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B 김경록 증인신문도 진행…"정 교수 지시로 증거은닉"[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경심 교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측에 페이스북 활동을 자제하라고 주의를 줬다. 조 전 장관은 최근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에게 의혹을 제기하며 감찰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20일 정 교수의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이 겪은 상황에서 반론을 할 수는 있지만 자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이 압수수색을 통해 입시 관련 자료를 얻은 것처럼 피조사자를 속여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피조사자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입학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지모 씨로, 지난 13일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서기도 했다.
지난해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고교 시절 기여도가 거의 없는데도 단국대학교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내용이 담긴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를 제출해 고려대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고 의심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고려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입시 서류는 이미 보존 연한이 지나 폐기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처럼 피조사자들을 속였다는 것이 조 전 장관의 설명이다. 해당 혐의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정 교수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정 교수의 공범이기도 한 조 전 장관이 SNS를 통해 공소유지는 물론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 실명까지 거론하며 이들에 대한 감찰을 주장했다"며 "아직 공판조서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실명까지 거론된 검사들은 일부 누리꾼에게 도 넘는 인신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유지 담당 검사들까지 인신공격을 받게 하고 증인에 대한 위증 수사까지 언급하는 건 향후 재판의 공정한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법정 외에서 이뤄진 일을 법정에서 논의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저희도 조금 더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조 전 장관은) 당사자로서 재판도 하기 전에 언론에서 이미 '고려대에서 압수한 목록'이라는 표현들이 다 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라며 "재판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허위 사실이) 이미 언론에 나갔고 바로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일종의 반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잠시 논의한 뒤 "조 전 장관이 겪은 상황에서 반론을 하실 수는 있지만 법정에서 했던 증언에 대해 현재 조서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 어느 부분이 사실이다, 아니나 주장하는 건 조금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검찰은 고려대 입시 관련 자료는 고려대에서 압수한 것이 아니라 정 교수의 컴퓨터에서 확보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수사 검사는 조사과정에서 지 교수에게 고려대에서 압수된 자료가 아닌 확보한 자료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이다. 또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단국대 인턴 활동 증명서와 논문이 고려대에 제출된 걸로 확인됐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이날 재판에는 지난해 8월 정 교수의 지시로 정 교수 자택의 개인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와 동양대학교 연구실에 있던 컴퓨터 1대를 숨긴 혐의(증거은닉)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정 교수 가족의 자산을 관리한 김 씨는 자신의 첫 재판에서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압수수색에 대비하기 위해 하드디스크 등을 숨겼다며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김 씨는 "정 교수가 압수수색에 대비해야겠다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달라고 말해 지시대로 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하드디스크 교체를 위해 컴퓨터를 분해하고 있을 때 정 교수는 동양대학교 직원들과 통화를 하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김 씨는 정 교수와 경북 영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정 교수가 배우자인 조 전 장관과 통화하며 "영주에서 하룻밤 자고 부산으로 가겠다"고 말한 사실도 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자정이 가까운 시각 아내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걸 조 전 장관 역시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 교수의 증거은닉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의심한다.
또 김 씨는 정 교수가 "검찰에 배신을 당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장소나 시간이 언제였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런 의식을 서로 공유 중이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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