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다시보기] '사랑해서 남주나' 박근형, 이 시대 아버지의 슬픈 자화상
  • 이다원 기자
  • 입력: 2013.10.07 07:30 / 수정: 2013.10.07 07:30

박근형(맨 아래)이 6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이상엽과 다투며 아버지로서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MBC 사랑해서 남주나 방송 캡처
박근형(맨 아래)이 6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이상엽과 다투며 아버지로서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MBC '사랑해서 남주나' 방송 캡처

[ 이다원 기자] 배우 박근형이 이 시대 아버지의 슬픈 자화상을 그려내며 안방극장을 눈물로 적셨다. 가족에게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 하는 무뚝뚝한 성격 탓에 가까워질 수 없었던 아들은 자격지심에 점점 멀어져 갔고, 그를 바라보는 박근형의 눈에는 후회와 슬픔이 가득했다. 생계에 급급해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마저 고립된 아버지들의 씁쓸한 단면이었다.

6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에서는 정재민(이상엽 분)이 연인 송미주(홍수현 분)를 집안에 소개하려다가 엇갈린 뒤,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는 아버지 정현수(박근형 분)를 원망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날 취업준비생 정재민은 결혼할 사람을 데려오겠노라고 집안에 선전포고했지만, 송미주는 이별을 통보하며 그의 집에 나타나지 않았다. 동생 커플의 등장을 기대하며 음식을 준비한 큰 누나 정유진(유호정 분)은 마치 엄마처럼 안절부절못했고, 동생을 미워하는 작은 누나 정유라(한고은 분)는 "어떤 여자가 저런 애 뭐 볼 게 있다고 결혼하겠느냐. 다 쇼한 것"이라며 독설을 내뱉었다. 아들의 여자 친구를 기다렸던 정현수는 정재민이 혼자 집에 들어서자 괜히 화를 내며 "너 같은 녀석에게 올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연인에게 차이고 집에서까지 냉대를 받자 정재민은 그 길로 나가 송미주 집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송미주는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냉정하게 대했고, 주민의 신고로 정재민은 경비원들에게 끌려나가는 비참한 신세가 됐다.

박근형이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온 이상엽의 양말을 벗기며 아들의 실연을 가슴 아파하고 있다.
박근형이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온 이상엽의 양말을 벗기며 아들의 실연을 가슴 아파하고 있다.

정재민은 홀로 술을 마시며 슬픔을 삭혔지만,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마주하자 그 분노가 폭발했다. 그는 "나도 그 사실만 몰랐다면 누나들처럼 좋은 대학 나와서 사람처럼 살 수 있었다"며 "아버지는 날 한심하게만 생각하지 않느냐"고 정현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에 맞선 정현수는 노발대발하며 화냈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의 실연에 마음이 아파 어쩔 줄 몰라했다. 표현 한 번 제대로 못 한 채 가슴 속으로만 끙끙 앓는 이 시대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성애는 정현수가 술 취해 잠든 아들의 양말을 벗기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었다. 정현수는 아들의 현실처럼 더러워져 발을 꽉 붙잡고 있는 양말을 힘줘 벗기며 자식 사랑을 보였다. 그러나 잠든 아들은 이런 내리사랑을 알 리 없었다.

양말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주며 애잔한 눈빛으로 잠든 아들을 바라보는 박근형의 표정에서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지쳤던, 혹은 가족을 따뜻하게 대할 수 없었던 '아버지'들의 쓸쓸한 느낌이 묻어났다.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가슴이 찡했던 건 몇 마디의 대사가 아닌, 현실과 흡사했던 우리네 아버지를 브라운관에서 발견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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