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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현장] 서울 한복판 '76년' 된 아파트 '달라도 많이 다르네'
입력: 2013.11.08 10:33 / 수정: 2013.11.08 10:36

7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충정아파트는 도심 가로수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 송형근 인턴기자
7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충정아파트는 도심 가로수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 송형근 인턴기자


[더팩트 l 송형근 인턴기자] 1930년 충무로에 지어진 미쿠니아파트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아파트의 역사도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많은 아파트가 건설됐지만, 80년대 말부터 불어온 재개발 열풍 탓에 평균 수명은 27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80년 가까운 세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아파트가 있어 직접 살펴봤다.

6일 오후 2시, 충정로역 9번 출구에서 내려 충정아파트를 찾아갔다. 서울 도심 한복판, 초고층 빌딩을 사이에 위치한 5층짜리 아파트는 근처 고층 빌딩과 달리 단지 주변 가로수들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1937년 건축주의 이름을 따 도요타아파트로 불린 충정아파트는 전체면적 3550㎡,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모두 6층 규모로 50세대가 거주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26~99㎡ 등 모두 6개의 가구 형태로 이뤄진 충정아파트에는 지금까지 모두 47세대가 살고 있다. 입주 비율이 96%에 달하는 것으로 최근 미분양에 고심 중인 고층 아파트보다 상황은 더 나았다.

오래된 아파트의 입주 비율이 높은 데는 상대적으로 싼 이곳의 주택가격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충정아파트의 매매가는 평균 2~4억원 선, 전세는 1~2억원 선으로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주상복합아파트들이 특유의 높은 층수를 뽐내는 사이 '6층'이라는 층수가 어느새 낮게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고층건물이 드물었던 당시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고급 고층(?) 아파트로 손꼽혔다.

80년 가까운 세월이 무상할 만큼 충정아파트 1층은 여전히 상가로 이용 중이었다.
80년 가까운 세월이 무상할 만큼 충정아파트 1층은 여전히 상가로활용되고 있었다.

76년이나 된 오래된 건물임에도 충정아파트의 겉모습은 활기찼다. 건물 1층에는 식당, 편의점, 옷가게 등 7개 상점이 운영 중이었으며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오가는 많은 사람도 많았다. 충정아파트 1층 편의점 점원은 "하루에 1000명 이상은 오는 것 같다"라며 "건물이 오래되긴 했지만,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하진 않다"라고 말했다.

건물 바깥의 왁자지껄함과 달리 내부는 고요했다. 특히 1층에 들어서자 채광을 고려하지 않고 지은 건물이라 대낮임에도 햇빛 한 줌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서야 낡은 회색빛의 아파트 내부 모습이 보였다.

짙은 어둠만 가득한 건물 내부에도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다. 계단을 통해 1층부터 5층까지 확인해본 결과 아파트 곳곳에는 빨래걸이와 장독대가 보였다.

건물 중앙에는 공터가 있었다. 이 공간은 1층부터 5층 꼭대기까지 이어져 아파트 주민들의 공동 정원 역할을 했다. 이 구조는일반적인 아파트의 형태인 복도식과 중앙통로식과 다른 구조로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중앙정원형 아파트 구조. 낡고 오래된 아파트 건물 내부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었다.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중앙정원형 아파트 구조. 낡고 오래된 아파트 건물 내부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었다.

건물 외부에서는 오랜 역사가 느껴졌다. 10년 전 건물 주인이 외벽을 녹색으로 칠한 것 외엔 보수한 적이 없다는 이 건물의 외벽 곳곳에 균열과 땜질한 흔적이 보였다. 3·4층을 연결하는 외부 계단은 역시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다.

충정아파트는 오랜 역사만큼 용도 변경도 잦았다. '대한민국 주택사'라는 서적에 따르면 충정아파트는 1937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는 아파트로, 전쟁 이후에는 미군 소유 '트래머호텔', 1961년에는 한국정부가 인수해 '코리아관광호텔'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곳이 호텔이었음을 드러내는 흔적은 모두 사라진 후였다. 건물 외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로비가 있었다던 아파트 입구 주변은 옷가게와 공인중개사무소로 바뀌어 운영 중이었다.

이후 1975년에 다시 아파트로 바뀐 후 지금까지 그 용도를 이어오고 있다. 충정로 인근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주민 역시 "호텔이었다고 들었지만, 이사 올 때(1985년)부터 아파트여서 기억이 없다. 그 이후로 (충정아파트가) 공사하는 걸 본 적 없다"라고 말했다.

오랜 역사만큼 개발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80년대부터 재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서울시와 일부 거주자들 사이에 문화재 지정이냐, 재개발이냐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져 매번 무산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오래된 역사와 가치가 있는 만큼 올해는 '미래유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화재 예비목록에 충정아파트를 선정했다. 시에서는 재개발보다는 문화재 지정하는 쪽으로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x12xsad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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