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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삼성의 아름다운 축하·이재용의 '실용주의'…'달라진' 삼성을 말하다
입력: 2015.11.03 06:12 / 수정: 2015.11.03 12:29
재계 서열 1위 삼성이 버릴 것은 버리고,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더 큰 도약에 나서고 있다. / 더팩트 DB
재계 서열 1위 삼성이 '버릴 것은 버리고,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더 큰 도약에 나서고 있다. /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모든 분야에서 '초일류'를 강조해 온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선두로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일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기업의 성장을 이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등 주의'가 그룹 성장의 밑거름이었다면, 이제는 '버릴 것은 버리고,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그룹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장드라이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이날 두산의 승리로 '5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대기록 달성에 실패한 삼성이지만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3루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두산의 우승 세리머니를 끝까지 지켜보며 아낌없는 박수와 축하를 보냈다.

상대 팀의 값진 우승 못지않게 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긴 삼성 선수단의 스포츠맨십은 '1등 주의'에 국한하지 않고, 그룹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재용식 경영'과 닮아있다.

두산의 우승 세레모니를 끝까지 지켜보며 축하를 아끼지 않은 삼성 선수단의 스포츠맨십은 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 최용민 기자
두산의 우승 세레모니를 끝까지 지켜보며 축하를 아끼지 않은 삼성 선수단의 스포츠맨십은 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 최용민 기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1990년대 초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경영실적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 등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노력은 오늘날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한 근간이 됐다.

이건희 체제의 '일등주의'로 성장궤도에 안착한 삼성은 이제 '실용주의'라는 두 번째 성장엔진을 달고 더 큰 성장을 향한 변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의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사실상 그룹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국내외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며 그룹의 얼굴을 자처,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 온 이재용 부회장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그룹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며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변화의 움직임은 사업구조의 재편이다.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 2조 원 규모의 대규모 빅딜을 성사시킨 이재용 부회장은 이후 1년여 만인 지난달 30일 삼성SDI의 화학사업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에 3조 원에 매각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이로써 삼성은 그룹 내 화학 계열사를 모두 정리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그룹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며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그룹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며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평소에도 모든 분야에서의 1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전자, 금융, 건설 및 중공업, 서비스 등 삼성이 잘할 수 있는 전공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의 더 큰 변화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 이후 그룹 경영의 정점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이 1년 새 5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는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사실상 이재용 체제 전환 이후 첫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변화는 '소통'이다. '이재용의 삼성'을 과거의 삼성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외부와 스킨십이다. 지난달 29일과 30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1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와 삼성물산의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 소식 등 전례 없는 주주친화정책은 이재용 부회장 특유의 '부드러운 소통'을 바로 보여주는 사례이자, 삼성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다.

그간 삼성은 주주들에 대한 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잇달았지만, 뚜렷한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대응법은 달랐다. 주주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듣고, 이들의 요구에 적극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하며 주주들의 신임과 신뢰를 얻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경직된 재벌가의 문화를 과감히 벗어던진 이재용 부회장의 스타일 역시 실용주의와 일맥상통한다.
경직된 재벌가의 문화를 과감히 벗어던진 이재용 부회장의 스타일 역시 '실용주의'와 일맥상통한다.

경직된 재벌가의 문화를 과감히 벗어던진 이재용 부회장의 스타일 역시 '실용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이 부회장은 평소 국외 출장 때 민항기를 이용할 수 있다면 전용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출장 때 주로 일반 항공기를 이용한다.

실제로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 삼성은 지난 9월 보유 중인 B737 2대, BD700 1대 등 전용기 3대와 전용헬기 6대를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항공에 각각 매각하는 방안을 내놨따. 뿐만 아니라 지난 8월에는 백부 이맹희 CJ 명예회장을 조문하는 과정에서 주위에 전혀 알리지 않고 수행비서도 없이 단독으로 범 삼성 가족 애사를 챙긴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 것은 물론 지난 6월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그룹을 대표해 공개 사과에 나서 '책임 경영'을 실천해 주목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이 한 관람객이 악수를 요청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흔쾌히 악수를 하며 관람객의 요청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 최용민 기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이 한 관람객이 악수를 요청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흔쾌히 악수를 하며 관람객의 요청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 최용민 기자

일반과 허물없는 소통 역시 이재용 부회장만의 스타일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지난 29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이 한 관람객이 이재용 부회장 앞으로 다가가 악수를 요청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지만, 이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흔쾌히 악수를 하며 관람객의 요청에 웃음으로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주고 있는 경영 행보는 20여년 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는 또 다른 방식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사업재편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도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그룹 계열사의 대대적인 정리와 주주친화정책 등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내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에 입각한 삼성의 변화가 앞으로도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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