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지연 기자] "제가 이번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요? 한 마디로 쓰레기죠."
배우 온주완(29)은 영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다. 이번 작품에 욕심이 나서 오디션까지 봤다던 그였기에 자신이 맡은 배역을 과격하게 설명해 다소 놀랐다. 흠칫하는 표정을 눈치챘는지 온주완이 싱긋 웃었다. "하지만 그런 몹쓸놈도 제가 하면 매력적이죠."

2004년 영화 '발레 교습소(감독 변영주)'로 데뷔한 온주완은 그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꾸준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수려한 외모에 연기력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에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피터팬의 공식(조창호)'을 통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그러나 온주완이란 배우를 오롯이 떼어 놓고 봤을 때 흥행작은 없었고 '톱스타'라는 타이틀도 그에겐 어울리는 옷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온주완은 "9년 동안 배우로 살면서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그리고 꽤 만족스러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당당하고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그를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을 모두 마치고 매니저에게 물 한잔을 부탁한 그는 "창의적인 질문으로 인터뷰합시다"고 너스레를 떨어 초반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 온주완 "쉬운 연기는 싫어요. 아직 젊으니까 도전하고 싶어요."

온주완은 '더 파이브'에 출연하기 위해 다른 배우들보다 발품을 판 경우다. 영화의 제작을 맡은 강우석 감독이 그의 캐스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데뷔 9년 차 배우에게 꽤 자존심이 상했던 경험이었겠지만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래도 결국 출연했으면 된거다"라고 말했다.
"처음에 강우석 감독님이 캐스팅을 반대한다고 했을 때는 조금 섭섭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감독님이 반대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일종의 오기랄까요(웃음)? 그래도 감독님이 칭찬해 주실 때는 확실하게 해주는 편이에요. 요즘에 감독님을 만날 때마다 엄청나게 속풀이 하고 있죠(웃음)."

온주완은 '더 파이브'에서 김선아와 대립하는 살인마 재욱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이번 캐릭터를 통해 액션연기부터 섬뜩한 표정 연기까지 능청스럽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인형을 만드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재욱을 온주완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 그랬다.
"재욱이란 캐릭터가 굉장히 흥미로워요. 사실 말도 안 되는 쓰레기죠. 그런데 제가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가 '쓰레기'잖아요. 그럼 어떡해! 매력적으로 해야지(웃음). 작품을 하면서 '이 영화는 온주완이란 배우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스스로 세뇌시키면서 말투부터 표정, 행동 하나하나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나라면 여기서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고요. 살인마라고 해서 '저 사람을 죽일 거야!'라고 달려들면 긴장감 없는 뻔한 연기가 돼버리잖아요."
'더 파이브'에서 살인마를 연기한 온주완은 지난해 개봉한 '돈의 맛(감독 임상수)'에서 재벌가의 철없는 아들 윤철 역을 맡아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그에게 "살인마나 비열한 캐릭터를 선호하느냐"며 놀리자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보는 시늉을 한다.
"하하. 그냥 쉬운 연기가 싫은 거에요. 무언가 도전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관객분들이 만족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관객들이 보시고 '온주완이 또 해냈다', '저게 온주완이야?'라는 평가를 들으면 희열을 느껴요."
◆ 30대 온주완, '목숨 같은' 영화에 대해 말하다

온주완은 자신이 가진 배우라는 직업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2008년 입대하면서 잠시 가진 공백기를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해왔던 사실도 굉장히 뿌듯해했다.
"나한테 영화는 목숨과도 같아요. 한국에서 영화시장이 어려웠을 때, 저도 목이 졸리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았어요. 부모님이 들으면 죄송한 이야기지만, 제가 영화를 찍고 있는 도중에 돌아가신다면 그날 찍어야 하는 분량은 모두 찍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 파이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촬영했어요. 저는 매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목숨걸고 연기해요."

'목숨 같은'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온주완에게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이에 이제 막 충무로에 발을 들인, 그리고 영화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부탁을 왜 내게 하느냐"며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달변가' 온주완은 이내 입을 열었다.
"영화를 찍고 나서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직업이에요. 돈을 받고 하는 일이죠. 그런데 배우고 나서 돈 주는 데가 어디 있나요. 내어 놓으라고 돈을 주는 게 배우죠. 누군가가 물어봤을 때 주저 없이 '나는 이 영화 목숨 걸고 찍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고 있어요."
'열변'을 토한 온주완에게 '짝짝짝' 박수를 쳐줬다. 그랬더니 또 "놀리는 거냐"며 가느다란 눈으로 째려보기 시작했다. "파이팅"을 외치며 마지막으로 장기 목표를 물었다.
"장기목표, 딱 하나에요. 소처럼 일할거에요. 쟁기를 메고 소처럼 꾸준히 연기해서 밭을 잘 갈아 놀겁니다. 그래서 꾸준히 누군가가 나를 원했으면 좋겠어요. 배우 온주완을 꾸준히 원하는 것, 그게 단 하나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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