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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일본 양국간의 경제전쟁이 관광전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일본 외무성이 자국민에 한국여행 주의보를 내리자 우리나라 외교부도 일본 여행 자제 및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안내하며 맞섰다. 일본 여행 금지 지역을 넓히자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일본정부관광국의 모습. /임세준 기자 |
日 외무성 "여행 주의"에 韓 외교부 "여행 자제 및 유의"...국내 관광업계 '암흑기'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일본정부의 2차 경제보복(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에 한·일 양국 간 관광 시장이 급속도로 움츠러들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 4일 한국 내 대일 여론 악화를 이유로 자국 국민에게 한국여행 주의보를 내리며 선제 공격에 나섰다. 우리 외교부도 5일 일본 방문 여행객에게 '일본 내 혐한 집회∙시위 장소 방문을 자제하고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이라는 내용의 안전문자 발송을 시작했다. 일본여행 금지 지역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간의 갈등 여파가 여행업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내 관광업계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日 ‘한국여행 주의보’ vs 韓 ‘여행자 안전유의’…여행전쟁으로 확산
일본 외무성이 지난 4일 한국을 여행하는 자국 여행객에게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 : 일본 관련 시위·집회에 대한 주의 환기'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우리(일본)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지난 2일 각의 결정한 것과 관련, 주로 서울과 부산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며 "최신 정보에 주의하고 시위 장소에 접근하지 않는 등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알렸다. 일본은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과 22일, 26일에도 한국여행 주의를 강조하는 등 최근 수 차례에 걸쳐 한국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km 이내 및 일본정부가 지정한 피난지시구역에 대해서만 여행경보 4단계 중 3단계인 '적색경보'를 내리고 있다. 적색경보는 가급적 여행 취소와 연기를 권고하는 단계다.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한 여행 자제령에 최근 일본여행 금지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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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일본 도쿄의 방사능이 기준치보다 4배 이상 검출됐다"며 "일본 전역을 놓고 여햄금지지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며 일본 내 여행금지구역을 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
5일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응특위 최재성 위원장은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한 비경제적 분야의 대응 방안을 검토해왔다"면서 "여행금지구역을 사실상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 위원장은 일본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방사성물질 유출까지 언급했다. 그는 "여행금지구역을 도쿄를 포함해 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방사능이 기준치보다 훨씬 크게 검출됐다. 4배 초과됐다. 일본 전역을 놓고 여행금지지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며 여행금지구역 검토를 주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도 "도쿄올림픽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면 올림픽 참가여부는 물론 관광 금지까지 문체위 여당 간사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5일 부로 해외 로밍을 이용해 일본을 여행하는 국내 여행객에게 '일본 내 혐한 집회∙시위 장소 방문 자제 및 신변안전 유의'를 당부하는 안전문자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수단체의 혐한 시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 해왔으며, 필요 시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안전 공지를 게재하거나 추가 문자를 발송하는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7일 "일본이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더욱 확대하거나 추후 비자규제까지 취할 경우에는 우리나라 정부도 더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관광업계 "아웃바운드는 물론 인바운드도 얼어붙을 것"
국내 관광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아웃바운드(자국민의 해외여행) 수요는 이미 급감한 상황으로, 국내 여행사들의 일본 관계자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더불어 최근에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마저도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간 국내 주요여행사의 일본여행상품 예약 취소율은 큰 폭 증가했으며, 8~10월 예약률은 말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2일을 기준으로 8월 일본상품 예약률은 전년대비 70% 줄어들었으며, 9월은 72% 감소한 상황"이라며 "2차 경제보복으로 인해 일본여행 불매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도 "7월 한 달간 일본여행 수요가 지난해와 비교해 38% 하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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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매운동의 여파로 지난 7월 한 달간 탑승객이 감소한 일본 노선은 30개 중 2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여행객이 선호하는 오사카와 오키나와, 후쿠오카 노선 모두 여객 수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인천공항 한 항공사의 일본노선 체크인 카운터의 모습. /인천국제공항=신지훈 기자 |
항공여객 감소세 또한 뚜렷해졌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16~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에 다녀온 승객은 46만7249명으로 한 달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천공항공사의 7월 한-일 노선 여객 실적을 보면 한국에서 취항하는 일본의 30개 도시 중 여행객이 감소한 도시는 21곳에 달했다. 한국인이 많이 가는 여행지 중 한 곳인 오사카의 경우 여객 수는 13만517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7.9% 줄엇으며, 오키나와도 3만6660명이 출국해 지난해와 비교해 3.7% 줄었다.
지난달까지 월평균 25%를 넘어서는 증가세를 보이며 상반기에 160만 명 이상 한국을 찾은 일본인 여행객도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여행업계는 최근 일본정부가 수 차례에 걸쳐 자국민의 한국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나서자 일본 내에서도 한국여행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8~10월 출발하는 한국 여행상품 예약률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HIS여행사 한 관계자는 7일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인 여행객 수가 떨어지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며 "최근 일본정부가 한국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일본 언론에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일 시위를 연이어 내보내며 일본인 여행객들의 한국 방문 움직임이 위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일본정부의 한국여행 자제 권고의 강도가 앞으로 더욱 세질 것으로 예상하며 일본인의 방한여행 수요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바운드 시장에서의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관광공사 한 관계자는 7일 "한국과 일본의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며 양국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경우 일본인의 방한 수요의 감소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국내 인바운드 시장은 오랫동안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일본뿐만 아니라 미주와 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 유치에 힘써왔다. 방한 국가의 다변화를 통해 일본 의존도를 낮춘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관광업계가 받을 타격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amja@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