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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현장] 존재감 없는 서울 집창촌, 재개발로 사라진다
입력: 2014.01.04 13:53 / 수정: 2014.01.06 11:00
한때 1000명이 넘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있던 청량리588은 내년이면 철거될 예정이다. / 송형근 인턴기자
한때 1000명이 넘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있던 '청량리588'은 내년이면 철거될 예정이다. / 송형근 인턴기자

[더팩트 l 송형근 인턴기자] 내년 재개발을 앞둔 '청량리588'. 업소의 절반이 문을 닫은 영등포를 비롯해 2011년 마지막 업소의 폐업으로 종지부를 찍은 용산까지 서울의 집창촌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서울의 어둡지만 붉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던 이들의 현주소는 신종 성매매 업소에 밀리며 존재감이 사라진 가운데 싹쓸이 재개발로 철거의 운명에 처했다.

3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청량리역을 찾았다. 인근에 대형 백화점과 청량리 역사는 새해를 맞아 한껏 들뜬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골목 한편을 돌아가자 '청량리588'이 보였다.

1936년 청량리역에 중앙선이 개통되고 사람들이 모이면서 만들어진 청량리 집장촌은 언제부턴가 전농동 588번지에 위치한다고 해 '청량리588'로 불려 왔다. '청량리588'의 전성기는 1990년대 말로 당시 종사하는 성매매 여성은 1000여명에 달했으며 업소만 200여곳이 넘었지만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성매매방지법에도 여전히 이곳에는 30여곳의 업소가 영업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드문드문 집창촌을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몇몇 업소들은 영업 개시를 위해 붉은색의 등을 켜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근히 빛나는 '홍등'과 달리 이곳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성매매 업소를 운영 중인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재개발돼 철거된다. 권리금 1억원을 주고 들어왔는데 땅 주인들이 이미 구청과 계약해서 우린 영락없이 내쫓긴다. 하루에 손님 2명 받기도 힘든데 이젠 아예 밥줄이 끊기게 생겼다"며 하소연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시는 '청량리4재정비촉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축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에 '청량리588' 일대에 재개발 사업이 착공이 시작되면 2019년 말까지 지하 8층~지상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지어진다. 주거타워는 4개동, 65층으로 세워지고 공동주택 1436가구가 들어선다.

집창촌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인근 영세민들 역시 재개발 소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10년이 넘도록 성매매 업소에서 일해왔다는 한 청소부는 "해마다 철거 얘기가 나와도 계속 일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철거된다더라. 앞으로 뭘 해먹고 살지 막막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영등포역 일대의 집장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근에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들 사이에 있는 이곳은 한때 성매매 업소만 50여곳에 종사자가 150명이 될 정도로 서울 서남부의 대표적인 집창촌이었다.

대형 쇼핑몰들 사이에 위치한 영등포 집창촌. 이곳도 재개발 논의가 진행되며 많은 업소들이 폐업했다.
대형 쇼핑몰들 사이에 위치한 영등포 집창촌. 이곳도 재개발 논의가 진행되며 많은 업소들이 폐업했다.

이제는 10여곳 50여명만 남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인근에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며 경찰이 집중 단속을 하자 성매매여성 80여명이 들고 일어났던 그때의 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몇몇 업소들은 폐업을 알리는 표시로 청테이프로 유리문에 'X'를 붙여놓았다.

이곳이 집창촌이라는 사실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오후 3시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개점시간이 넘도록 많은 업소는 불을 켜지 않았다. 몇몇 성매매 업소의 관계자와 청소부들만 들락날락 거리며 움직일 뿐이었다.

영등포 집창촌의 종사자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성매매 업소를 15년동안 운영했다는 한 관계자는 "잘 나갈 땐 한 명당 한 달에 500만원 이상 벌기도 했는데, 이젠 오피스텔이니 유사성매매 업소가 워낙 많아서 하루에 손님 3명 이상 받기도 힘들다. 누가 이곳까지 오겠느냐? 아마 다른 집창촌들처럼 곧 없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등포 집창촌 역시 재개발의 칼날을 피해갈 순 없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2011년 집창촌과 인근 판자촌을 묶어 재개발 논의가 진전됐으나 서울시청에서 보상안을 두고 계류돼 다시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계속 논의 중이며 몇 년은 걸리지만 재개발은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3대 집창촌이 있던 용산역 인근은 성매매 업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1990년대 당시 약 150여곳의 업소가 성행했다는 이곳은 2011년 마지막 업소가 문을 닫으며 재개발이 진행됐다.

서울의 3대 집창촌으로 꼽혔던 용산역 일대. 2011년 이후 재개발이 진행돼 이젠 집창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서울의 3대 집창촌으로 꼽혔던 용산역 일대. 2011년 이후 재개발이 진행돼 이젠 집창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용산역 바로 앞 한강로 23가를 따라 성매매 업소만 수십곳에 달했던 거리에는 이젠 공사장 바리케이트만 보였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가운데서 용산역의 집창촌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었다. 인근의 한강로동 원주민들만 이곳에 집창촌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뿐이다.

용산역의 집창촌은 크게 두 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담당하는 구역은 지난해 11월 착공돼 2017년 5월 완공 예정으로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이 들어올 예정이며 대우건설이 담당하는 구역은 올해 안에 착공된다.

한강로동에서 20년을 살았다는 한 주민은 "밤만 되면 남자도 여자도 함부로 못 다니는 길이었다. 붉은 빛이 길거리를 다 채워 말 그대로 홍등가였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시 내 가장 대표적인 집창촌으로 꼽히는 '미아리 텍사스'도 현재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2012년부터 철거가 시작돼 신월곡1구역 약 42만㎡에 주거, 업무, 숙박, 판매 등 복합 건물들이 들어서고 길음역 주변에는 숙박과 업무시설이 건립 중이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집결지(집창촌)와 종사자는 2010년 935곳(2282명)에서 2011년 845곳(1867명), 2012년 760곳(1669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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