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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현대자동차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에서 대형세단인 신형 '제네시스(프로젝트명 DH)'의 사진설명회를 열었다. /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
[ 서재근 기자] "신차가 나올 때마다 구형 모델이 '구닥다리'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신차의) 이름이라도 바꾸던지…."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타는 양모(45)씨는 '신형 제네시스' 출시 소식을 접하고 한숨부터 나왔다. 신차 출시로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고려하더라도, '달라도 너무 다른' 신차 디자인 때문이다.
24일 현대자동차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에서 대형세단인 신형 '제네시스(프로젝트명 DH)'의 미디어 사전 설명회를 열었다. 아직 외부에 공개된 것은 '렌더링 이미지' 뿐이지만, 이미 각종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신형 제네시스'의 유출 사진이 올라오고 있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설전'이 벌어졌다.
문제는 구형모델과 신모델의 디자인 사이의 '연결 고리'다. '아반떼', '소나타', '그랜저' 등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국내 대표 완성차이자 십여년 세월동안 꾸준한 개발을 거쳐 탄생한 '모델명'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 즉 신차가 발표될 때마다 '이름만 같을 뿐 디자인 정체성이 없다'라는 지적은 아직도 남아 있는 분위기다. 전세대 모델과 신차 사이에 공통분모가 전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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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아반데'는 지난 1995년 이후 지금까지 모델명을 유지해 오고 있다. 1세대 아반때, 아반떼XD, 아반떼HD, 아반떼MD(위쪽부터) |
국내 준중형 모델의 심볼로 꼽히는 '아반떼'의 경우 1995년 출시를 시작으로 '아반떼XD(2003)'→'아반떼HD(2007)'→'아반떼MD(2010)'까지 크게 십여년의 세월 동안 4세대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디자인을 한 데 놓고 살펴보면 과연 '아반떼'라는 이름만 이어왔을 뿐 디자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그 어떤 공통요소도 찾아 볼 수 없다. 중형모델인 '소나타', 대형세단 '그랜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디자인의 '좋고 나쁨'은 뒷전으로 하더라도 BMW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키드니 그릴'이나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7세대를 이어오면서 고유의 디자인 라인을 유지해온 폭스바겐의 '골프' 등 수입차 업체들에 비하면 디자인 정체성과 통일성이 떨어지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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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디자인의 상징인 '콩팥' 모양의 '키드니 그릴'을 적용한 BMW3시리즈 5세대(위쪽)와 6세대 앞 모습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구형모델과 신형 모델의 디자인만으로 '세대만 다른 같은 차'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패밀리 룩'의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으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기아자동차로 영입되면서부터다. 사실상 그 역사가 수입차 브랜드에 견주기에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것이 사실이다.
슈라이어 사장의 영입으로 기아차는 'K5', '스포티지R' 등 새로운 모델들에 '호랑이 코 그릴'이 적용하기 시작했고, 'K시리즈'를 자사의 상징 라인업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현대차에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디자인 철학을 제시하며 패밀리룩 디자인 개발에 나섰다. 날개모양의 '윙 쉐이프 그릴'과 육각형 모양을 띄고 있는 '헥사고날 그릴' 역시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직까지 현대차의 디자인을 놓고 '난해하다', '세련되다' 등 대중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십여년간 '중구난방'식의 디자인으로 '이름 붙이기'에 급급했던 과거보다 독자적인 디자인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글로벌 시장 선점 확대를 노리는 현대차에게도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의 디자인은 사람의 얼굴과 같다”며 “과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의) 유전적 요소는 배제한 채 ‘이름만 따오는 방식’으로 브랜드 명맥을 이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들이 앞다퉈 독자적인 디자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고무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BMW의 ‘키드니 그릴’ 등 대표적인 패밀리 룩 디자인은 수십여년의 세월을 거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확실하게 적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유의 패밀리 룩을 고집하는 것은 되레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특정, 모양에 집중하다보면 차량 전체와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하지만 유럽형과 중소형 모델의 차별성을 두고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성공하며 다양한 디자인 변화를 꾀하는 현대차의 시도는 신차를 개발하는 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