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검은 수녀들', 짜릿한 송혜교의 뉴 페이스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1.24 10:00 / 수정: 2025.01.24 10:00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두 여성의 연대로 차별화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 송혜교, 흡연·욕설과 함께 꺼낸 새로운 얼굴
24일 개봉하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NEW
24일 개봉하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NEW

[더팩트|박지윤 기자] 멀리서 봤을 때는 이미 맛봤던 K-오컬트를 내세운 줄 알았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니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드라마 장르를 짙게 깔았다. 오컬트 물의 공포감과 긴장감은 덜하지만,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규칙을 깨고 구마를 하는 두 수녀의 연대라는 차별성과 송혜교의 뉴 페이스라는 강점을 장착한 '검은 수녀들'이다.

24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5년 개봉해 544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두 번째 이야기다.

송혜교(왼쪽)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식을 준비하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NEW
송혜교(왼쪽)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식을 준비하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NEW

작품은 몸에 악령이 깃든 희준(문우진 분)을 구마하는 안드레아 신부(허준호 분)를 돕기 위해 현장에 도착하는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희준에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한 유니아는 당장 올 수 없는 구마 사제를 기다리다가 부마자가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기로 한다.

하지만 담당의 바오로 신부(이진욱 분)는 희준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의학이라고 믿는다. 이 가운데 유니아는 바오로의 제자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분)에게 자신과 같은 영적 능력이 있음을 알아보고, 희준을 병원에서 빼내기 위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는 처음에 유니아에게 반발심을 느꼈지만, 어렸을 때부터 영적인 것을 보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희준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힘을 보태기로 한다. 그렇게 마침내 두 수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년을 살리기 위한 위험한 의식을 시작한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지만, 송혜교와 전여빈의 만남과 함께 사제들이 아닌 수녀들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전작과 다른 길을 간다. 서품을 받지 않고 신념마저 달랐던 두 여성이 악령에 씌인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뜻을 모아 구마하기까지의 여정을 중심으로, 가톨릭 의식에 무속신앙과 타로점까지 더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다만 신념이 달랐던 두 수녀가 힘을 합쳐 소년을 살리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에 새로움을 느끼기 어렵고, 장르의 매력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쉽게 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오컬트가 아닌, 워맨스와 드라마가 가미된 순한 맛의 오컬트였던 것. 여기에 다소 파격적인 영화 엔딩은 보는 이들에 따라 의아함을 넘어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두 번째 이야기다. 서품을 받지 않고 신념마저 달랐던 두 여성이 악령에 씌인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뜻을 모아 구마하기까지의 여정으로 전작과 차별화를 꾀했다. /NEW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두 번째 이야기다. 서품을 받지 않고 신념마저 달랐던 두 여성이 악령에 씌인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뜻을 모아 구마하기까지의 여정으로 전작과 차별화를 꾀했다. /NEW

이러한 아쉬움을 보완하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송혜교는 한 소년을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계획을 몰아붙이는 대범하고 저돌적인 인물을 만나 냉정하고 차가운 면모부터 간절한 진심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특히 그는 첫 등장부터 담배를 피고 할 말을 참지 않는가 하면, 욕설 섞인 대사를 자연스럽게 내뱉고 악령에 씌인 소년에게도 결코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이렇게 지금껏 본 적 없는 송혜교의 새로운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채워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전여빈이 연기한 미카엘라 수녀는 부마 증상은 없다고 말하지만 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 스스로 혼란을 느끼는 인물이다. 액션보다 리액션에 집중했다는 그는 유니아에게 반발심을 느끼다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소년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인물의 다층적인 내면을 눈빛으로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송혜교와의 '케미'도 좋다.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희준을 연기한 문우진도 제 몫을 해낸다. 한국어와 라틴어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대사를 쏟아내는 그는 송혜교와 전여빈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다만 이진욱은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 강동원보다도 존재감이 없다.

이렇게 흔히 봐왔던 오컬트 장르와 다른, 초보자들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순한 맛의 오컬트를 선보인 '검은 수녀들'이다. '검은 사제들'의 팬층과 오컬트 마니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설 연휴 극장가에 출격하는 만큼 관람 진입장벽을 낮추고 가족 단위의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예상 밖의 흥행세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4분이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