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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천 CU 편의점, 평범한 여중생 ‘절도범’ 몰고 “왜 사과해?”
입력: 2013.10.05 10:18 / 수정: 2013.10.05 10:54

평범한 학생을 도둑으로 몬 인천의 한 CU 편의점 점주는 학부모에게 보낸 문자(왼쪽)에서 확실치 않은 자신의 행동에 사과했다. 오른쪽 사진은 편의점 앞에 붙어 있는 CCTV 화면 인쇄물./인천=이철영 기자
평범한 학생을 도둑으로 몬 인천의 한 CU 편의점 점주는 학부모에게 보낸 문자(왼쪽)에서 확실치 않은 자신의 행동에 사과했다. 오른쪽 사진은 편의점 앞에 붙어 있는 CCTV 화면 인쇄물./인천=이철영 기자

[인천=이철영 기자] 세상에 또 이렇게 억울한 일이 있을까? 멀쩡한 여중생들이 졸지에 좀 도둑으로 오해받는 일도 모자라 이 사실이 학교에까지 통보되고 편의점 유리창에 사진까지 나붙는 일이 인천의 한 CU 편의점에서 벌어졌다. 학생도 학부모도 모두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최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CU 편의점 가맹점에서 아주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편의점을 이용한 여중생들은 졸지에 좀 도둑으로 몰렸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춘기 소녀들은 충격을 받았다. "만나서 반갑다", "다시 보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CU의 한 편의점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져 더욱 피해자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손으로 물건을 가리키고 나오면 도둑?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23일 여중생 3명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날씨가 더워 음료수를 사기 위해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원하던 음료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갔지만 돈이 모자라 값싼 제품으로 고르려다 시간이 지체됐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웠던 여중생들은 ‘2+1’ 또는 ‘1+1’ 행사 제품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시간을 지체한 것이 좀 도둑으로 몰리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매대에서 수상쩍은 행동을 한다고 의심한 편의점 측이 나중에 CCTV를 확인하고 도둑으로 간주한 것이다. 좀도둑으로 몰린 여중생 A는 “지난달 25일 집으로 향하던 중 어떤 아줌마가 우릴 부르면서 따라 오라 했다. 바로 이틀 전 음료수를 사기 위해 찾았던 편의점 근처였다. 그래서 따라 가봤더니 나는 물론 친구들 사진이 편의점 입구 유리창에 붙어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피해 여중생 A는 “아줌마는 편의점에서 CCTV를 보여주면서 ‘너희들 여기서 뭐했어? 왜 이렇게 오래 있었어? 그리고 나오면서 음료수 같은 거 하나 집어서 가방에 넣었지? 나는 너네 같은 애들 많이 봤어. 어디서 발뺌하고 있어?’라고 다그쳤다”면서 좀도둑으로 내몰린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편의점 점주(본사는 ‘점장’, 명찰에는 ‘점주’. 이하 점주)는 피해 여중생을 좀도둑으로 단정한 것이 아니라 의심만 했다고 주장했다. 점주는 “절도 한 것처럼은 아니고 손이 물건 쪽으로 가는 게 (CCTV에)포착됐다. 그래서 학교 측에 (학생들의 신원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애들이 도둑질을 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상하게 이야기한 건 아니다. 정황상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도둑으로 단정짓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점주는 또 “지나가는 애들을 잡아다 한 것도 아니다. 그런 뜻으로 학교에 연락한 것도 아니다. 편의점 앞에 CCTV 장면을 출력해 붙이지도 않았다. 학생 얼굴이 나온 프린트물을 들고 학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이 몰려든 것뿐이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1일 편의점 유리창에는 CCTV에 찍힌 사람들의 얼굴 프린트물이 붙어 있었다. 편의점 측은 도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CCTV를 확인한 후 절도로 의심되는 장면을 프린트해서 유리창에 붙여놓고 있었다. 이 편의점에서는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만져서도, 그리고 손짓을 하거나 가방을 가지고 가서도 안 되는 셈이다. 도둑으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는 언제나 점원에게 물건을 달라고 주문을 해야만 안전하다.

CU는 만나서 반갑다, 다시보자의 의미를 뜻하는 것으로, 자주찾는 편의점과 친근한 편의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볼 때 다시보고 싶을지는 의문이다.
CU는 '만나서 반갑다, 다시보자'의 의미를 뜻하는 것으로, 자주찾는 편의점과 친근한 편의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볼 때 다시보고 싶을지는 의문이다.

