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최근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 직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는 모습. /임세준 기자 |
고비 넘겼지만 사법리스크 우려 여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이 긴장과 안도를 반복하는 상태에 놓이며 심란한 6월을 보내고 있다. 영장 심사에 이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놓고 검찰과의 치열한 공방 끝에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상 데미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기소 타당성을 따지는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이 내려지면서 삼성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검찰이 범죄 혐의 소명에 실패했지만, 기소라는 답을 정해놓고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본 삼성 입장에서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에게 기소 여부를 판단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삼성은 물론 법조계와 재계에서도 결과를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다. 여론을 고려했을 때 이재용 부회장이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만 있었을 뿐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15명의 일반 시민들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에 삼성 내부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또 한 번 큰 고비를 넘겼다. 앞서 검찰이 지난 4일 이재용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대한 반격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한 차례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재계에서는 검찰과의 대결 구도를 통해 삼성이 유리한 흐름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이 꺼내든 수사심의위 소집 승부수가 현재까지 순항, 향후 승기를 굳힐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이전보다 분위기가 좋아진 건 사실이다. 다만 삼성 내부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안팎의 시선이다. 이 모든 과정이 삼성 경영상에는 손해로 계산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어지는 사법리스크로 인한 피로도도 감지되고 있다.
![]() |
| 삼성은 사법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더팩트 DB |
현재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현 경영 환경에 대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삼성이 이례적인 호소문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삼성은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5월까지 활발한 현장 경영을 펼치다 6월 들어 보폭이 다소 좁아진 모습이다. 사업 부문별 전문경영인을 통한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춰 당장 사업적 피해가 없더라도,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건 회사 입장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초 대국민 사과 이후 미래 투자·준법 경영을 토대로 한 '뉴삼성' 비전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삼성은 사법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도 "지난 3년간 이재용 부회장의 법적 문제로 회사는 거의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사법리스크 연장이 삼성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삼성은 조만간 개최될 수사심의위 준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는 이르면 이달 안에, 늦어도 다음 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과 검찰 측은 수사심의위 회의에 참석해 또다시 날 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수사심의위 소집 확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수사심의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