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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동안 주인으로 대기업 회장만 두번 바뀐 서초구 동광로27길에 있는 하얀빌라. 이번에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이 빌라를 경매에 부쳐 주인이 또 바뀔 처지가 됐다. / 방배동=송형근 인턴기자 |
[더팩트 l 방배동=송형근 인턴기자] 고급주택이 즐비한 한적한 부촌 서초구 동광로27길에 기구한 운명을 가진 한 고급빌라가 있다. 한때 재계 20위권에 머물렀던 삼미그룹 회장 손을 거쳐 프라임그룹 회장을 주인으로 맞이했던 하얀빌라가 그 주인공. 하지만 프라임그룹 회장마저 경매로 이 빌라를 내놓으며 하얀빌라는 또다시 새 주인을 기다리게 됐다.
13일 고급 빌라가 많은 서초구 동광로를 찾았다. 이 길을 기준으로 일대에 고급빌라촌이 형성된 이곳의 집값은 3.3㎡당 최소 2300만원 이상으로 집들은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화려한 대리석 조각으로 꾸며졌다. 그 가운데서도 길가의 5m 언덕 위에 하얗게 빛나는 하얀빌라는 더욱 돋보였다.
지난 1993년에 지어진 하얀빌라는 3층으로 구성돼 6세대가 입주 가능하며, 가구당 면적은 316㎡, 방과 욕실이 각각 두 개, 주방과 드레스룸, 거실 등을 갖춘 호화 주택이다. 업계에서는 이 건물 한 채가 약 9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백종헌(62) 프라임그룹 회장이 부인 임명효 동아건설 회장의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최근까지 백 회장의 가족들이 빌라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1일 하얀빌라의 302호가 경매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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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매를 앞둔 하얀빌라의 문들은 굳게 닫혀있다. |
은은한 자태를 뽐내는 이 빌라는 겉모습과 달리 사연은 기구하다. 지은 지 20년 동안 주인으로 대기업 회장들만 모셔왔지만 모두 그룹이 위기를 맞이해 급하게 경매를 통해 주택을 팔게 되는 속사정이 있는 것.
첫 번째 주인은 지난 1993년 이 빌라를 사들인 삼미그룹의 김현철(63) 전 회장이다. 삼미그룹은 지난 1959년 창업해 철강과 목재, 건설을 주력 사업으로 재계 26위(1995년 기준)까지 올랐던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한보사태 여파로 금융권이 자금 대출을 줄이면서 부도를 맞는다. 결국, 김 전 회장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지난 2003년 백 회장에게 이 집을 팔았다.
하얀빌라가 김 전 회장의 소유이던 시절을 기억하는 인근 슈퍼주인도 있다. 20년 넘게 조그만 슈퍼를 운영 중인 주인은 "삼미그룹 부도 당시 기자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시 IMF와 맞물려 많은 취재진이 오가면서 유명세를 치른 건물이다"라고 말했다.
백 회장 역시 이 집의 기구한 운명을 피해가진 못했다. 삼미그룹처럼 프라임그룹 역시 재계에서 떠오르는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1998년 프라임그룹은 강변 테크노마트 개발에 착수해 디벨로프먼트 사업을 통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후 한글과컴퓨터, 동아건설을 인수하고 신안 프라임상호저축은행, 프라임엔터테인먼트까지 설립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주력 계열사인 프라임개발과 신안이 지난 2011년 8월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신안, 동아건설 등 계열사와 보유 자산 매각 추진으로 재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채무상환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사실상 그룹은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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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배동 일대의 고급빌라들. 인근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고급빌라의 주인이 10년 새 두번이나 바뀌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
더불어 지난해 백 회장이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담보 대출금 12억원을 갚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자 하얀빌라는 경매에 오르게 된다. 이에 대해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방배동 일대 고급빌라는 오래된 부촌인 만큼 주인이 자주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고 또 새 주인이 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경매에 오른 백 회장 소유의 하얀빌라는 조만간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를 담당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그룹 회장 소유 주택의 경우 실내장식이 잘 되어 있어 실제 가치가 감정가격 이상으로 높은 경우도 더러 있으며 이 일대는 실거주자 위주로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걸로 파악됐다. 경매에서 금방 거래될 것이다"라며 경매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백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같은 빌라 1층 102호도 빚을 갚지 못해 지난해 8월 감정가 15억원에 경매에 올라온 바 있다. 이 주택은 1회 유찰된 뒤 지난해 12월 경매가 기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