◆'도둑의심'으로 학교에 통보. '불량 학생' 멍에

피해 학생이 더욱 상처를 입은 것은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져 '불량 학생'의 멍에를 쓰게 됐다는 점이다. 피해 학생은 당시 편의점 점주가 ‘아까 XX중 학생부장 선생님하고 또 다른 선생님 왔다 가셨어. 아마 내일 아니면 모레쯤 너네 부르실 거야. 그냥 먹고 싶어서 그랬다고 용서를 빌면 되지 왜 안했다고 거짓말해. 너희 웃기는 애들이구나. 참 어이가 없어서…’라고 윽박질렀다고 억울해했다. 당시 점주는 편의점에 있던 손님들에게까지 CCTV를 보여주며 약 30여 분간 학생들을 죄인 취급했다고 한다.

억울함을 참지 못한 피해 여중생은 학부모와 함께 다시 편의점을 찾았지만 점주는 태도와 말투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여학생들을 도둑으로 몰았다. 피해 여중생은 “엄마와 편의점을 다시 찾으니 태도는 물론 말투도 싹 바뀌었다”면서 “그렇지만 우리가 물건을 훔쳤다고 계속 주장했다. 그리곤 ‘나도 마음 같아선 봐주고 싶은데 본사에서 이런 것들을 다 확인하고,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 측은 경찰에 신고해 CCTV 영상을 판독해서 절도 여부를 가리자는 요구에 점주는 ‘본사’를 거론하며 회피했다. A 여학생은 “편의점 아줌마는 ‘CCTV 동영상을 편의점에서 USB에 넣지 못하고 본사에서 하는 거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며 “또 엄마가 사실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애들 사진을 편의점 입구에 붙여 놨냐고 물었는데, 아줌마는 안 붙였다고 거짓말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학부모에 사과 문자, 학생에게는 '안 돼!'

특히 점주는 ‘절도 정황은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 학생들에게 사과할 의사는 전혀 없다는 태도를 보여 더욱 피해 학생들의 상처를 키우고 있다. 점주는 학부모의 강한 문제 제기에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 ‘확실하지 않은 일로 심려 끼쳐 드린 점은 깊이 사죄드리겠습니다. (중략)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랬다고 깊은 마음으로 이해 해 주시면 안 되시겠는지요’라고 사과했다.그러나 점주는 학부모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 학생에 대한 사과라고 생각해서 절대 학생들에겐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점주는 “학생 사과? 학생한테 사과는 내가 잘못을 해야 사과를 하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 연락한 것은 맞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애들이 그랬으니 훈계조치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다른 친구들이 봤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사과할 마음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CU 편의점 본사는 취재진의 확인 요청에 또 다른 말을 했다. CU 편의점 본사인 BGF리테일 관계자는 “점주를 통해 확인한 내용은 학생들이 주장한 것과 좀 다르다. CCTV 장면을 출력해서 편의점 앞에 붙이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들이 훔쳐가는 장면이 있어 학교에 전화했고, 학생주임이 점포에 와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생을 알아봤다고 한다”며 “학교에 돌아간 학생주임이 학부모에게 연락했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는 우리 딸이 훔치지 않았다고 주장해 경찰서로 그냥 넘겨서 해결할 예정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본사 관계자는 처음 이야기한 것과 내용이 다르다고 말을 바꿨다. 다시 한 번 점주에 확인한 결과 정정할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사 관계자는 “학생주임이 자신의 학교 학생이 맞다고 한 건 맞지만, 학부모에게 연락한 것은 아니었다. 또 CCTV 장면을 출력해서 가지고 있다가 학생을 붙잡아 보여주며 ‘네가 아니냐?’과 말해 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며 “그 자리에서 학부모가 학생에게 절도 했는지를 물었지만, 학생은 상품을 가리켰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학부모가 점주에게 ‘훔치지 않았다는데 왜 CCTV 장면을 들이대며 의심을 하느냐? 경찰서에서 이야기하자’해서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고 하더라”고 정정했다.

점주가 얘기한 본사에서의 ‘편의점 CCTV 관리'에 대해서도 본사 측은 “가맹점은 독립된 사업장이다. 따라서 점주가 알아서 한다. 간혹 절도 등의 사례를 안내하며 조언하는 정도가 전부다. 본사가 무슨 중앙통제소도 아니고, 어떻게 가맹점 CCTV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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