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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황후' 2회에서 주진모, 하지원, 이재용(위쪽부터) 등 주요 인물들 사이 수싸움은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전개돼 아쉬움을 남겼다./ MBC '기황후' 방송 캡처 |
[이건희 기자] 2회가 방송된 MBC '기황후'는 첫 방송과 마찬가지로 빠른 전개가 돋보였으나 그 속의 치밀한 구성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29일 오후 방송된 '기황후'는 왕유(주진모 분)와 기승냥(하지원 분)이 힘을 합쳐 심양왕 왕고의 소금 밀매 증거를 포착해 왕유가 왕에 오르는 내용이 그려졌다. 곧바로 이어 고려로 유배 온 원나라 태자 타환(지창욱 분)을 제거하려는 백안(김영호 분) 세력의 음모와 이를 막으려는 왕유의 노력이 숨 쉴 틈없이 전개됐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면 그 속의 내용도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법. '기황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황후'가 내용 전개의 속도를 올릴수록 인물들 사이의 속고 속이는 머리 싸움도 금세 지나쳐갔다.
왕유가 승냥의 도움을 받아 왕고의 소금 밀매 장부를 입수하고 입궐하는 동안 왕고는 왕유의 아버지이자 고려 왕에게 "왕유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왕위를 차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왕유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 왕고의 사병이 처절하게 왕유 일행이 성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 것을 보고 바로 궁을 떠올리며 왕고의 계획을 저지했다. 이 내용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또 승냥이 장부를 받으면서 왕고의 의심을 무릎 한 번 꿇어 간단하게 없애는 장면이나 왕유가 사병들의 저항을 보고 왕고의 계략을 매우 쉽게 간파한 내용도 빠르게 전개돼 주인공들의 위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타환의 마중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유배된 태자의 마중을 왕유가 직접 나가야 한다는 신하들의 호소에 왕유는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선대 왕의 배려로 목숨을 건진 왕고가 자신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자 왕유는 '고려로 유배 온 원나라의 태자를 죽이고 그 책임을 왕유가 떠안게 한다'는 모든 계획을 한눈에 꿰뚫었다. 그리고 곧장 전투 복장을 갖춰 타환이 머무르는 곳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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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황후' 2회는 지창욱, 김영호 등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등 빠른 스토리 전개가 계속됐지만 시청자들을 쫄깃하게 하는 맛은 부족했다. / MBC '기황후' 방송 캡처 |
'기황후'는 이제 2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기존 사극과 조금 다르다.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건너뛰면서 초반부터 이야기 속도를 높이는 게 '기황후'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질질 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전 사극들이 전개 속도를 늦춘 것은 이른바 시청자들을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기황후' 2회는 시청자들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상황을 벗어나는 과정을 오래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며 어떻게 해결할지 예측하는 것은 사극을 보는 하나의 맛이었다. '대장금', '선덕여왕', '마의' 등 MBC 인기 사극들이 특히 이런 부분에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기황후'만의 빠른 전개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50부작 드라마이고 이제 2회밖에 공개되지 않았다. 또 앞으로 할 이야기가 산더미인 만큼 초반 스토리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비록 위기를 타개하는 주인공들의 해답이 너무 쉽게 나왔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쉴 틈없는 전개는 몰입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조금이나마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canusee@tf.co.kr
연예팀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