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을 위한 논의를 올해 상반기 진행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
적격비용 기반으로 수수료율 조정
[더팩트│황원영 기자] 카드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맹점수수료율 산정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수수료 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에 주 수입원인 수수료 하락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을 위한 논의를 올해 상반기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정부는 3년마다 수수료를 조정한다.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수수료 △마케팅비용 등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정해진다.
올해 수수료율 관련 TF(태스크포스)가 가동되고, 적정한 적격비용 산정을 위한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간 논의가 1년여 동안 이뤄진다. 이후 내년부터는 새롭게 산정한 적격비용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매긴다.
현재 카드사들은 적격비용을 산출하기 위한 외부기관 선정에 나섰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삼일회계법인과 가맹점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한 바 있다.
신용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율은 2015년 이후 계속 하락했다. 2016년, 2019년 두 차례 모두 가맹점수수료율이 낮아졌다. 2019년 1월 결정된 카드사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은 1.97~2.04%이다.
올해 역시 수수료율 인하 분위기로 기울고 있다.
우선 카드사들이 지난해 비용 효율화 중심으로 수익을 내면서 적격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카드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9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1% 증가했다. 업무 효율화·마케팅비 절감으로 기록한 불황형 흑자다.
하지만, 저금리로 조달비용이 낮아졌고, 마케팅 비용도 줄었으니 적격비용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 |
| 지난해 6월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1만 원 이하 소액카드 결제 수수료를 면제하고, 전통시장은 매출액과 관계없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팩트 DB |
게다가 정부는 내년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수수료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간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 공략을 내걸었다. 2018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카드 수수료 0원' 공약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자영업의 매출이 급감한 데다 경제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소액카드 결제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법안도 발의되고 있어 카드사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
앞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1만 원 이하 소액카드 결제 수수료를 면제하고, 전통시장은 매출액과 관계없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중소·영세 신용카드 가맹점은 270만여 곳으로 카드 결제 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 중 영세가맹점은 211만2000여개로 신용카드 0.8%, 체크카드 0.5%의 수수료가 적용된다. 이미 수수료율이 낮은 만큼 소액 수수료를 면제하게 될 경우 카드사가 받는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은 동결 또는 인하폭 최소화를 주장할 계획이다. 전체 수익 가운데 수수료를 포함한 신용판매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만큼 수수료를 인하할 경우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익을 의미하는 결제부문 세전이익은 이미 적자다. 7개 전업 카드사의 결제부문 세전이익은 2016년 4000억 원, 2017년 3000억 원의 흑자를 냈으나 2018년 -1000억 원에 이어 2019년 -1000억 원으로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의 순익이 감소하면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 수 있다. 카드사 마케팅비용 증감률은 2018년 10.3%였지만 수수료가 인하된 2019년 6.6%로 급감한 후 지난해 4분기에는 4.2%로 쪼그라들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는 한계치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더이상 낮출 여력이 없다"며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수익이 악화될 경우, 카드산업이 도태되고 직원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