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유재수가 걱정해 말 맞췄다"…'뇌물수수' 송곳 증언
  • 윤용민 기자
  • 입력: 2020.03.11 20:27 / 수정: 2020.03.11 20:27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금융업계 관계자 증인 출석...유재수 측 "직무관련성 없어"[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국장이) 걱정을 하길래 제가 저자 사인을 부탁하는 형식으로 책을 사서 보낸 걸로 하기로 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금융업계 관계자는 유 전 부시장의 저서 100여권을 사준 뒤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말맞추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선의가 아닌 금융위의 도움을 기대했다는 증언도 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손주철)는 11일 오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유 전 부시장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모 금융투자업체 대표 김모(53)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김씨는 지난 2005년 선배 기업인으로부터 유 전 부시장을 소개받아 친분을 쌓았다.

증인으로 나선 김씨는 최초 검찰 조사에서 "저자 사인(서명)을 받기 위해 책을 보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말을 뒤집었고 이날 재판에서는 진술 번복 과정을 설명했다.

김씨는 "2018년인지 2019년인지 초에 (유 전 부시장이 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 당시 유 전 부시장이 책 구매에 대해 걱정을 하길래 '사인을 받은 거로 하자'며 서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누가 먼저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김씨는 "처음 유 전 부시장이 이야기를 꺼낸 것 같다"고 답했다.

2018년 초라면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의 감찰을 받고 금융위원회를 사직하기 직전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7년 6월 유 전 부시장이 쓴 책 140권을 277만원을 주고 산 뒤 유 전 부시장의 집에 보냈다. 김씨는 돈만 내고 책은 유 전 부시장이 받았다는 얘기다.

김씨가 책을 대납한 이후 문제가 될 것을 고려해 말맞추기를 했다는 식의 증언을 이어가자 유 전 부시장은 재판 도중 한동안 눈을 질끈 감고 천장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김씨는 유 전 부시장의 책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등 호의를 베푼 이유에 대해선 "금융위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고 했다.

11일 오후 뇌물수수로 구속기소된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의 두번째 공판이 열린 서울동부지법 501호 법정 앞. /윤용민 기자
11일 오후 뇌물수수로 구속기소된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의 두번째 공판이 열린 서울동부지법 501호 법정 앞. /윤용민 기자

유 전 부시장 측은 첫 공판과 마찬가지로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직무와 관련해 이익이 수수된 것이 인정돼야 하는데 공소장에는 이 부분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하다"며 "유 전 부시장과 증인은 가족끼리 교류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을 전후한 2010~2017년 무렵 김씨 등 업계 관계자들에게 초호화 골프텔 무상사용, 고가 골프채, 항공권 구매비용, 오피스텔 사용대금, 동생 취업, 아들 인턴십, 부동산 구입자금 무이자 차용 등 수천 만원가량의 부당한 이익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공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법정 내 모든 인원이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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