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장감 '팽팽'…이재오 향해 돌격한 시민 경찰 진압[더팩트 | 서울중앙지검=김소희·변지영 기자] 14일 오전 8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예정 시간(오전 9시30분)을 1시간여 앞둔 상황이었지만, 검찰청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전 대통령 자택과 검찰청사 주변 등에 배치된 600여 명의 경찰 인력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던 시간, 성격이 다른 두 집단은 검찰청사 앞에서 각각 집회를 벌였다. 일부 시민단체와 1인 시위자들은 "이명박을 구속하라"며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인 반면, 이 전 대통령 지지자 20여 명은 다른 한쪽에서 "정치보복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 당일 검찰청사 주변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소환 당일 청사 주변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촛불집회 주최 측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당시 지지자들은 대검찰청 방면 서쪽 출입문 인근에, 촛불집회 측은 법원 삼거리에 모였고, 19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되기도 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 구속 촉구 집회 참여자는 대부분 시민으로 구성됐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박창길 씨는 회사도 출근하지 않고 구속 촉구 집회에 참여했다. 박 씨는 "4대강 비리도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가 너무 많아 일일이 언급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검찰 조사를 통해 비리가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어어 "이 전 대통령이 당장 구속되면 좋겠지만 이번 주 안에 구속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관권개입 부정선거 진상조사', '이명박 구속 촛불아 도와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큰 소리를 외치며 검찰청사 앞을 찾은 이도 있었다. 사단법인 평화통일시민연대 정광미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은) 사형감"이라며 "(이 전 대통령 혐의 중) 재산 문제나 4대강 비리는 오히려 지엽적이고, 국민의 선택권을 완전히 부정한 '부정선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자기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박근혜 정권을 통해 비리를 덮고자 부정선거를 한 것"이라며 "과거 자유당 정권 때 부정선거는 '사형'이었다. 최인규가 사형 당하지 않았나"라며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시민단체 '시민의 눈-쥐잡기 특공대' 소속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촉구 촛불집회가 21회 진행됐을 때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며 "시민의 눈'은 매주 토요일 학동역에서 '이명박 구속 촉구 촛불집회'를 연다. 우연찮게도 지난주가 21회 집회였는데, 이날 이 전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웠다"고 했다.
이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이명박 구속 촉구'를 지지하는 한 시민이 '정치보복'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이재오 전 의원을 향해 욕설을 하며 돌진한 것. 경찰이 빠르게 시민을 제압하면서 우려할 만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자칫 양 측간 무력 충돌이 일어날 뻔한 순간이었다. 이 전 의원은 다소 당황했지만 "집회를 멈추지 말라"고 집회참가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집회를 마친 이 전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집회가 멈췄을 때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집회를 격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 전 의원은 "개인적인 비리로 전직 대통령을 잡아가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며 "이 정권(문재인 정권)은 정상적인 정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과 만나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으러 가니까 덕담을 주로 했다"며 "조사 잘 받고, 건강하라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의 이날 표정에 대해서는 "아주 밝고, 건강하고, 편안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재차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은 정치 보복으로 (이 전 대통령을) 잡아 갔다"며 "법원도 정권의 영향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법원이 공정하게 재판을 한다면 이 사건은 무죄"라고 했다.

차에 올라타면서 그는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어쨌든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으러 오는 건 죄송스러운 일이다"면서도 "끝까지 지켜봐 주시면 이 사건은 처음부터 표적을 잡아서 정치 보복을 한 것이기 때문에 무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소유 의혹에 대해 "나와 무관하다"고 진술했다. 오전 조사는 강훈 변호사가 입회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조세포탈 등 20여 개 안팎에 달하는 혐의의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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