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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해체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이동률 기자 |
실상 LH 해체 가능성은 희박…이르면 이번 주 후속조치 나올 듯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토기 투기 논란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무(無) 성과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국민 상당수는 LH의 해체를 원하는 분위기로, 정부가 성과급을 통해 연대 책임을 물으며 인심 쓰는 체만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 '윤리 낙제' LH, 3년 연속 경영평가 A등급 '모순'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LH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와 같은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가 성과급을 받지 못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윤리경영·공공성 배점을 높이는 방안부터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존 100점 만점으로 이뤄지는 경영평가에서 3점을 차지하고 있는 '윤리경영' 부문 배점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LH의 경우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당시 윤리경영 부문에서 낙제점(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윤리경영 배점이 낮은 덕분에 종합등급은 A등급이었다. 과거 LH 직원들의 땅 투기가 한창인 동안에도 LH는 우수한 경영평가로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LH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근 3년 연속 A등급을 받은 바 있다.
후한 경영평가로 인해 성과급 잔치도 이어졌다. 종합 A등급을 받은 덕에 임직원에게는 평균 1000만 원 가까운 성과급이 지급됐다. 최근 LH 직원들이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품에 안은 액수는 △2017년 708만 원 △2018년 894만 원 △2019년 992만 원 등이다. 2019년 LH의 총부채액(126조6800억 원)이 무색한,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정부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앞선 경영평가에도 관련 내용을 반영해 기존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지급한 성과급도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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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는 2.4 대책의 핵심인 고밀개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사실상 해체는 불가능에 가깝다. /더팩트 DB |
◆ "LH 성과급 안 받고 부동산 투기할 듯" 비난 봇물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성과급 미지급 및 환수가 답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대형비리 땐 성과급 삭감? 삭감이 뭔가. 퇴직금, 연금 다 몰수하고 퇴사시켜야 한다", "전직원이 성과급 안 받고 투기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등의 지적이 봇물을 이룬다.
LH 해체를 요구하는 규탄의 목소리도 크다. "성과급 운운하는 거 보니 부패를 도려낼 의지 자체가 없다는 뜻 아닌가. LH 해체가 답이다", "LH는 당연히 해체해야 한다. 투기뿐이겠나. LH 건설 현장도 이번 기회에 공개돼야 한다. 완장 찬 LH 직원들의 근무 상황을 전국 LH 현장 시공사 및 직발주업체, 자재납품업체 등에 무기명으로 설문조사하길 바란다"는 등의 지적이 들끓는다.
시민단체들도 손발을 걷어붙였다. 자유연대는 20일 경남 진주 LH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LH 해체와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 3기 신도시 취소, 땅 투기 부당이익 환수 등을 요구했다. 자유연대는 "국민 보금자리를 제공해야 할 LH 직원들이 투기로 사리사욕을 채운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조직 해체밖에 방법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전국철거민협의회 등 시민단체도 19일 오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 'LH 해체를 원하는 시민촛불집회'를 열고 "정부가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아닌 삶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부동산 적폐 문제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LH 해체 현실성 없어…이달 중 후속 조치 발표 계획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치지만 실상 LH가 해체할 가능성은 희박한 게 현실이다. 이달 11일 LH 신도시 땅 투기 1차 조사결과 발표 정부 브리핑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LH의 신뢰회복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 해체적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맹공을 퍼부었지만 근래 며칠 새 정부 공직자들의 발언에는 미묘한 온도 차가 느껴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제1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방안과 LH '환골탈태'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며 "공직사회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근본대책 및 제도개선을 확실히 구축하고 공직·민간을 망라해 부동산 적폐를 완전히 개혁하는 데 천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9일 국회에서 LH 조직 개편 방안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LH를 토지공사·주택공사로 각각 분리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다소 입장을 선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정부가 LH 해체를 꺼리는 까닭은 2·4 부동산 대책 등 집값을 잡기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공급 대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LH가 토지사업에서 창출된 수익을 바탕으로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라는 점도 정부가 해체를 주저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실제 LH 조직을 와해하는 것이 공공기관 투기 근절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전문가들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쇄신안 마련 과정에서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고심해야 한다"며 "LH가 공공개발 사업에서 글로벌 역량을 갖춘 조직인 만큼 보여주기식 해체보다는 내부 쇄신에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정부는 공직사회 투기방지 방안과 LH 개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 주 중 정부의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garde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