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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의 알다파 그룹이 벽산건설의 매각 주관사인 한영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건설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되고 있다. |
[ 서재근 기자] 매각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건설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카타르의 알다파 그룹의 벽산건설 단독입찰 소식이 알려지면서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달 쌍용건설의 매각 무산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인수·합병(M&A) 시장에 최근 벽산건설의 매각설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1958년 설립된 벽산건설은 시공능력평가(올해 기준) 35위의 중견건설사로 국내에서는 '블루밍'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졌다. 한때 시공능력평가 20위권까지 오를 만큼 토목공사 등 기초공사에서 활약했던 벽산건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매각시장에 나왔다.
이미 쌍용건설, 동양건설을 비롯한 수많은 중견건설사들이 매각시장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벽산건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카타르의 알다파 그룹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벽산건설 인수전에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10일 알다파 그룹은 투자전문 계열사인 아키드컨설팅은 벽산건설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리더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다파 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5년 동안 국제연합(UN) 사무차장으로 활동한 바더 오마르 알다파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미디어·여행·경영 컨설팅·건축 및 엔지니어링·패션·브랜드프랜차이즈 등 7개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일 벽산건설의 매각 주관사인 한영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아키드 컨소시엄은 오는 19일 법원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수금액은 600억∼8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벽산건설의 매각이 유력해지면서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의 매각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시공능력평가 16위 쌍용건설은 지난달 25일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지만 단 한 곳의 응찰자도 나타나지 않아 매각작업이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6월 워크아웃 이후 독일계 M+W그룹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이 역시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채권단이 공개매각을 추진했지만 새 주인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동양건설산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8일 동양건설산업은 "회생절차 조기 종결을 위한 인수합병 일정에 따라 이날 입찰을 마감했으나 입찰을 신청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고 공시했다. 동양건설산업이 매각에 나선 것만 올해 들어 네 번째다. 법정관리 중인 LIG건설도 지난 8월 입찰을 실행했지만 단 한 곳의 투자자도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건설경기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건설공사 수주액은 모두 7조2550억원으로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시공능력평가 150위 이내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곳도 23곳에 달했다. 특히, 올해 9월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누적건설 수주 질적은 59조1154억원으로 지난 2004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에게 있어 인수·합병에 따른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도 중요하지만, 돌발적인 리스크 요인 역시 중요한 고려 사안이다. 특히, 경영권 프리미엄(인수가격)과 인수 이후의 본질가치, 계열사 시너지 등의 미래가치를 산정하는 데 있어 리스크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면 투자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외 사업에서 고배를 마셔 실적악화에 허덕이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례처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건설산업의 특성은 물론,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1%씩 줄어들고,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정부 투자 규모도 점차 감소하는 등 건설경기 활성화 조짐이 뚜렷하게 없는 상황에서 중견건설사 매입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