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순정' 주다영 "내일보다 오늘을 잘 살려고요"
  • 김경민 기자
  • 입력: 2016.02.29 05:00 / 수정: 2016.02.27 23:37

단단해졌어요 배우 주다영이 영화 순정으로 변한 연기관과 새로운 가치관을 이야기했다. /이덕인 기자
"단단해졌어요" 배우 주다영이 영화 '순정'으로 변한 연기관과 새로운 가치관을 이야기했다. /이덕인 기자

주다영, 터닝포인트 '순정'을 돌아보며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영화 '순정'은 23년 전 과거로 떠난 추억 여행에서 순수한 첫사랑과 우정을 되짚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때 그 시절 '걸크러쉬' 선구자가 있다. 털털하고 쿨한 성격에 배려심까지 갖춘 여자 친구들에게 더 인기 있는 여자 친구, 길자(주다영 분)가 그 주인공이다.

극 중 길자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수옥(김소현 분)을 위해 그닥 넓지 않은 등판을 내주고, 수옥에게 쏠린 남자 동무들의 관심에 질투는커녕 오히려 경쟁적으로 수옥을 아끼는 소녀다. 성별을 떠나 사람이 한 사람을 정말 아낄 때 우러나오는 진심을 보여주니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더팩트> 사옥을 찾은 주다영(21·본명 주아름)은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전남 고흥 '시골 소녀' 얼굴을 금세 벗었다. 길자의 수다기와 장난기 대신 진중하고 성숙한 여배우의 분위기가 묻어나왔다. 성격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고민도 많았고 눈물도 쏟았단다. 그래서 길자가 된 주다영과 주다영이 표현한 길자에겐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순정 위해 10kg 찌운 사연. 주다영은 순정에서 길자 역을 위해 몸무게를 10kg이나 조절했다. /이덕인 기자
'순정' 위해 10kg 찌운 사연. 주다영은 '순정'에서 길자 역을 위해 몸무게를 10kg이나 조절했다. /이덕인 기자

- 길자가 가지고 있던 볼살이 하나도 없네요.

'순정'을 촬영할 때 살은 10kg 정도, 너무 찌웠죠. 감독도 살이 찌길 바랐지만 전라남도 고흥에서 촬영하는데 음식이 정말 맛있더라고요. 하루에 네다섯 끼를 먹었어요.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요.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먹기 위해서 운동하는 거죠.

- 차진 사투리로 말하던 길자를 보다가 '도시녀' 주다영을 보니 색달라요.

3개월 동안 고흥에서 살다시피 촬영하면서 사투리가 베어 있는데 제가 제일 사투리를 못 해서 부끄러웠어요. 가만히 있을 때나 집중할 때 무표정으로 있거나 인상을 쓰면 오해를 많이 하더라고요. 첫 이미지가 차갑죠. 주변에선 제 메신저 말투도 로봇 같대요. 단답이거나 정말 웃기면 '히히.'라고 쓰거든요. 다윗이가 메시지 뒤에 무조건 'ㅋ' 네 개를 붙이라고 해서 아파도 '병원이에요ㅋㅋㅋㅋ'라고 보내고 있어요.

- 실제 성격과 캐릭터가 달라서 연기하기 힘들었겠네요.

길자를 연기하는 건 매 장면 관문이었어요. 연기적인 고민 이상으로 힘들었어요. 길자의 왁자지껄한 성격은 저와 너무 달랐어요. 연기할 때 치밀하게 계산하는 버릇이 있어요.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니까 액션을 모두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에 손동작 하나도 대본에 다 써놨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길자에게 접근하니까 망하더라고요. 생각 없이 느끼는 대로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였어요. 연기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고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 마냥 해맑은 캐릭터로 보였는데 연기하는 데 고민이 많았군요.

나를 이렇게 놓고 연기한 게 처음이었어요. 내 안의 나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본명인 주아름과 배우 주다영이 너무 다른 거예요. 길자로 저를 많이 깼어요.

제가 좀 답답해요. 감독은 '감정의 싹이 트면 베어낸다'고 하더라고요. 쌓아두고 잘 못 드러낸다고요. 화가 나도 정말 귀만 빨개지고 참거든요. 예전엔 걸어 다니는 해피바이러스였는데 점점 말수도 적어지더라고요. 성장하면서 제 보호를 하게 된 것 같아요.

