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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일본 자동차는 국내시장에서 전년보다 4910대 더 많은 2만9003대를 팔았다. /더팩트 DB |
'수입자동차 천국' 한국과 '수입자동차 지옥' 일본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지난달 22일 일본 시마네(島根)현은 마쓰에시에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가 열렸고 아베 정부는 4년 연속 차관급 인사를 파견하면서 우리나라를 자극했다. 이날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계속해서 국내외를 향해 (다케시마 영유권을) 주장해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지난해 12월 한일 군 위안부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역사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3·1절을 앞두고 일본이 한국을 자극하면서 양국 사이에는 또다시 한랭전선이 깔리고 있다. 하지만 민간 부분으로 고개를 돌리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차에 대한 일방적인 애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는 국내시장에서 약 20% 급등했다. 반면 국내 자동차 업체는 일본시장에서 고전을 이어오다 설자리마저 잃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일본차는 2만9003대로 전년보다 4910대 더 많이 등록했다. 작년 한 해 총 24만3900대를 판매한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비중은 11.9%를 차지한다. 독일 브랜드가 포함된 유럽차가 80.9%로 압도적으로 높지만 7.2%의 미국차보다 일본차의 비중이 높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고 각 업체의 경쟁적인 프로모션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건 직후 일본차 업체들은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으며,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까지 더해져 판매량이 껑충 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유럽 자동차 브랜드와 품질면에서 뒤떨어지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 효율적인 면이나 고성능 면에서나 대등한 수준이다. 다만 판매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면 판매량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발을 디딜 틈조차 없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1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 진출했으나 2009년 영업소만 남겨두고 철수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가 일본시장에 판 차량은 2010년 1895대, 2011년 881대, 2012년 485대, 2013년 462대, 2014년 321대, 2015년 273대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
일본은 연간 500만 대의 완성차가 팔리는 거대한 시장이지만 혼다, 토요타, 닛산, 스바루, 스즈키, 미쓰비시 등 쟁쟁한 자국 브랜드가 많아 수입차 업체들의 진입이 쉽지 않다. 6%대의 수입차 시장마저도 유럽과 미국의 고급차가 선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엔·원 환율이 800원대까지 내려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상황은 최악의 수준이었다. 결국 일본 시장 판매 확대에 무리하게 나서는 업체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열도를 뒤흔든 '욘사마' 배용준을 모델로 내세우고도 일본에서 10년도 못 버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미지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국차는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짙게 깔려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사람들은 한국 자동차가 일본의 기술로 발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동차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일 자동차 무역수지 1억3075만2000달러 적자에는 한국의 일방적인 일본차 사랑이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