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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왼쪽부터)가 그룹 계열사 대표자리에 올랐다. /더팩트 DB |
[신진환 기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삼남매'인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기내서비스, 호텔사업부문 총괄)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경영전략 및 영업총괄),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그룹 계열사 대표자리에 올라섰다. 이를 두고 한진家의 3세 책임경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책임경영 결과에 따른 그룹 경영 승계 구도도 보다 선명하게 그려질 것으로 재계에서는 내다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9일 한진관광의 대표이사로 등기됐다. 따라서 한진관광은 권오상 대표 체제에서 조현아-권오상 각자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조현아 부사장은 한진관광 외에도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한진관광은 한진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한진관광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사실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2009년 3월부터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경영실적은 좋지 못했다. 프리미엄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한진관광은 지난해 매출액 259억 원, 영업손실 24억 원을 기록해 결국 적자로 마감했다.
조현아 부사장의 책임경영은 더 험난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관광·레저 사업이 흑자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인천시와 왕산마리나를 조성하고 있다. 총 사업비 1500억 원 가운데 1333억 원을 투자했다. 이 사업을 맡은 회사가 조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왕산레저개발인데, 대한항공은 지난 3월 140억 원, 2012년 3월엔 300억 원을 출자했다. 1분기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대한항공이 부담에 시달리고 있어 현재로선 영업적자 지속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조현아 부사장의 경영능력은 어려움 속에서 빛을 발할 때가 많기 때문에 노련하게 잘 극복할 것이라는 분석도 그룹안팎에서는 나온다. 실제로 조 부사장은 그룹 전반에 불어닥친 적자에도 칼호텔네트워크는 흑자경영을 이어가며 어려움에 빠진 그룹에 힘을 보탰다.
앞서 지난달 21일 정기 주총에서 당시 조원태 대한항공과 한진칼 부사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체제 핵심인 한진칼이 장남 품으로 돌아가면서 후계구도 굳히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재계내에서 나온다.
7개의 자회사를 두고 주 영업수익이 임대사업과 상표권사용 등으로 구성된 한진칼은 그룹의 지주회사로 그 비중은 매우 크다. 따라서 삼 남매 가운데 후계자 승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 역시 지난 2월 정석기업 대표이사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매매와 임대업, 건물관리, 용역업을 맡은 정석기업은 앞으로 한진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풀 수 있는 핵심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조현민 전무의 정석기업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그룹보다 사정이 낫다. 정석기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538억2200만 원, 영업이익 155억4300만 원, 당기순이익 133억17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에 비해 매출액은 3.9%,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4.9%와 11.2% 오른 것이다. 여기에 716억2300만 원이던 부채는 지난해 652억3500만 원으로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253.3%에서 222.2%까지 낮아졌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우, 아직 경영 승계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데에 대체로 고개를 끄덕인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가 3세들이 한진그룹의 핵심인 3개의 지주회사의 지분율이 미미한 수준이다"라며 "따라서 현재의 지분을 기반으로 경영권을 승계받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진가 3세들이 경쟁적인 상대가 아닌 각 계열사의 대표로서 책임경영 단계를 밟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열사 대표로서의 경영능력 시험 결과에 따라 그룹 승계 구도 밑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