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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턴수첩] 고속도로 통행료 하이패스·현금만 결제…이용자 불편 눈감은 도로공사
입력: 2014.02.04 17:49 / 수정: 2014.02.04 17:49
고속도로 통행료 결제를 하이패스와 현금으로만 제한해 운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이같은 문제가 계속 제기됐지만 크게 개선된 사항은 없다. / 더팩트 DB
고속도로 통행료 결제를 하이패스와 현금으로만 제한해 운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이같은 문제가 계속 제기됐지만 크게 개선된 사항은 없다. / 더팩트 DB

[더팩트 l 송형근 인턴기자] '학습효과'란 반복적으로 같은 업무를 하게 될 때 이전의 문제점을 깨닫고 효율적인 수단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도가 아니더라도 '학습효과'에 대해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정도로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는 수년간 톨게이트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불평불만을 들어 알면서도 '학습효과'가 무색하게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설 연휴 하루 평균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하루 최대 471만 대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2010년 이래 설 연휴 가운데 최대다. 평상시 고속도로 이용 차량이 200만 대가 넘지 않는 걸 고려해 볼 때 귀성·경 차량의 상당수는 하이패스 카드나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김관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하이패스 단말기 등록 수는 883만 건, 이용률은 56%이다. 약 40%가 아직 하이패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국에 있는 톨게이트의 절대 다수는 통행료를 하이패스 외에는 오직 현금으로만 받는다. 이 때문에 귀성·경 행렬이 이어진 전국의 톨게이트 곳곳에서는 통행료 결제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거나 현금을 거슬러 주며 통행이 지체되기도 해 운전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통행이 지체되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번 설 연휴 하루 평균 40만 대 이상이 오간 서울-부산 구간은 왕복할 경우 3만76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만일 해당 구간을 이용하는 운전자가 하이패스 장비나 카드가 없다면 영락없이 4만원에 가까운 현금이 수중에 있어야 한다. 이마저도 없으면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근처 영업소에서 일반카드로 결제하거나 일주일 내로 해당 영업소 계좌로 통행료를 이체해야 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금이나 하이패스 카드, 장비가 없으면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영업소에 가서 일반카드로 결제를 해야한다. 혹은 일주일 내 계좌로 통행료를 보내야 한다.
현금이나 하이패스 카드, 장비가 없으면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영업소에 가서 일반카드로 결제를 해야한다. 혹은 일주일 내 계좌로 통행료를 보내야 한다.

톨게이트 가운데 영업소에서 일반카드 결제가 아예 안 되는 곳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일부 톨게이트는 영업소에 일반카드 결제 수단이 없어 통행료를 무조건 현금 결제 혹은 해당 영업소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 현금사용보다 카드 사용이 일반화된 흐름과 맞지 않는 '난센스'다.

이 때문에 톨케이트에 일반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를 요구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되면 현금을 꼭 들고다녀야 하는 운전자들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물론 단말기를 설치해도 일사천리로 통과하는 하이패스 만큼 빨리 결제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일반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현실과 딱 맞아떨어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국민의 편의를 고려해야 할 공공기관이 일반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흐름에 반하게 현금 사용만 요구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운영 주체가 도로공사인 만큼 해당되는 불편사항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일반카드 결제 도입을 수년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운전자들이 불편에 귀를 닫은 채 지난 5년간 전국 호환 교통카드에만 목을 매고 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일반카드 결제 시스템을 갖춰도 시간이 현금 결제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일반 카드 사용 외면의 이유를 댔다. 즉 통행료 결제 시간이 현금이나 일반카드나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역으로 굳이 현금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도로공사는 이와 관련해 묵묵부답이었다.

결과적으로 도로공사는 국토부와 전국 17개 지자체가 2008년부터 논의했으나 언제 현실화될지 모를 전국 호환 교통카드 하나만 믿고 운전자들의 불만에 눈감았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23일 부산을 중심으로 호환 교통카드 '캐시비'가 출범했으나 전국으로 언제 확대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솔직히 궁금한 점이 있다. 분식점, 피자가게 배달원도 일반카드 결제용 단말기를 들고 다니는데, 많을 땐 하루 400만대 가까운 차량이 이동하는 톨게이트에는 일반카드 결제 수단이 왜 없는 건지 말이다. 아직까지 전국 18개의 유료화 고속도로 톨게이트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외에는 단 한 곳도 없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불어 도로공사가 일부러 현금 결제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지울 수가 없다. 일반카드, 혹은 하이패스 카드로 결제 할 경우 통행료의 1~1.5%가 카드회사에 수수료로 지급된다. 즉,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도로공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커지는 셈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현금 결제로 얻는 특별한 이익은 없다. 톨게이트 통행료로 일반카드 결제도 된다. 대다수의 톨게이트 근처 영업소가 일반카드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운전자 편의를 위해 저가의 하이패스 장비를 보급하고 있다"며 일반카드 사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뒤 "올해부터 통행량이 많은 수도권 톨게이트를 중심으로 일반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카드사들과 협의해 통신속도를 높이고 결제 시간을 대폭 줄이는 새로운 결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항변하고 있다.

수년간 운전자들의 불편함을 이미 '학습'한 도로공사. 수년간의 운전자의 불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가 뒤늦게나마 일반카드 결제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 운전자가 도로변에 차를 세우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일반 카드를 이용할 것이며 1년에 몇 번 내지도 않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위해 하이패스 장비를 살 것인가. 일반카드 결제 시스템이 도입될 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까.

sh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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