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의 눈] '찌라시'는 틀렸다! 한글 망치는 '잘못된 영화-드라마 제목'
  • 박대웅 기자
  • 입력: 2014.02.19 07:30 / 수정: 2014.02.19 10:16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이 한글 맞춤법에 어긋나는 오기로 논란을 빚고 있다. /최진석기자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이 한글 맞춤법에 어긋나는 오기로 논란을 빚고 있다. /최진석기자

[ 박대웅 기자] 퀴즈! 다음 중 한글 맞춤법이 올바른 것을 고르시오.

① 찌라시 ② 지라시 ③ 모두 정답 ④ 모두 오답.

정답은 '② 지라시'다. 지라시(ちらし) '뿌리다'라는 뜻의 동사 '지라시즈(ちらす)'에서 나온 단어로 고지엔 일한사전에 소개된 10가지 뜻 중 첫 번째가 '뿌리는 것'이며 두 번째가 '광고를 위해 배포하는 인쇄물'이다. 흔히 '찌라시'라고 하나 이는 잘못된 발음이자 표기다. 지라시는 대중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배포하는 쓸모없거나 선정적인 광고를 말하며 최근에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담은 인쇄물이라는 뜻으로 더욱 알려졌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증권가를 중심으로 유포되던 지라시는 최근 몇 년 사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며 근거 없는 루머를 양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연예인 등 공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지라시'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상영예정작임에도 예매점유율 5.5%(18일 영화진흥위원회 발표 기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 때문이다. 결국 '찌라시: 위험한 소문'은 '지라시: 위험한 소문'으로 써야 올바른 셈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서 '한글 파괴'가 구설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2년 12월 19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반창꼬'는 상처 난 자리에 붙이는 '반창고'를 일부러 '반창꼬'라고 표기해 한글운동단체의 반발을 샀다. 한글운동단체들은 영화 제목이 공공의 이익과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며 우리 말과 글이 외국 말과 말투에 밀려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창작의 자유를 내세워 우리 말과 글을 파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같은 해 10월 방송한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는 '차칸남자'로 제목을 붙여 논란을 빚었고, 결국 '착한남자'로 바로잡았다.

가요도 마찬가지다. 그룹 빅스는 '대단하다. 너'를 소리 나는 대로 쓴 '대.다.나.다.너'로 제목을 붙여 비판을 받았고, 허각의 노래 '넌 내 것이라는 것을'의 표기가 '넌 내꺼라는 걸'이라고 되어 논란을 빚었다. '맞춤법 파괴'가 직접 등장한 사례도 있다. '니'는 '네'로 표기하는 것이 맞지만 지드래곤은 지난해 '니가 뭔데'라는 제목의 곡을 발표했다. 또 지드래곤이 탑과 함께 부른 '뻑이 가요'는 '자뻑', '뻑간다' 등의 속어를 그대로 사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에 비하면 '임'을 '님'으로 잘못 쓴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와 노사연의 '님 그림자'는 애교(?) 수준이다.

한글하면 떠오르는 명사들이 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 언문일치를 주장한 '서재필'과 '독립신문', 온 몸을 바쳐 국어를 연구한 '주시경', '한글학회 창립', 일제 치하에서 맞춤법을 제정하고 표준어를 사정하며 우리말 큰 사전 편찬의 기틀을 마련한 '조선어학회 사건', 국문학 연구의 개척자 '양주동' 등이다. 이들 모두 격변하는 시기 국어를 바로 새워 새 시대를 열고자 했다. 이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은 지나간 역사가 말해준다.

'한글'이라는 말을 만드는 등 한글 연구에 헌신한 주시경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나라가 잘 되고 못 되는 열쇠는 그 나라의 국어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있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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