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더팩트 DB

전경련,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형변화와 시사점 보고서 발표

[더팩트｜이민주 기자] 한국 기업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미·중 패권 전쟁 심화로 1위 미국과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자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형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관련 지표를 분석한 것으로 전경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공 받았다.

분석 결과, 2014~2018년까지 반도체 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높은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중국 기업으로 조사됐다.

1위인 SMIC는 매출의 6.6%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으며, 화홍 5%, 칭화유니그룹 4%가 뒤를 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국가인 미국 기업들도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등 명목으로 지원을 받고 있었다. 마이크론의 정부지원금 비중은 3.8%, 퀄컴 3%, 인텔 2.2% 수준이었다. 여기에 스위스, 네덜란드 등 국적 기업의 매출 대비 정부 지원 비중 역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2위 국가인 한국 기업은 정부지원금 비중이 미국과 중국에 대비 적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은 0.8%였으며 SK하이닉스는 0.6%에 불과했다.

이같은 상황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변화에도 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10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 평균 점유율은 미국 49%, 한국 18%, 일본 13%, 유럽 9%, 대만 6%, 중국 4% 등이다.

이 중에서 미국만 10년간 45%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은 과거 2% 미만이던 점유율을 지난해 5%까지 늘린 바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10년 14%에서 2018년 24%로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갔으나, 지난해 19%로 주저앉았다.

이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지난 2015년 이후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을 단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OECD가 발표한 'M&A를 통해 반도체 해외기업을 인수한 기업 통계'에 따르면 2015~2018년 해외 반도체 기업 인수에 뛰어든 중국 기업은 29개다. 중국은 이를 통해 외부 기술, 전략 흡수에 성공했다.

이에 전경련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이 5년 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가재원을 투입해온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내 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조차도 최고 고부가가치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 놀랍다"며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수출 제1의 상품인 우리 반도체가 지금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기까지 기업 홀로 선방해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까지 여러 악재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도 R&D, 세제혜택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