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후 약 2년 4개월 만[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불법합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없나', '3년 만에 영장실질심사 선 심경이 어떠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빠르게 법정에 들어갔다. 이어 출석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역시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재용 전 부회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한 후, 지난 4일 이 전 부회장과 최 전 실장, 김 전 사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위증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회계 부정 등 불법행위에 관여했다고 의심한다. 두 회사의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였던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은 부풀리는 등 합병 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본다. 또 합병 비율을 바꾸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파악했다.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며 삼성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국민연금공단과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하며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삼성 측은 합병이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경영권 승계는 별개라고 주장해왔다. 이 부회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합병과 관련된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과 임원들은 3일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해 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냈지만, 검찰은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 출석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때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 끝에 구속된 바 있다. 1년여간 수감된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부회장 등의 혐의가 방대하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만 20만 쪽 분량에 달해,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나 9일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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