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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이색 계열사⑤] 신세계그룹 '영랑호 리조트', '워라밸' 표상
입력: 2018.08.21 05:03 / 수정: 2018.08.21 05:03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2년 직원 휴양시설을 목적으로 영랑호 리조트를 매입했다. 사진은 영랑호 리조트 20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속초시 전경을 바라보고 있는 기자. /속초=고은결 기자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2년 직원 휴양시설을 목적으로 영랑호 리조트를 매입했다. 사진은 영랑호 리조트 20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속초시 전경을 바라보고 있는 기자. /속초=고은결 기자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최우선 가치도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주요 그룹의 이런 노력은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한 편이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이 다문화 여성을 대상으로 커피 제조 전문가 바리스타 육성 교육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나선 현대자동차가 지역 특산물 판매와 유통을, 통신업계 '맏형' SK가 산림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을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국내 주요 그룹 '이색 계열사'를 살펴보고 왜 이런 기업을 운영하는지에 대한 역사와 배경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정용진 '유통 혁신' 철학 이어 '워라밸 경영' 초석 다져

[더팩트|속초(강원)=고은결 기자] 고요하면서도 힘찬 아름다움이 깃든 곳. 강원도 속초시 북쪽에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 영랑호(永郞湖)가 있다. 호수는 설악산의 푸른 능선으로 둘러싸였고 산 뒤편에는 동해가 펼쳐졌다. 다시 호수 앞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이 모든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속초의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가 있다. 영랑호 리조트는 '유통 대기업' 신세계그룹의 어엿한 계열사다.

영랑호 리조트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유통업 일색인 신세계그룹 39개 계열사 중 리조트 사업은 다소 의외다. 백화점, 면세점 등 주력사업과 시너지를 내며 매년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호텔업 계열사와 비교하면 영랑호 리조트는 매출이 80억 원대로 미미하다. 그러나 영랑호 리조트의 그룹 내 존재감은 꽤 묵직하다. 그룹사 직원들의 '힐링'을 책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직원들은 매년 1박2일씩 이곳에서 무료로 숙박할 수 있다. 고요하게 반짝이는 영랑호와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산책로는 덤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2년 '직원 휴양소'로 활용하기 위해 영랑호 리조트를 인수했다. 여기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강력한 인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이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고객제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 철학이기 때문이다. 태생부터 사업 목적과는 다른 가치에 무게를 둔 셈이다. 이에 따라 영랑호 리조트는 신세계그룹 '직원만족경영'의 상징이기도 하다.

강원도 속초시 영랑호반길에 위치한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 전경. /신세계그룹 제공
강원도 속초시 영랑호반길에 위치한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 전경.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부회장이 리조트 사들인 이유…"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

"백화점, 마트하는 유통 기업이 리조트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의외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신세계그룹 관계자)

영랑호 리조트는 지난 1996년 한일합섬레저개발이 준공해 운영하다가 2007년 동양그룹의 동양리조트가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이 영랑호를 인수한 것은 2012년 6월이다. 당시 회사측의 인수 목적은 직원 휴양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영랑호 리조트의 부지 면적은 6억4637만248㎡(19만5527평)으로 총 261개 객실이 있다.

신세계그룹은 인수 이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연간 35억 원을 들여 직원들이 1박2일간 '무료'로 숙박할 수 있는 사원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영랑호 리조트 무료 숙박권에 대한 임직원 호응은 상당히 높다. 영랑호 리조트 객실은 평수, 요일에 따라 1박 이용비가 최저 7만 원대부터 최대 23만 원대다. 하지만 신세계 임직원들은 무료로 이용한다.

