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공항 = 이성노 기자] "기뻐할 수만은 없다. 안타깝다."
극적으로 브라질 땅을 밟게 된 박주호(27·마인츠)가 대표팀 미국 전지훈련 출국을 앞두고 한 말이다.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기쁨은 볼 수 없었다. 부상으로 아쉽게 월드컵 명단에서 탈락한 후배를 걱정하고 있는 듯 오히려 무거운 마음이 느껴졌다.
박주호는 30일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떠나는 대표팀의 일원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 수많은 취재진의 시선과 카메라는 일제히 박주호에게 향했다. 전날 더딘 부상 회복을 보인 김진수(22·알비렉스 니가타)를 대신해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주호의 얼굴은 생각만큼 밝지 않았다.
박주호는 출국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선 승선에 대한 기쁨보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탈락한 (김)진수에게 미안하다. 후배의 기분을 잘 알기 때문에 안타깝다"며 후배를 먼저 생각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의 얼굴에 진심이 묻어나왔다. 누구보다 김진수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 박주호다. 그 역시 '부상'에 발목 잡혀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봉와직염으로 2013~2014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지난달 28일 조기 귀국해 치료에 전념해 왔다. 하지만 부상 부위가 100% 완치되지 않아 23인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하며 뒤늦게 브라질행이 확정된 박주호는 몸 상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조깅이나 축구화를 신고 운동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말한 그는 "홍명보 감독님을 비롯해 코칭 스태프들이 꾸준히 부상 부위를 체크해줘 빠르게 회복했다"며 "정상적인 몸은 아니지만 훈련에 참가 할 수 있는 정도다"고 설명했다.
힘들어하고 있을 후배 생각이 떠나지 않는 듯 시종일관 무거운 얼굴도 취재진과 마주한 박주호지만, 생애 첫 월드컵에 대한 기대는 숨기지 못했다. "어렵게 합류한 만큼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된다"고 입을 연 박주호는 "시즌 때 좋았던 100% 경기력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남은 기간 좋았을 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 팀에 이바지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선배로서 후배의 아픔을 함께 나눈 박주호다. 대표팀 출국을 하루 앞두고 생애 첫 월드컵 출전 꿈을 이뤘지만, 환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부상'이란 암초에 엔트리 탈락의 고배를 먼저 마셨던 박주호는 누구보다 김진수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박주호의 얼굴이 밝지 않았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