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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보험사가 2017년 4월 이전에 판매한 실손보험(구실손)의 보험료를 약 9% 올리는 대신 신실손보험(2017년 4월 이후 판매)의 보험료를 그만큼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구실손보험 가입자가 신실손보험으로 이동하는 '보험 갈아타기'가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팩트DB |
구실손보험료 9% 올리고, 신실손보험료 9% 낮춰
[더팩트│황원영 기자] 2007년 실손보험에 가입해 13년째 보험을 유지하고 있는 박 모씨는 최근 보험설계사의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 가입한 실손보험 보험료가 9% 이상 오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 식습관 조절과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지냈던 박 씨가 보험금을 탄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간 매달 떨어져나가는 실손 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보험료가 더 오른다니 해약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보험설계사가 착한 실손보험(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을 권유했다. 신실손보험은 구실손보험과 달리 보험료가 9% 저렴해진다는 것이다. 박 씨는 "설계사의 설명에 따르면 갈아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저렴해지는 만큼 혜택이 줄어드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이달 중 실손보험 보험료를 최소 9%에서 10%대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반면, 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신실손보험(일명 '착한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그만큼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씨와 같이 '실손보험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금융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그간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대까지 치솟았다며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100원 받아 130원을 지급했다는 것으로 보험을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
보험당국은 손해율에 대한 손보사 셈법에는 자구 노력으로 손해율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한 자릿수 인상을 권유했다. 이에 따라 구실손보험료를 올리고 신실손보험료는 낮추기로 하는 방안이 도출됐다.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 이전에 판매된 구실손보험과 2009년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실손, 2017년 4월 이후 판매된 신실손보험 등 3종으로 구분된다. 이중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이다. 신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오히려 인하된다.
손보사들은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2017년 MRI,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 등 3가지를 특약으로 분리한 신실손보험을 출시했다. 구실손보험에 비해 출시된 시기가 늦고 가입자가 많지 않다. 과잉진료가 많은 비급여 항목이 특약으로 빠진 만큼 손해율도 70~80%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지난해에도 구실손보험 보험료는 10% 가량 인상됐으나 신실손보험 보험료는 8.6% 인하됐다.
보험료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병원 이용이 적고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대거 신실손으로 갈아탈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60세 미만 실손보험 가입자 3874만3000명 중 보험금 청구를 한번도 하지 않은 가입자가 40%에 달했다. 금융당국 역시 "기존에 병원 이용은 적고, 보험료 인상으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신실손으로 갈아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요 손해보험사(손보사)들 역시 실손보험 가입 고객에게 신실손보험으로 계약을 전환하라고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가 지난해 6월 기준 92.6%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을 신실손보험으로 대거 유입시켜 손해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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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은 의료 이용에 따른 보험료 할증·할인을 골자로 한 실손보험 구조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의료이용량이 많으면 보험료를 더 내고, 적으면 덜 내는 방식이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청구가 없거나 적은 사람은 보험료 할인·할증제가 적용된 상품에서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더팩트DB |
다만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신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 부담은 적지만 보장이 적고 자기부담금이 높다. 일부 설계사들이 보험료 절감 혜택만 강조하고 있어 본인의 의료 소비 패턴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우선 도수치료, 비급여주사, MRI가 특약으로 분리 돼 있기 때문에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특약에 가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특약에 가입할 경우 구실손보험과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거나 더 비싸질 수 있으니 따져봐야 한다. 평수 비급여 항목 3가지에 대한 진료가 잦은 사람이라면 구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신실손보험 특약은 자기부담금 비율이 30%로 구실손보험보다 높다. 구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0%다. 자기부담금이 0%라는 것은 의료이용 비용 전액을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09년 이후 판매된 표준화실손보험 역시 자기부담금이 10%에 불과해 치료비 90%는 보장받는다. 즉, 치료비로 5만 원을 썼을 경우 구실손보험 가입자는 5만 원 전액, 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는 자기부담금 5000원을 제외한 4만5000원, 신실손보험 가입자는 자기부담금 1만5000원을 제외한 3만5000원만 돌려 받게 된다.
입원의료비 보장 액수도 차이가 있다. 신실손보험이 보장하고 있는 입원의료비는 최대 5000만 원으로 구실손보험(최대 1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또한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게 될 경우 기존 계약을 모두 해약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므로 신규 가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료 차등제가 적용된 상품이 나올 경우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금융당국은 의료 이용에 따른 보험료 할증·할인을 골자로 한 실손보험 구조 개편에 나선다. 보험금 청구가 많은 사람이 보험료를 더 내고, 적은 사람은 보험료를 덜 내는 방식이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청구가 없거나 적은 사람은 보험료 할인·할증제가 적용된 상품에서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다만, 이 상품 역시 보장 범위가 줄고 자기부담률이 높아져 의료 이용 시 가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이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를 가끔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보장범위가 넓고 자기부담금이 없는 구실손보험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보험료가 부담될 경우 고민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의료 소비 패턴, 나이, 건강상태 등을 따져보고 구실손과 신실손 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혜택의 차이가 어떠한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ony@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