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남천 재판장, 더딘 일정에 한숨..."조속한 재판 협조해 달라"[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은화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재판이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 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3월 25일 첫 공판 준비기일을 시작으로, 15일과 22일 각각 2,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지만, 오는 30일 4번째 공판준비기일 조차 마지막 재판 준비기일이 될 지는 미지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부 박남천 부장판사는 22일 3차 공판준비기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A4지 한 장이 조금 못되는 분량의 본인이 직접 작성한 종이 한 장을 검찰과 피고인측 변호인들에게 전달했다. 이 종이에는 '신문함. 증인 순서협의', '서증조사 소요시간, 방식 협의', '모두절차. 서증조사시 PPT 사용허가 but 시간제한' 등 이날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반드시 진행해야 할 절차 등이 꼼꼼하게 적혀있었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게 증거에 대한 의견을 조속히 제출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증거에 대한 의견이 제출되지 않고서는 (재판이)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밝히며 검찰에서 피고측 변호인들의 요청을 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의 변호인들은 "증거기록을 (열람) 복사해봤더니, 일부 누락된 것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 측에 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의 증거기록까지 모두 피고인측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측은 증거에 대한 의견을 이번 기일까지도 제출 못한 이유가 검찰로부터 수사기록에 대한 목록을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의문이 있다면 충분히 사전에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해서 볼 수도 있고, 직접 (검찰측에) 물어봐도 되는데 매번 기일마다 검찰 탓을 하니 과연 순수한 의도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피고측의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가 검찰측에 협조를 구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양측은 재판 일정을 두고도 법정에서 부딪쳤다.
재판부는 "검찰이 요청한 증인이 250여명에 이르고, 집중 심리가 필요한 만큼 검찰은 수.목.금요일 주 3회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다른 재판부에서 월.화요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측 제안에 피고인측 변호인들 모두 반발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증거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변호인은 여기에 아무도 없다"며 "서로 나눠읽으며 겨우 재판을 따라가고 있는데, 주 3회 재판은 변호인들에게 방어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주 3회는 사실상 무리"라면서 "왜 월요일과 화요일은 배제하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도 "재판을 조속히 진행해야 하는 재판부의 상황은 이해한다"면서도 "(재판)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진행하다가 재판에 어느정도 속도가 붙으면 주 2회까지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재판부에 본인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꼭 수.목.금요일에 하자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라며 "월요일과 화요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양측에 증거에 대해서도 정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어떤 사건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증거가 너무 많아지면 재판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거듭 밝히며 "공소사실과 관련해 입증하기에 부족한 증거를 다시 재고해 달라"고 검찰측과 피고인측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신문기사를 비롯한 50개에 조금 못 미치는 증거 번호를 양측에 불러줬다.
이 과정에서 박 부장판사는 한숨을 수 차례 쉬었다. 또 공판준비기일 시작부터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재판 중에도 검찰과 피고인측이 재판기일 등 매 사안마다 공방을 주고받자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면서도 몇 차례 고개를 저으며 이번 재판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애쓰며 꼼꼼하게 재판을 이끌어 갔다.
이번 재판의 첫 번째 증인은 예상대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증인 소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핵심 증인인 임 전 차장이 별건으로 본인 재판을 진행 중이라 일정 조율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보통 재판이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하루에 6시간 정도 진행되는 만큼 증인을 양일에 걸쳐 소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양측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부장판사는 "가급적 한 번 출석으로 (증인신문을) 끝내야겠지만, 한 번으로 어려우면 한 명 정도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소환해 증인신문 할 수 도 있겠다"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 전 오는 30일 4차 공판준비기일이 한 차례 더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1번 더 진행한 뒤 가능하면 다음 기일부터는 재판을 본격화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피고인측에 거듭 댱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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