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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젠틀맨' 정몽규 회장, 현대가 창업주 제사 불참 왜?
입력: 2016.03.22 16:13 / 수정: 2016.03.22 16:13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8일 일본으로 출국해 20일 열린 정주영 명예회장의 기일에 불참함으로써 재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은 2013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제사에 참석하는 정몽규 회장. / 더팩트DB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8일 일본으로 출국해 20일 열린 정주영 명예회장의 기일에 불참함으로써 재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은 2013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제사에 참석하는 정몽규 회장. / 더팩트DB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인가. 아니면 의도적 회피인가. 큰아버지이자 범현대가를 일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제삿날인 20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재계에 뒷말이 무성하다. 해마다 정 명예회장과 변중석 여사의 제사는 물론 집안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예의 바르기로 소문난 '젠틀맨' 정몽규 회장이 처음으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에서 열린 정주영 명예회장 제사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은 불참 사유로 일본 출장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일본 체류 사유가 불분명한 데다 과연 그 날 꼭 필요한 출장이었느냐는 의문과 함께 범현대가와의 불편한 감정 때문에 자리를 피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사업구상을 위해 제사 이틀 전인 지난 18일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제사 당일인 20일 밤 늦게 귀국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을 제쳐두고 호텔신라와 손을 잡아 '적과의 동침'이란 말까지 들었다. 또 제사 장소가 청운동이 아닌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한남동 자택이란 점에서 과거 현대차 경영권 정리 과정의 앙금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한남동 첫 제사, 석연치 않은 정몽규 회장 '불참'

20일 열린 정 명예회장의 15주기 제사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제사로, 정몽구 회장이 제주(祭主)를 맡아 직접 제사를 주관했다. 현대가의 중심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전 자택이 있는 청운동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상징성을 내포한 만큼 범현대가 식구들이 대거 집결했다.

이날 오후 7시쯤 시작된 제사에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 이외에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여섯째 동생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조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이 참석했다. 6남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그의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7남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아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도 얼굴을 보였다. 3년 동안 두문불출하던 노현정 전 아나운서도 남편인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과 함께 4년 만에 제사에 참석했다.

20일 정몽준(왼쪽)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정주영 명예회장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문병희 기자
20일 정몽준(왼쪽)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정주영 명예회장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문병희 기자

그러나 지난해 8월 정몽구 회장 자택에서 열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큰어머니 변중석 여사 기일에 참석한 정몽규 회장은 사업구상차 일본으로 출국하며 이번 제사에 불참했다. 정몽규 회장은 해마다 3월 열리는 정 명예회장 제사는 물론, 지난해 11월 치러진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등 집안의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그래서 더욱 이날 불참이 주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사업구상차 일본 출장이 불참 이유?

대외적으로 내세운 일본 출장의 명분이 주위에서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점도 고의적 회피 의혹을 키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20일 밤 늦게 귀국한 것으로 안다"면서 "사업 구상 차 일본을 방문해 정주영 명예회장 제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출장은 맞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범현대가의 상징적 행사이자 결속력을 보이는 그룹 창업주의 제사에 맞춰 사업구상을 위해 일본으로 2박 3일 출장을 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게 현대가 안팎의 반응이다. 해마다 참석했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제사에 불참하면서까지 정몽규 회장이 일본에서 무슨 사업을 구상했는지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 정세영 명예회장(왼쪽)과 그의 외아들 정몽규 회장은 1999년 이후 현대산업개발로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 더팩트DB
고 정세영 명예회장(왼쪽)과 그의 외아들 정몽규 회장은 1999년 이후 현대산업개발로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 더팩트DB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면세점 오픈과 관계된 일이냐는 질문에 "일본에서 (정몽규 회장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났고, 어떤 사업을 구상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도 "정몽규 회장이 일본에서 면세점 관련 사업을 구상했는 지 알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큰아버지 제사까지 챙기는 일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며, 일정이 겹쳐 사업 차 일본을 방문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사촌 형인 정몽구 회장 자택에서 지내는 창업주의 첫 제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의로 넘겨 준 현대차 경영권에 대한 불편한 감정?

정몽구 회장이 주도하는 한남동 시대 서막을 알리는 이번 제사에 정몽규 회장이 불참한 데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한남동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제사를 처음으로 지내는 것은 현대차 경영권은 물론 범현대가의 무게중심이 정몽구 회장에게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다"라면서 "과거 30여년 넘게 현대차의 초석을 마련한 정세영 명예회장(정몽규 회장의 아버지)과 그의 조카인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인 만큼 이런 상징성 강한 행사에 현대차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던 정몽규 회장이 참석하는 데 남모를 속앓이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실제로 1998년 12월4일 현대그룹은 정몽구 회장을 현대차와 기아차의 총괄회장으로 임명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대신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각각 이사회 의장과 부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게 했다. 비록 이듬해인 1999년 2월 열린 현대차 주총에서 정세영 명예회장은 4명의 새 경영진(상임이사)을 자기 사람으로 인선하며 반격을 꾀했지만, 결과는 정몽구 회장의 승리로 돌아갔다. 대신 정세영 명예회장 일가는 현대산업개발을 분할해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개척했다.

때문에 정주영 명예회장의 청운동 생전 자택이 아닌 정몽구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서 치러진 15주기 제사에 정몽규 회장이 참석하기가 껄끄럽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주영 명예회장 15주기인 21일 현대가 일가와 각 계열사 사장단 등은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에 있는 정주영 명예회장 묘소를 참배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2001년 3월 21일 타계했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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