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공소장 바꿔" 재판장에 혼난 검찰 '전화위복'
  • 송주원 기자
  • 입력: 2019.12.19 00:00 / 수정: 2019.12.19 00:00
18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3차 공판에서 환경부 공무원이 산하기관 임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4월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18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3차 공판에서 환경부 공무원이 산하기관 임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4월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김은경 전 장관 3차 공판…공범 기재된 공무원들 '특정인 밀어주기'[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공소장 변경 안하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 또는 공소기각까지 검토하겠습니다." (10월 2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재판 초기 유난히 검찰과 얼굴 붉힐 일이 많았다. 피고인 김은경(63) 전 환경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부하 공무원들을 공범으로 본 재판부와 피해자로 본 검찰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다. 정식 재판에 돌입한 지금 재판부 판단대로 공무원이 면접에 유리한 자료를 보내주는 등 공범으로 볼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18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과 신미숙(52)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애초 검찰은 박근혜 정부 당시 채용된 산하기관 임원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63) 전 환경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부하 공무원들을 피해자로 기재했다. 공소기각이라는 엄포까지 들은 검찰이 해당 공무원들을 법적 책임이 없는 간접정범으로 공소장을 변경했으나 재판부는 "대법원은 공무원이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상관의 지시를 따른 경우 책임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며 또 다시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는지 "마음 상했다면 사과드린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임의제출과 압수수색 방식으로 확보한 환경부 내부 문건과 이메일 내역, 특혜를 받은 내정자 등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지난 2017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였던 A씨는 이사장 공개모집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같은 해 8월 30일 A4용지 3장 분량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환경부 인사 담당 직원 윤 모 씨에게 이메일로 전송했다. 환경부 산하기관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없는 경력만 있었던 A씨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력증명서를 수차례 윤 씨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외에도 A씨는 환경부 공무원에게 면접 예상 질의답변서를 제공받고 자기소개서를 상당 부분 첨삭 받기도 했다.

당시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이었던 환경부 공무원 박 모 씨는 15명의 서류 지원자 중 A씨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면접 심사에서도 만점인 100점을 부여했다. 검찰은 "2017년 8월 31일~9월 7일이 공개모집 기간이었는데도 A씨는 전날에 3장에 달하는 자기소개서를 전송한 건 자신이 내정자임을 미리 알고 준비한 정황 증거가 된다"며 "미리 제공받은 면접 예상 질문지 역시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해 진행된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 채용에도 환경부 공무원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 추천 후보자였던 B씨는 검찰 조사에서 모집 공고가 나기 전 자신이 추천자라는 사실을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받았고 환경부 공무원으로부터 면접에 유리한 직무수행계획서를 제공받았다. 또 다른 환경부 공무원 정 모 씨는 청와대에서 추천한 후보자 B씨의 서류심사에서 만점을 주기도 했다.

검찰은 18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3차 공판에서 서증조사를 통해 환경부 공무원이 내정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남용희 기자검찰은 18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3차 공판에서 서증조사를 통해 환경부 공무원이 내정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남용희 기자

검찰 측 서증조사를 종합하면 환경부 공무원들은 내정자의 인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애초 장관 지시로 기계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기존 검찰 공소장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내용이다. 특히 상임감사 B씨 인사에 개입한 정 씨는 지난 공소장에서 김 전 장관의 업무방해 혐의의 피해자로 기재돼 재판부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검찰에게 강도 높은 지적을 아끼지 않아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지만 재판부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날 서증조사에 대해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김 전 장관은 환경부 공무원들이 (내정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라고 사전 지시를 내린 적도, 사후 보고를 받은 적도 없어 형사 책임을 물을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4차 공판기일은 내년 1월 10일 오후 2시에 속행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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