길자 매력 포인트. 주다영은 길자의 순수하고 근본적으로 착한 심성에 끌렸다. /이덕인 기자
길자 매력 포인트. 주다영은 길자의 순수하고 근본적으로 착한 심성에 끌렸다. /이덕인 기자

- 그럼에도 길자에게 끌린 포인트가 있다면요?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 시나리오만 보고 많이 울었어요. 제 이미지가 차가워서 길자 역에선 배제됐는데 정말 원하는 역이었고 준비를 많이 했어요.

모든 사람이 수옥이만 바라보니까 길자는 서운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고 수옥이에게 더 애정을 과시하는 게 예쁘고 착하잖아요.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소현이보다 언니여서 더 챙겨줬어요. '언니부심'이 있어요. 그래도 다른 사람이 수옥이를 사랑하는 만큼 감독이 정말 사랑해줘서 행복했어요.

- 동료 배우들끼리 모여서 재밌는 에피소드나 애드리브도 많을 것 같은데.

감독이 작정하고 웃기려고 한 장면은 다 실패했어요(웃음). 대신 애드리브가 많았어요. 비밀리에 미션들이 많았어요. 몰래카메라가 많아서 긴장했어요. 아침에 분장하고 있으면 감독이 올라와서 배우들을 한 명씩 데리고 산책을 가요. 그때 미션을 주는 거죠. 어느 정도 촬영하고 나선 다들 산책하기 싫다고 피했어요(웃음).

극 중 박정민과 실제로 입을 맞춘 건 애드리브였는데 촬영 후에 박정민한테 혼났어요. 박정민이 너무 놀라 세게 밀쳐서 그 촬영분은 못 썼어요. 연준석은 이상한 개그를 해요(웃음). 연락이 오면 제 휴대전화에서 빛이 반짝거리는데 그걸 보고 '네가 샤이니야?'라고 한다든가. 우리만 재밌는 거죠, 하하. 많이 말했는데 다들 기사로 안 쓰더라고요?

- 촬영이지만 정말 죽마고우와 행복하게 사는 느낌이었겠어요.

연도상으로 다른 세계였지만 그때 그 감정, 우정이나 사랑은 변함없잖아요. 제2의 학창시절을 보낸 느낌이에요.

캠퍼스 커플이요? 대학교와 연관검색어에 나오는 일들은 하나도 없었어요. 결혼에 대한 로망이 커서 캠퍼스 로망은 딱히 없어요. 어떤 남자를 만나 어디에 살고 아기를 몇 명 낳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생각해놨어요. 이상형은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 됨됨이가 된 사람이요.

주다영의 각오. 주다영은 고민보다 행복한 시간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을 되새겼다. /이덕인 기자
주다영의 각오. 주다영은 고민보다 행복한 시간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을 되새겼다. /이덕인 기자

- 데뷔한 지 벌써 14년 차 배우로서 지난 시간을 생각해본다면요.

힘든 게 무섭진 않아요. 멘탈이 강해졌어요. 친구와 계획 없이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절 많이 돌아봤어요. 어떤 시련이 와도 진실은 밝혀질 거란 생각이 들고 넘어져도 오뚝이같이 일어서도록 더 단단해졌어요.

사람들이 절 단단하게 만들어줘요. 행복 찾기도 바쁜데 문제에 얽매여 있어 봤자 해결될 것도 없고 시간이 답이죠. 내일도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오늘 잘 살도록 노력해야죠. '순정'을 촬영할 때 정말 많이 무너졌어요. 숨어서 많이 울거나 혼자 끙끙 앓았어요. 숙소에 와서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했죠. 지금을 즐기라고 해서 즐기고 있어요.

아버지가 연기를 많이 반대해서 공백기가 길었어요. 평범하길 원했어요. 그런데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고 21살부터 제대로 연기 활동을 하고 있죠. 아역에서 성인 넘어가는 시기에도 힘든 건 없었어요. 앞으로 영화 '도둑들'의 예니콜 같은 액션 연기나 로맨틱 코미디, 하이틴 로맨스도 하고 싶어요.

순정 주다영. 주다영은 순정에서 엄마 같은 배려심과 털털한 성격을 지닌 길자 역으로 분했다. /이덕인 기자
'순정' 주다영. 주다영은 '순정'에서 엄마 같은 배려심과 털털한 성격을 지닌 길자 역으로 분했다. /이덕인 기자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