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난 사실 기자다①] 연예인 꽁무니를 쫓아라? 현실은요
  • 정진영 기자
  • 입력: 2015.01.24 07:00 / 수정: 2015.01.25 22:02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 프롤로그

한 명의 남성이 방송국 로비 의자에 앉아 있다. 커피를 마시는 척 하지만 사실 그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시선의 끝에는 선글라스와 모자로 무장했지만 누가봐도 톱스타인 A양이 있다. A양은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한다. 얼핏 "그건 실수였어. 내가 죽인 게 아니라고!"라는 말이 들린다.

남자는 눈을 빛내며 A양에 다가가 명함을 건넨다. "나 XX일보 누군데요." 화들짝 놀란 A양,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기자님 저랑 손잡죠. 제가 대신 B양 특종 하나 드릴게요"라고 제안한다. 다시 남자의 눈이 빛난다.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간다.

드라마나 영화 속 기자들 가운데는 극단적으로 비열하거나 정의로운 이들이 많았다. /KBS2 골든 크로스, 힐러 캡처
드라마나 영화 속 기자들 가운데는 극단적으로 비열하거나 정의로운 이들이 많았다. /KBS2 '골든 크로스', '힐러' 캡처

◆ '비열하거나 정의롭거나'

많은 영화나 드라마는 기자를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묘사한다. 특종에 미쳐 악인과 손을 잡고 주인공의 뒤를 집요하게 캐거나, 혹은 차에 치이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끝까지 진실을 캐내려 애쓰거나.

최근 SBS 드라마 '피노키오'와 KBS2 '힐러' 등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이 잇따라 안방극장을 찾았다. 주인공의 편, 혹은 그 반대 입장에 선 감초쯤으로 취급됐던 기자들이 이야기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실제 기자들의 삶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취재실에 다닥다닥 붙어서 쪽잠을 자고, '마와리(사쓰마와리 - 察( さつ-살필 찰 ) 廻(まわる-돌 회 )의 준말. 돌면서 관찰한다는 일본어. 수습기자에게 경찰서를 순회하며 취재하고 기사를 쓰도록 한다는 뜻)'를 돈 뒤 기사 야마(기사의 주제나 핵심을 이르는 은어)를 보고하고, 온갖 코스튬을 넣고 다니며 잠입 취재를 하는 와중에도 '훈남훈녀'와 연애까지 하는 '기자인 듯 기자 아닌 기자 같은' 미디어 속 기자들의 삶은 현실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 '연예부 기자도 기자냐'고 묻는 당신에게

특히 어디 가서 언론인이라고 했다간 코웃음만 당하기 십상인 연예부 기자들의 24시간에 초점을 맞췄다.

2015년 현재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 한때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취급됐던 음악 밴드나 자녀들의 결혼 상대자로 기피대상이었던 연예인들은 이제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됐다.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만큼 언론사 연예부의 규모도 커졌다. 미디어 환경이 지면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며 수많은 신생 언론사들이 생겨났고, 이들 대부분이 연예 기사를 조회 수를 높이는데 사용한다. 조회 수란 곧 누리꾼들의 관심 정도를 대변하는 수치인 만큼 이는 연예계에 대해 대중이 얼마나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예 면은 정치 경제 사회보다 한없이 아래로 여겨진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리뷰에는 '감상문 쓰고 있네'라는 댓글이 달리고, 특정 연예인과 관련된 내용이 집중 보도되면 '분명히 뒤에서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 이슈나 큰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연예부 기자들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다. '시국이 이런데 이딴 기사를 쓰고 싶냐'는 게 요지다.

기자들을 비난하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댓글은 이제 어느 곳에서나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연예 기사에 달린 포털 사이트 댓글 캡처
기자들을 비난하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댓글은 이제 어느 곳에서나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연예 기사에 달린 포털 사이트 댓글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부 기자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현장으로, 혹은 회사로 출근하고 기삿거리를 찾는다. 톱스타가 열애를 하면 이는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주식 시장을 흔들며, 또 그 연예인으로 인해 밥 벌어 먹는 모든 사람들의 생계에도 긴밀한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에겐 연예계 사건사고가 단순한 술자리 안주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생계가 걸린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물론 대중에 지속적으로 술자리 안주를 제공해주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오락 역시 환경 감시, 정보 제공, 여론 형성 등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여러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 제작 발표회부터 미디어데이까지…

누군가에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누군가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가장 발 빠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연예부 기자들은 여러 현장을 누빈다. 정치부 기자에게 국회가, 경제부 기자에게 기업과 관련 단체가 현장이고 출입처라면 연예부 기자들에게는 방송사 영화관 공연장 경찰서 법원 등이 현장이다.

VIP 시사회부터 제작 발표회, 공항, 법원, 경찰서, 패션쇼 장 등 연예부 기자의 현장은 다양하다. /이새롬 기자
VIP 시사회부터 제작 발표회, 공항, 법원, 경찰서, 패션쇼 장 등 연예부 기자의 '현장'은 다양하다. /이새롬 기자

사건사고의 핵심을 담은 스트레이트 기사부터 대중의 작품 선택을 돕기 위한 리뷰, 첫 방송이나 개봉을 앞둔 작품에 대한 소개, 독자들이 미처 가보지 못 한 곳의 분위기를 전하는 현장 스케치, 현재 가장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실시간 검색어 관련 기사까지 연예부 기자들은 하루에 수십 개에서 많게는 100여개가 넘는 기사를 작성한다. 인터뷰도 연예부 기자의 주요 일정 가운데 하나다.

작품의 뚜껑을 열기 전에 제작 발표회가 열린다면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미디어데이가 있다. 배우와 감독 관계자 등이 참석해 촬영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볍게 풀어놓는 자리다. 대개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자리라 인터뷰 때와 달리 가볍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오간다.

여기에 첫방, 종방, 연말 시상식, 결산 기사도 빼놓을 수 없다. 연말 시상식에서 누가 상을 받고 어떤 소감을 남겼는지, 한 해 동안 연예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야 하기에 연예부 기자에게 연말은 가장 고되고 힘든 시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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