속초 영랑호 리조트 타워 콘도의 20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본 영랑호 전경. 영랑호를 둘러싼 설악산 능선이 인상적이다. 설악산 뒤편에는 동해가 있다. /속초=고은결 기자
속초 영랑호 리조트 타워 콘도의 20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본 영랑호 전경. 영랑호를 둘러싼 설악산 능선이 인상적이다. 설악산 뒤편에는 동해가 있다. /속초=고은결 기자

영랑호 리조트는 타워형 콘도와 빌라형 콘도로 구분됐다. 타워형 콘도는 2013년에, 빌라형 콘도는 2015년에 대대적인 리뉴얼이 적용됐다. 2013년 당시 리뉴얼에는 80억 원 가량이 투입됐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리뉴얼을 해오고 있다. 언뜻 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보인다. 보통 기업들은 리조트와 제휴를 맺고 직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데 그치기 마련이다. 이처럼 리조트를 직원 복지 차원에서 아예 매입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러나 신세계그룹 행보는 정용진 부회장의 '직원만족경영' 철학에 충실했을 뿐이다.

끊임 없는 '유통 실험'으로 유통업계 혁신의 아이콘이 된 정용진 부회장이 새로운 도전만큼 강조하는 것은 '직원만족경영'이다. 유통 혁신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원 만족도가 우선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그룹의 핵심 가치인 '고객제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전제가 직원들의 행복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유통업이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업이므로 사람에게 쓰는 돈은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영랑호 리조트가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유가 비로소 이해가 된다. 6만 여명에 달하는 전국 신세계그룹 직원들은 영랑호 리조트를 가족, 지인들과 찾아 자연 속 힐링을 즐길 수 있다. 리조트 측에 따르면 전체 객실 판매 비율 중 40%는 임직원들이다. 한 신세계그룹 직원은 "몇 년 전 부모님을 모시고 영랑호 리조트로 와서 속초 여행을 즐겼는데 정말 좋아하셨다. 가족들과 함께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끽하고 온 좋은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영랑호 리조트의 빌라형 콘도의 내부 모습. 창 밖으로 영랑호와 산책로를 볼 수 있다. 영랑호 리조트 내에는 빌라형 콘도와 타워형 콘도가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영랑호 리조트의 빌라형 콘도의 내부 모습. 창 밖으로 영랑호와 산책로를 볼 수 있다. 영랑호 리조트 내에는 빌라형 콘도와 타워형 콘도가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사원복지시설에서 '천혜의 경치' 품은 속초시 랜드마크로 거듭나

태생은 사원복지시설이지만 영랑호 리조트의 가치는 그보다 더 크다. 리모델링 이후 지역의 랜드마크로 발돋움했다. 특히 영랑호 리조트에서는 속초시에서 아름다운 절경을 원없이 바라볼 수 있다. 직원 안내를 받아 타워콘도의 20층 스카이라운지로 올라섰다. 무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속초 제1경' 속초등대전망대에 이어 '제2경' 영랑호 범바위도 눈에 띈다. 신세계그룹이 영랑호 리조트를 매입한 이후부터 이곳을 지킨 박수동 총지배인은 "속초시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사계절의 변화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영랑호변을 따라 형성된 산책길은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순백의 눈으로 뒤덮인다. 리조트 내에서 자전거를 빌려 8km 가량 거리의 산책길을 내달리는 라이딩을 즐길 수도 있다. 차를 몰아도 훌륭한 드라이브 코스다. 영랑호 리조트는 스카이라운지를 비롯해 세미나실, 9홀 퍼블릭 골프장, 레저시설 등 각종 부대시설도 갖췄다.

이 중 9홀 골프장은 산, 바다, 호수를 끼고 도는 코스로 전체 대지면적이 7만1995평, 코스부지가 3만4378평이다. 지난 2013년 리뉴얼된 9홀 골프장은 신세계 임직원은 9홀 기준 주중 3만 원, 주말 3만9000원에 저렴한 가격(카트료, 캐디피, 대여채 비용 등 제외)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요금은 주중 5만 원, 주말 6만5000원이다.

영랑호를 둘러싼 산책로는 사계절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은 박수동 영랑호 리조트 총지배인이 직접 제공한 영랑호변 산책로의 계절별 사진.
영랑호를 둘러싼 산책로는 사계절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은 박수동 영랑호 리조트 총지배인이 직접 제공한 영랑호변 산책로의 계절별 사진.

