전 호주 총리),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 그리고 잭 클라크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등과 만나 효성의 미래 경쟁력 제고 방안 및 한국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조언을 청취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예일대 후배인 제이크 설리번 전 미국 백악관 안보 보좌관과 만나 미국의 안보 및 전력 산업과 관련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다. 조 회장은 "미국에서는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공급망 구축을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데이터 보존이 안보와 직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력 산업을 방산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AI=전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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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오른쪽) 효성 회장이 지난 3월말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서 마샬 블랙번 테네시주 상원의원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효성 |
◆ '신의 한수' 된 조현준 회장의 美 멤피스 공장 투자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20년 효성중공업이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일본 미쯔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465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여러 리스크가 있었지만 미국 현지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여러 후보지들 중에서 심사숙고한 결과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
당시 조 회장은 미쯔비시의 공장 증설을 포함해 이 공장이 가지고 있는 넓은 부지의 활용성에 주목했다. 철도 및 수로와 인접한 총 200 에이커 부지 중에서 약 36만 평방피트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쯔비시 공장 증설을 통해 미국 내 유일한 765kV급 초고압 변압기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 전환시켰고, 지난해부터는 부지를 활용한 1차 증설을 통해 미국 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생산능력 및 시험설비를 한 층 강화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북미 지역에서의 안정적인 수주와 고수익 수주 확대를 기반으로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0% 이상, 매출이익은 3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미국의 급증하고 있는 전력 인프라 수요에 감당하기 위해 1차 증설과 함께 2차, 3차 증설도 동시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효성중공업이 넓은 멤피스 공장 증설을 완료하면, 미국을 넘어 글로벌 No.1 수준의 전력기기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조 회장은 2027년까지 북미 전력시장 점유율 1위, 2030년까지 AI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조 회장은 "세계 경제가 끝없는 침체 속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지만, 아무리 심각한 위기에도 치밀하게 준비한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한미 관계에서 더 나아가 한미일 경제·안보 동맹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angbm@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