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라마운트에서 리메이크 중인 '더 테러 라이브'와 '머니 몬스터'의 유사성
[더팩트|권혁기 기자] 국어사전에서 살펴보면 '표절'(剽竊)이란 '시나 글, 음악 따위를 지을 때 남의 작품의 일부를 자기 것인 양 몰래 따서 씀'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전체가 아니라도 '일부'가 비슷하면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마주(hommage)'와는 다릅니다. 오마주는 다른 작가나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특정 대사나 장면 등을 인용하는 일을 뜻합니다. 일종의 경배이자 헌사라는 얘기죠.
SF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1999년 작품 '매트릭스'(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에는 많은 오마주가 등장합니다. 하늘에서 사람비가 내리는 그림인,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1953년 작)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그리고 한국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감독 이명세)의 마지막 결투신인 '크로스카운터' 장면 등이 오마주입니다. 워쇼스키 자매(원래 형제였지만 형인 래리 워쇼스키가 지난 2008년 성전환 수술을 받아 이름을 라나로 바꿔 잠시 남매로, 앤디 워쇼스키도 올해 성전환 수술로 릴리가 되면서 자매가 됐습니다)는 '매트릭스' 시리즈 3편 연출 전에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장면을 오마주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표절과 오마주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최근 본 할리우드 외화 '머니 몬스터'(감독 조디 포스터)를 보고난 후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더 테러 라이브'의 큰 줄거리는 한강 마포대교 폭탄테러가 발생하는 현장을,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SNC 국민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가 라디오를 진행하다 폭파범 박신우(이다윗 분)에게 테러 예고전화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습니다.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한 윤영화는 신고하지 않고 생방송을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방송국장 차대은(이경영 분)은 높은 시청률을 제안하고, 성공할 경우 메인 뉴스 앵커 복귀를 약속 받은 윤영화는 박신우에게 방송 출연을 권유합니다. 그러자 박신우는 21억 7924만 5000원이라는 출연료를 요구합니다. 바로 입금이 되고, 생방송에 목소리로 출연한 박신우는 자신을 아버지 박노규라고 소개하고, 폭파한 한강 마포다리를 본인이 30년 전 직접 지었으며 2년전 대통령 정상회담 때 보수공사 도중 난간이 내려 앉아 사람이 빠진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3명 모두 살아있었지만 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던 상황에서 구조대, 경찰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아 3명 모두 사망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사과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테러범의 그런 요구를 들어줄리 만무하죠. 차대은은 시청률을 위해 계속해서 테러범과 협상하라고 하고, 청와대에서 급파한 대테러센터 소속 박정민(전혜진 분)은 윤영화에게 지시를 합니다.
'머니 몬스터'에서 스타 진행자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 분)는 생방송 도중 협박범 카일 버드웰(잭 오코넬 분)에게 인질로 잡히게 됩니다. 카일은 리의 투자 권유에 따라 IBIS에 6만 달러를 넣게 되는데 하룻밤 사이에 IBIS 주가 8억 달러가 날라가 버립니다. 카일은 하루 아침에 전 재산을 잃게 된 거죠. 그것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받은 보험금이었습니다.
이에 카일은 왜 IBIS 주가가 폭락했는지, 진실은 무엇인지 알려줘야 살 수 있다고 리를 협박합니다. 리에게 폭탄이 매달린 조끼를 입히고 말이죠. 리를 아끼는 PD 패티(줄리아 로버츠 분)는 인이어 이어폰를 통해 리에게 조언을 해줍니다. '머니 몬스터'가 오는 31일 개봉되기 때문에 최대한 스포일러성 내용을 빼고 소개했습니다.
'더 테러 라이브'와 '머니 몬스터'의 공통 키워드를 살펴보면 '방송국' '생방송' '앵커' '협박범' '폭탄' '인이어 이어폰' 등이 되겠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주요 키워드 몇 개가 겹칩니다. 그래서 영화의 결은 다르지만 '어, 이거 '더 테러 라이브'에서 봤던 설정인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더 테러 라이브'는 인질이 죽어야 테러가 끝나다고 합니다. '머니 몬스터'에서는 리가 입고 있는 조끼 자체를 쏴서 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현재 파라마운트사에서 '더 테러 라이브' 리메이크 중이라는 점입니다. 외국에서 봤을 때 한국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모른다면, 리메이크 작품이 '머니 몬스터'를 따라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머니 몬스터'와 '더 테러 라이브'의 유사성에 대해 제작사 씨네2000과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특히나 이번에는 개봉을 앞둔 외화가 한국영화의 설정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대응 자체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영화 '관상'과 KBS2 '왕의 얼굴' 저작권 표절 논란과는 확실히 다른 상황입니다.
표절과 오마주,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게 실정입니다.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존재를 정말 모르고 찍었다면 어떻게 된걸까요. 오마주는 틀림없이 아닐테고, 그렇다면 남의 작품 일부를 배꼈다는 얘기 될터인데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인듯 합니다. 표절 여부의 판단은 일단 관객에 맡기도록 하죠.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재미만큼은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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