워낙 입지적으로 손꼽히는 곳에 있어서 리모델링 이후 속초시민은 물론 관광객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속초 지역이 개발붐을 타고 대형건물 신축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곳은 여전히 녹지와 맞닿아 있다. 영랑호 리조트 관계자는 "최근 속초 개발붐으로 (리조트) 주변부도 개발 압력이 있을텐데 마지막 보루처럼 훼손되지 않고 남아있는 천혜의 자연경관"이라고 귀띔했다.

호수 전방에 20층 높이로 우뚝 솟은 타워형 콘도와 달리 빌라형 콘도는 산책길을 따라 옹기종기 여러 개가 있다. 마치 숲속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빌라형 콘도는 널찍한 내부를 자랑한다. 타워형 콘도가 한눈에 영랑호 부근의 절경을 볼 수 있다면 빌라형 콘도는 산책길을 바로 눈앞에서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잊지 못해 영랑호 리조트를 한 번 방문한 이들은 대부분 다시 오게 된다. 가까운 곳에 사는 강원도민들도 이 리조트를 즐겨 찾는다. 영랑호 리조트에 따르면 리조트 내 골프장의 지역주민 이용률은 45%에 달한다. 이날 리조트 프론트 데스크에서 만난 김은지 사원은 "2008년부터 영랑호 리조트에서 근무했는데 리뉴얼이 진행되고 오래된 건물이 새롭게 바뀌면서 이용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세계 '유통 혁신' 뒷받침하는 직원만족경영은 현재진행중

영랑호 리조트는 신세계그룹 '워라밸 경영'의 상징이기도 하다. 업태 특성상 현장 판매직과 감정노동자 비중이 높은데 자연 속 휴식으로 새로운 힘을 얻어 가는 직원들의 호응이 크다. 임직원의 삶의 질이 높아져 사기가 진작되면 이는 곧 '유통혁신'을 지향하는 신세계그룹의 핵심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는 임직원 워라밸에 유독 공을 들인다. 이 같은 '유별난' 노력은 직원만족경영의 실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사원 패키지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호텔을 추가하고 임직원의 선택권을 넓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가치인 고객제일주의를 실현하려면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정 부회장은 이같은 일환에서 영랑호 리조트를 매입해 신세계그룹의 직원만족경영의 초석을 다졌다.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한 신세계의 워라밸 경영의 시초를 가늠할 수 있다. /더팩트 DB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가치인 고객제일주의를 실현하려면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정 부회장은 이같은 일환에서 영랑호 리조트를 매입해 신세계그룹의 직원만족경영의 초석을 다졌다.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한 신세계의 '워라밸 경영'의 시초를 가늠할 수 있다. /더팩트 DB

신세계는 이 밖에도 전체 임직원의 60% 이상인 여직원들을 위해 모성 보호를 위한 복지 제도 강화에 힘을 썼다. 구체적으로 신세계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2시간 단축 근무 및 탄력근무제를 도입했으며 법정 휴직기간 외 최대 1년까지 추가로 육아휴직이 가능하도록 했다. 2016년 4월부터는 임신 인지 시점부터 일 2시간 단축 근무를 적용해왔으며 업계 최초로 단축 근무기간에도 기존 급여의 100%를 지급한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신세계백화점은 2010년부터 육아 휴직 후 복직하는 여성 임직원을 위한 '희망부서 우선 배치제도'를 시행 중이다. 스타벅스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정규직 시간선택제로 채용하는 '리턴맘 바리스타' 제도를 2013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신세계는 또 여기에 올해 1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며 혁신적인 워라밸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은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기대를 높여 유통업계 '워라밸' 트렌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워라밸이란 말조차 생소하던 2012년, 신세계그룹이 사들인 영랑호 리조트가 이같은 가치의 초석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다양한 정책으로 임직원의 워라벨을 보장하며 대한민국 근로문화 개선에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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