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현 기자]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 '아시아 바람'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다. '출루머신'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가 역대 외야수 중 6번째로 높은 대형 계약에 성공한 데 이어, 빅리그에서 단 1개의 공도 던지지 않은 '일본 특급' 다나카 마사히로(26)가 역대 투수 가운데 5번째로 높은 몸값으로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확실히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분위기다.
결코 쉽지 않아 보였던 한국 야구의 '아메리칸 드림'도 가능성이 한층 늘었다. '한국인 1호 메이저리거' 박찬호(41)의 성공 이후, 수많은 유망주들은 '제2의 박찬호 신화'를 꿈꾸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적잖은 실패를 겪으며 높은 벽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엔 추신수와 류현진(27·LA 다저스)으로 대표되는 한국 선수가 빅리그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으면서 다시금 메이저리그 무대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아시아 선수에 대한 관심은 타자가 아닌 투수 쪽에 쏠리는 게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성공 사례가 드문 것이 큰 이유다. 빅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아시아 선수는 미·일 통산 3000안타를 넘어선 스즈키 이치로(41·뉴욕 양키스)를 비롯해 양키스의 4번 타자로 활약한 마쓰이 히데키(40), 그리고 '정상급 호타준족' 추신수 정도가 꼽힐 뿐이다. 역대 빅리그 무대를 경험한 13명의 한국인 선수 가운데 타자는 추신수와 최희섭(35·KIA) 두 명에 그쳤다.
하지만 '물음표'에 머물렀던 아시아 타자에 대한 관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류현진의 성공으로 자국 무대에서 빅리그로 직행하는 루트가 자리를 잡으면서 적지 않은 한국의 간판 타자들도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가장 첫 손에 꼽히는 선수가 강정호(27·넥센)와 최정(27·SK)이다. 두 선수는 이미 몇몇 빅리그 구단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정호와 최정은 2014시즌을 마치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강정호는 올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계약에 나설 수 있고, 올해 연봉 7억원으로 '비(非)FA 최고 연봉'을 갈아치운 최정은 올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는다. 이들이 국내 무대에 잔류한다면 어마어마한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에 준하는 액수로 메이저리그 구단의 제의가 들어온다면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강점은 탄탄한 공·수 밸런스다. 두 선수 모두 20홈런을 넘길 수 있는 장타력에, 리그 정상급의 수비력도 함께 갖췄다. 도루 능력도 수준급이다. 2011년까지 통산 12도루에 그쳤던 강정호는 최근 2년 동안 36차례 도루에 성공하며 주루 센스를 뽐냈다. 최정은 2008년부터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최근 2시즌엔 모두 20도루를 넘겼다.
힘이 넘치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비해 장타력이 밀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다재다능한 면모는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아시아 출신 타자들도 '거포형'보다는 '멀티형'에 가깝다는 점도 강정호와 최정의 '빅리그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강정호가 맡은 유격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격이 뛰어난 선수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추신수가 '연봉 잭팟'을 터뜨리기까진 미국 땅을 밟은 뒤 13년에 달하는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류현진의 성공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한국 무대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진 결과다. 미국발 훈풍을 발판삼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한국인 타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도 팬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