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의 '갑질' 논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수장을 맡고 있는 현대비앤지스틸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회사 내부 경영과 관련한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 문병희 기자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갑질 매뉴얼'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사과문을 게재하며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갑질' 사태의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부진한 회사 실적과 역행하는 '고액 보수' 지급,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특수관계인을 활용한 '몸집 불리기' 의혹 등 정일선 사장 개인은 물론 회사 내부 경영에 대한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일선 사장은 지난 8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올리고 "운전기사와 관련해 보도된 내용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갑질 매뉴얼' 관련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피해자와 국민에 용서를 구한 정일선 사장이지만, '보여주기식 사과'라는 비난의 목소리만 높아지면서 지난해 그가 받은 보수와 관련해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현대비앤지스틸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정일선 사장은 지난해 회사로부터 급여 12억2800만 원, 복리후생비용 200만 원을 포함해 모두 12억3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12억520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액 보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는 전년 대비 70% 이상 급감한 회사의 실적이 한몫을 차지한다. 지난해 현대비앤지스틸의 영업이익은 145억2523만 원이다. 이는 484억1383만 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300억 원, 7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지난 1월 회사 시무식에서 "스테인리스 업계는 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 침체기를 맞았다"며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 정 사장이지만,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조선 업계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 최고 경영진들이 보수를 반납하거나 임원 보수를 삭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수면 위로 올랐다. 스테인리스(STS) 특수강 제조회사인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자회사로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현대그린파워, 현대머티리얼 등을 기타특수관계자로 두고 있다.
금윰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비앤지스틸의 지난 2014년 기타특수관계자 매출은 2336억8228만 원이다. 이는 같은 해 회사 전체 매출 7116억4712만 원의 약 32%에 달하는 수치다. 내부거래 배중도 40%를 훌쩍 넘는다. 여기에 지배기업인 현대제철과 관계사들로부터 발생한 매출을 더하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진다. 지난 2013년에도 이 회사의 전체 매출 대비 특수관계자 거래 비율은 전체의 29.1%를 차지했다.
![]() |
| 현대비앤지스틸의 지난 2014년 기타특수관계자 매출은 2336억8228만 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 7116억4712만 원의 약 32%에 달한다. |
회사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특수관계자로부터 벌어들이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 이유는 회사의 지분율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내부 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 원 또는 연 매출액의 12%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도 규제 대상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의 최대 주주는 정일선 사장이 아닌 현대제철(620만 주, 41.12%)이다. 회사 대표이사인 정 사장의 보유 주식은 38만 주로 전체의 2.52%에 불과하다. 정 사장의 동생인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 정대선 현대BS&C 대표의 지분율 역시 각각 1.74%(26만2013주), 0.72%(10만8000주)로 이들 세 형제의 지분율을 모두 합쳐도 5%에 못 미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규제의 빈틈을 활용한 노골적인 '몸집 키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014년 정일선 사장이 개인 회사 현대머티리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것 역시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 |
| 정일선 사장의 현대비앤지스틸 보유 주식은 38만 주로 전체의 2.52%에 불과하고, 정 사장의 동생인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 정대선 현대BS&C 대표의 지분율 역시 각각 1.74%(26만2013주), 0.72%(10만8000주)로 3형제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전체의 5%에 못 미친다. 정일선 사장(왼쪽), 정대선 대표 / 더팩트 DB |
정일선 사장은 지난 2014년 현대머티리얼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현대머티리얼은 정일선 사장이 지난 2010년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개인회사로 지난 2013년까지 현대자동차와 현대비앤지스틸 등 특수관계자 간 매출 비중이 30%를 훌쩍 넘기며 수천억 원의 매출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같은 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을 개정, 규제 기준을 좁히자 정일선 사장은 2014년 현대머티리얼의 내부거래 비중을 10%대까지 줄이고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당시 정일선 사장은 사임 이유에 대해 현대비앤지스틸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현대머티리얼이 수익 창출 루트가 사라지면서 경영에 손을 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현대비앤지스틸 측은 "최근 불거진 사태와 관련해 정일선 사장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진심으로 사과했다"며 "(정 사장의) 보수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