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안'이 발효되는 이달 중순부터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업계 "시장 수요 여전해…장기적 관점에서 큰 영향 없을 것"

[더팩트│최수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달 중순부터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 오는 15일부터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화웨이와의 거래가 중단된다면 양사의 연매출 약 10조 원가량이 증발하게 된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안'이 정식으로 발효된다. 미국 기업의 제품이나 기술을 사용해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 시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미국 기술 등을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미국 정부에 화웨이 거래에 대해 승인을 요청해도 허가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내놓은 대응책인 만큼 중국 정부 측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화웨이 압박 기조는 지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량(2019년 기준)은 208억 달러(약 25조6000억 원)에 달한다. 애플(1위), 삼성전자(2위)에 이어 전 세계 반도체 거래 순위 3위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과의 거래량은 10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매출 가운데 화웨이 비중은 3.2%로, 거래 금액으로는 7조3700억 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1.4%(약 3조 원)다. 화웨이는 이들 기업으로부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지속 구매해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측의 승인이 날지 안 날지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기업이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라이선스 사용에 대해 승인 신청을 요청했거나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미국산 장비와 기술 없이는 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건 국내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화웨이와의 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 등의 시장에서 화웨이가 차지했던 시장의 파이가 있는데, 앞으로 화웨이의 제품이 나오지 못하면 시장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 결국 누군가는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기업에서 거래 물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시장 수요는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선 3분기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9월 15일 전까지는 화웨이와의 거래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 그렇게 되면 3분기는 16일밖에 안 남기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