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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럴 캣츠의 오고은(왼쪽)과 이혜민이 <더팩트>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파이럴캣츠는 "동남아에서 코스프레는 부유한 사람이 즐기는 문화"라며 "한국에서도 선입견이 점차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압구정=문병희 기자 |
[ 압구정=김연정 기자] "한국에는 코스튬플레이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요. 말레이시아에서 코스튬플레이는 부유한 사람이 즐기는 문화로 정착돼 있죠."
한국 유일무이의 프로 코스튬플레이어(이하 코스프레)팀 '스파이럴 캣츠(Spiral Cats)'에서 팀장을 맡은 '타샤' 오고은(28)과 ‘도레미’ 이혜민(24)은 28일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더팩트>과의 인터뷰에서 코스프레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사실 코스프레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게임, 만화를 좋아해 그 안에 있는 캐릭터를 현실로 끌어내는 코스프레 작업은 사람들로부터 소위 ‘오타쿠’라는 말을 들으며 손가락질받기 일쑤였다.
| 오고은(오른쪽 위 세번 째)이 말레이시아 행사 때 지미 추와 함께 찍은 사진. 오고은은 "말레이시아에서는 유명 인사가 코스프레 행사에 호스트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스파이럴 캣츠 제공 |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애니메이션 축제가 있어요.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애니메 페스티벌 아시아(Anime Festival Asia, AFA)가 열렸는데 행사 호스트가 유명 디자이너 지미 추(Jimmy Choo)의 아들 대니 추(Danny Choo)였죠. 지미 추와 사진 찍는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같이 사진도 찍고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한국과는 달랐죠.”
그때를 회상하며 씁쓸해했지만, 현재 한국의 코스프레에 대한 인식은 ‘스파이럴 캣츠’의 정식 프로 선언 이후 점차 개선되는 중이다. 프로팀 전향 전부터 고퀄리티의 코스프레로 팬들과 게임업체에 눈도장을 찍었던 ‘스파이럴 캣츠’는 지난 2012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대외 행사를 시작했다.
“‘스파이럴 캣츠’란 이름은 김태식 대표가 좋아하는 해외 여성 4인조 밴드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또 김태식 대표가 창립했던 게임 개발사 이름으로도 이어졌죠. 망했어요(웃음). 이후 김 대표가 “‘스파이럴 캣츠’, 한 번도 성공 못 했던 이름인데 이 이름으로 한 번 성공해보자!”라는 말을 해서 저희 이름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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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고은이 연출한 스타크래프트 2의 ‘캐리건’은 가히 “할리우드 특수분장 기술에 버금가는 최고의 코스프레”란 찬사를 받았다./스파이럴 캣츠 제공 |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이름 ‘스파이럴 캣츠’는 이후 게임업계 곳곳에 스며들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롤챔스 현장에 등장해 화려한 퍼포먼스로 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후 디아블로 3 ‘악마 사냥꾼’, 스타크래프트 2의 ‘캐리건’은 “할리우드 특수분장 기술에 버금가는 최고의 코스프레”란 찬사가 쏟아졌을 정도였다. 이후 ‘킹덤언더파이어:에이지오브스톰’, '도타 2' 등 스파이럴 캣츠는 새로운 코스프레를 선보일 때마다 한 단계씩 성장했다.
군대에서는 여자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코스튬 플레이어’도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었다.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스파이럴 캣츠’에게 그래픽카드로 유명한 미국기업 AMD의 홍보대사 자리까지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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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럴 캣츠는 "게이머에게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홍보대사는 스파이럴 캣츠"라고 자신있게 말했다./문병희 기자 |
“2012년, 2013년 AMD 익스피리언스(AMD Experience) 행사에 참가했어요. 성과가 좋아 회사 측에서 좋게 봐주셨고 인연이 돼 홍보대사가 됐죠. 큰 기업이라 어깨가 무거워요. IT 업계에서도 저흴 홍보대사로 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시선으로 봤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또 다른 미국계 기업 인텔은 한국 홍보대사로 소녀시대, 투애니원을 앞세운 바 있다. 즉, 게임업계에서는 유명 아이돌이나 배우가 아닌 코스프레팀이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길을 보낼만 했다는 것이다.
“2009년, 2010년이라면 아마 힘들었겠죠. 2014년은 저희에게 알맞은 시기인 것 같아요. 스마트폰 때문에 데스크톱 시장이 침체하고 있잖아요. AMD 그래픽 카드는 데스크톱용, 더구나 게이머를 위한 것이죠. 게이머에게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홍보대사는 ‘스파이럴 캣츠’가 최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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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럴캣츠는 지난해 12월 미국계 그래픽카드 업체 AMD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또 최근 CJ엔투스와 코스프레 협업도 펼쳤다./스파이럴캣츠 제공 |
홍보대사에 코스프레 작업, 각종 이벤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스파이럴 캣츠’. 그런 그들에게 최근 ‘일’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또 기꺼이 하겠다고 한 재미있는 일이 찾아왔다. 바로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임단 CJ엔투스의 ‘매드라이프’ 홍민기, ‘플래임’ 이호종과의 코스프레 협업이었다.
“홍민기, 이호종이란 말에 ‘밤새서라도 할게요’라고 했죠. CJ엔투스에서 제의가 왔을 때 정말 기뻤어요. 사람 대 사람으로도 또 팬으로도 정말 행복한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말 수는 없으셨지만 정말 반가웠고 또 재미있었던 작업이었어요. 또 특히 홍민기 선수, 블리츠크랭크 의상이 정말 잘 어울려서 더 흡족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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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럴캣츠와 홍민기의 블리츠크랭크 협업은 롤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SPcats TV 캡처 |
스파이럴 캣츠는 최근 유튜브에 ‘Spcats TV’를 론칭했다. 사진으로 담지 못했던 코스프레 활동 영상과 인터뷰, 다큐멘터리, 맛집 기행 심지어 콩트까지 갖가지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프로를 시작하면서 매해 목표를 잡았어요. 2011년에는 세계코스프레대회, 2012년은 게임 코스프레, 2013년은 코스프레 사진의 상업화였죠. 그리고 올해에는 코스프레 영상이 목표예요. 사진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 영상을 통해 많이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아마 올해가 지나면 스파이럴 캣츠의 방향성이 좀 더 명확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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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럴 캣츠는 해외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최근 영어 공부 계획을 잡았다고 말했다./문병희 기자 |
가수, 배우 등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풀고 있는 와중 게임에서 역시 ‘스파이럴 캣츠’가 한류 열풍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파이럴캣츠는 해외 팬들과 소통을 위해 영어 공부 계획도 야심 차게 밝혔다.
“생일 때 한국어로 축하 노래를 부른 영상을 보내 준 팬이 있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고마웠죠. 그러나 대부분 해외 팬들은 영어로 메시지를 보내 주세요. 해외 팬들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에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요(웃음).”
앞서 말했든 현재 한국의 프로 코스프레 팀은 단 하나, ‘스파이럴 캣츠’뿐이다. 그들은 홀로 프로 생활을 하는 탓에 가끔은 자극이 될 만한 경쟁자가 나타났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는 속내를 밝혔다.
“우리의 방법이 정답은 아니잖아요. 지금은 ‘스파이럴 캣츠’의 방식이 정형화됐지만, 다른 모습의 팀도 등장하길 바라요. 또 그로 인해서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희한테도 자극되고 또 한 편으로는 코스프레라는 직업이 확대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깐요.”
스파이럴 캣츠의 팀장 ‘타샤’ 오고은과 정규멤버 ‘도레미’ 이혜민의 개인 인터뷰는 31일, 2월 1일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