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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취재기] '귀걸이 갯수'만 확인한 임상민 국감, 왜 불렀나?
입력: 2015.10.11 08:57 / 수정: 2015.10.11 11:12

임상민 대상그룹 상무가 8일 오후 4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임상민 대상그룹 상무가 8일 오후 4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껍데기 뿐인 국정감사, 아무것도 모르는 오너 일가

"그래서 오는거야, 안 오는거야. 실질적으로 관련이 없는데 올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대상 후계자나 다름없는데 오겠지."

임상민 대상그룹 상무의 종합감사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국회 5층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행정실 앞은 사람들의 궁금증으로 설왕설래했다. 임상민 상무는 대상그룹의 실질적 후계자로 '깔끔한'미모의 여성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경영 능력과 상관없이 언니인 임세령 상무 덕에 다른 차원에서 세인의 눈길을 먼저 끌었다. 언니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관계는 물론 언니가 특급 연예인 이정재 씨와 '긴밀하다'는 보도가 전해질 때마다 임상민 상무는 본의 아니게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지금은 대상홀딩스의 지분 36.71%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대상그룹 차기 오너의 자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런 그가 8일 국정감사 마지막날,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부름을 받았다. 대상그룹 자회사인 대상베스트코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때문이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그를 증인으로 세워 책임을 물을 작정이었다.

증인 출석으로 예정된 오후 4시가 가까워졌다. 정확히 오후 3시 35분께다. 임 상무를 기다리던 취재진이 행정실 앞 의자에 잠시 몸을 기대고 있던 찰나, 멀리서 한 여성의 당당한 발걸음이 눈에 띄었다. 단정하게 낮게 내려 묶은 머리에 한듯 안 한듯 옅은 화장이 깔끔하다. 하얀 티셔츠에 체크 무늬 자켓, 검은 정장바지 그리고 높지 않은 구두까지 화려하지 않은 차림은 마치 여대생을 보는 기분이다. 그러나 그의 귀에 빛나는 세개의 귀걸이와 발등의 타투까지 젊은 세대의 매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풍기는 분위기는 다르다. 옆과 뒤를 줄지어 따르는 중년의 남성 무리,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임상민 대상그룹 상무가 틀림없다.

임상민 상무는 이어지는 질의에 담당 영역이 아니라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상민 상무는 이어지는 질의에 "담당 영역이 아니라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상민 대상 상무님 되십니까." 그의 등장에 복도 멀리서 국회 관계자 목소리가 울린다. 그 여성은 "네"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대기실로 향한다. 그렇게 기다리던 임상민 상무가 확실했다. 대기실에 있던 그는 10여 분 뒤 회의 속개를 위해 밖으로 나와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내에 따라 회사 관계자들로 보이는 이들과 자리에 앉았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잠시 정면을 응시했다가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허리를 꼿꼿히 세운 채 한치의 흐트럼 없는 정갈한 자세다.

이윽고 회의가 속개되고 곧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 순서가 다가왔다. 백 의원은 나즈막한 목소리로 임 상무를 불렀다. 그리곤 질의에 식자재 유통업의 전체 산업 규모와 성장세를 언급하며 해당 내용을 숙지했는지부터 확인했다. 아이러니한 질의다. 증인으로 불러세웠다면 해당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부르는 것이 아닐까.

임 상무의 답변도 뜻밖이다. "네,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나 (이날을 위해) 많이 공부했다"는 게 그의 답이다. 힘이 쭉 빠진다. 불 보듯 뻔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겠구나 예상이 드는 순간이다. 예상은 절묘히 맞아들었다.

백 의원의 질문은 그간 논란이 된 사항에 대한 내용들이었고 그때마다 임 상무는 "베스트코는 전문 경영인이 임원을 맡고 있어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에 자세한 사항을 모른다"고 답했다. "노력하겠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짧고 명료히 대답하고 있지만 힘 없이 느껴진다.

이날 종합감사는 송곳같은 질문도 명료한 답변도 들을 수 없는 자리였다. 임 상무를 대체 왜 이 자리에 불러 세웠는지 의문만 가득하다. 단지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책임을 묻고자 증인으로 채택했다면 시간 낭비인 것밖에 되지 않는다.

임상민 상무는 1시간 30여 분 자리를 지키다 퇴장했다.
임상민 상무는 1시간 30여 분 자리를 지키다 퇴장했다.

그렇게 약 1시간 30여 분이 지났다. 자리를 지키던 임 상무가 동행한 관계자들과 퇴장했다.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내쉰다. "괜찮다. 대답 잘했어. 괜찮다" 곁을 지키던 한 중년 남성이 그를 토닥인다. 임 상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걸음으로 국회의사당 본관을 빠져나간다. 그의 발걸음이 어딘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대상그룹이 임 상무의 증인 채택에 난처해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실제로 임 상무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전략기획팀 임원으로 있는 사람이 자회사의 운영 사항을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단지 앞으로 대상을 이끌어갈 후계자로 예상된다는 이유로, 대상베스트코의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기에 혹은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이 어불성설이다.

매번 비난받는 껍데기뿐인 국정감사가 다시 한번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라면 업무와 관련 없는 사람을 불러세우기 보단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약속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을 내세우는 것이 어떨까.

[더팩트| 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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