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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재단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가족들에게는 두둑한 배당금을 챙겨주고, 자녀 승계는 없다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원 안)이 2세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더팩트DB |
[ 오세희 기자] 증권업계 큰손으로 알려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평소와 다른 상반된(?)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년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재단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가족들에게는 두둑한 배당금을 챙겨주고, 자녀 승계는 없다던 그가 2세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진두지휘하는 박 회장은 '연봉'공개를 하지 않는 미등기 임원이라는 점도 구설수 요소다.
◆ 금융권 기부 큰손, 연봉공개는 안돼?
지난달 연 5억 원 이상을 받는 기업 임원의 보수가 처음 공개되면서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는 단연 박현주 회장이었다. 박 회장이 재계 순위 33위의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등을 비롯한 보유 주식 가치로 100대 그룹 총수 가운데 12위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박 회장은 비상장 계열사 3곳의 주식으로만 자산가치가 1조156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박 회장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상장된 주력계열사 중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이 없다. 박 회장은 후계구도의 핵심으로 통하는 미래에셋컨설팅에도 임원으로 등재돼 있지 않다. 비상장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등기이사만 맡고 있어 연봉 공개를 피했다.
다만 미래에셋생명은 최현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에게 지난해 9억2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의 보수는 급여 6억9000만 원, 업무추진비 2억1200만 원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최대주주로 경영권만 행사한 채 연봉 공개 의무에서는 벗어났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실제로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19%,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48.6%,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8.7%를 보유해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등 미래에셋 계열사들을 지배 중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배려가 있는 자본주의’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설립하고, 4년 연속 배당금을 기부해 왔다. 박 회장은 배당금 152억 원을 재단에 환원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오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책임있는 경영자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를 뒀다는 지적도 증권가에서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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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은 박 회장이 48.63%를 갖고 있으며, 부인 김미경 씨가 10.24%, 박 회장 자녀 세 명이 각각 8.19%를 갖고 있다. /출처=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 |
◆ 가족들이 지배하는 미래에셋금융그룹 지배구조 '눈총'
박 회장의 부인 김미경 씨 역시 재계 알아주는 자산가로 통한다.
김미경 씨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 주식으로 94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43개 그룹 계열사 주식자산 100억 원 이상의 총수 배우자 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부인 김영식 씨,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부인 곽숙재 씨에 이어 4위다.
배당금 역시 두둑하게 챙겼다. 김미경 씨는 미래에셋운용 지분 3.24%를 보유하고 있어 지난 2010년에는 9억여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
자수성가형 오너로 자녀에게 증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혀온 박 회장이지만, 최근에는 2세 경영 구조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박 회장의 장녀 하민(25)씨는 지난해 8월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에 입사한뒤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투자부문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민 씨는 서울 을지로 본사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출근해 부동산투자 업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법인으로 입사했지만 일종의 파견 형식으로 서울과 홍콩을 오가며 일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의 미래에셋컨설팅 지분구조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은 박 회장이 48.63%를 갖고 있으며, 부인 김미경 씨가 10.24%, 박 회장 자녀 세 명이 각각 8.19%를 갖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주식 100%, 미래에셋자산운용 32.81%,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14.14%를 갖고 있는 회사로 그룹 핵심 계열사를 잇는 사실상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캐피탈 지분을 늘려 2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격인 미래에셋컨설팅을 박 회장을 비롯해 직계 가족들이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증권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박 회장의 경영구조를 두고 "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국내 어느 그룹이상으로 강력하다"고 에둘러 꼬집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자녀승계 기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컨설팅을 중심으로 체제 개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에도 캐피탈 지분을 인수하는 등 보유 주식수를 늘리고 있다"며 "회장 일가(특수관계인 포함)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컨설팅사를 핵심으로 그룹 경영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냐. 결국 2세 경영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자녀의 입사가 2세 경영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어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것 뿐이다. 회장님 연세도 2세 경영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미래에셋컨설팅 역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로 오인될 수 있지만, 각각 계열사가 각자 영업을 하고 있다. 보유 주식 역시 회사가 크기 전부터 계속해서 갖고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ehee109@tf.co.kr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