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 출전에 중계차 7대, 30여 명 취재진 몰려
[더팩트ㅣ탄천종합운동장 = 이성노 기자] 만 11세 피겨 신동의 출현에 탄천종합운동장이 들썩거렸다. 팬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졌던 전국동계체육대회였지만, '포스트 김연아'라 불리는 유영의 출전에 탄천 빙상장은 국제 대회 못지않은 열기를 자랑했다.
봄을 떠올리게 하는 따듯한 날씨. 3일 성남종합운동장에 있는 탄천빙상장엔 방송 중계차부터 수십 명의 취재진, 그리고 관중석을 매운 팬들까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쇼트트랙 국가 대표팀 총출동한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치러진 전국동계체육대회보다 더 많은 인파였다.
무엇이 이들을 빙상장으로 인도했을까. 주인공은 '피겨 신동' 유영(11·문원초)이었다. 제9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경기도 대표로 초등부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하는 유영을 보기 위해 빙상장은 오전부터 들썩거렸다. 빙상장 앞에는 중계를 위한 방송 차량만 7대 이상이 있었고, 관중석엔 취재진, 학부모뿐 아니라 일반 팬들까지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중등부 경기가 끝나고 유영이 출전하는 초등부 선수들의 연습이 이어지자 빙상장 열기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10여 대의 취재진 카메라는 유영의 동선에 따라 움직였고, 관중석에 자리한 팬들 역시 저마다 휴대 전화를 꺼내 사진과 영상을 촬영에 바빴다. 어머니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한 어린아이는 "워밍업 시간인데도 장난 아니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날 유영은 초등부 쇼트프로그램 A조 첫 번째 선수로 연기를 시작했다. 특유의 감성 넘치는 얼굴로 경기를 시작한 유영은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하지만 이후 점프에서 회전수를 채우지 못했고, 불안정한 착지로 기술 점수에서 고득점 획득에 실패했다. 4명이 겨룬 A조 경합에서 기술점수(TES) 29.72점에 예술점수(PCS) 23.23점을 얻어 합계 52.94점으로 김예림(59.45점·군포양정초)-임은수(서울응봉초·58.31점)에 이어 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유영의 팬이자 교육계에 몸담고 있다는 김남규(30·경기도 분당) 씨 역시 유영의 움직임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김 씨는 "고등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있다. 오늘(3일) 시간도 남고 가까운 곳에서 유영의 경기가 있다고 해서 경기장을 찾았다. 초등부 경기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 놀랍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영이 예상외로 부진한 성적을 내자 김 씨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부담이 된 것 같다"는 김 씨는 "유영은 우리 모두가 지켜줘야 할 유망주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볼 때 지나친 관심과 언론 보도는 자칫 선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유영을 바라봤다. 이어 마지막으로 "경기를 보니 유영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더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선수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영은 '포스트 김연아(25)'로 불리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제70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니어에선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만 11세 8개월 만에 정상에 오른 유영은 김연아를 제치고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일약 '피겨 신동'으로 떠올랐다.
비록 이날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유영 파워'를 실감할 수 있었던 성남탄천종합운동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