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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준이 4일 오후 서울 가산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멋진 포즈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노시훈 기자 |
[ 이다원 기자] "리얼리?!"
유명 CF 속 이 대사 한마디를 떠올리면 중년 배우 한진희 말고 문득 생각나는 또 한 명의 신예 스타가 있다. 모델 못지않은 큰 키에 개성 있는 마스크,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콕 찍은 배우 박서준(24)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서 주얼리 업체 대표 박수완(한진희 분)의 철부지 막내아들 현태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 박서준은 단숨에 큰 인기를 얻으며 라이징스타로 떠올랐다.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한 '현태' 역을 두고 "저와 싱크로율은 50%"라고 말했지만, 밝고 쾌활한 행동에서 귀여운 '현태'가 그대로 묻어났다. 그러나 맞춤옷을 입은 듯 '현태'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데에는 무엇보다도 어릴 적 마음고생을 딛고 성숙해진 '경험'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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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준이 MBC '금나와라 뚝딱'에서 철부지 재벌 2세 '박현태'로 분해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MBC '금나와라 뚝딱' 방송 캡처 |
4일 오후 서울 가산동의 <더팩트> 사옥을 방문한 박서준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데뷔 3년 차에 이렇게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처음이라는 고백처럼, 살짝 경직된 행동에서 신인의 풋풋한 느낌이 풍겼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고민과 열정에 대해 진지한 눈빛만큼은 배우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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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준(아래)이 '금나와라 뚝딱'의 '박현태(위)'와 50% 정도 닮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밝히고 있다./MBC제공(위), 노시훈 기자 |
◆'금뚝딱' 박현태 vs 박서준, "싱크로율 50%"
극 중 박현태는 사고뭉치에 철없는 부잣집 막내 도련님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일 대신 노는 걸 더 좋아하고, 여자에 휘둘리는 '찌질남'의 정석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매력이 있다는 것이 캐릭터의 '한 방'이었다.
"사실 '현태'와 내연의 관계인 '미나(한보름 분)'가 투입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분명 '나쁜 놈'이 될 것 같더라고요. 드라마 캐릭터는 아무리 악역이라도 사랑스러운 면이 있어야 하는데, 미운털이 한 번 박히면 시청자들이 끝까지 미워하시니까요. 그래서 한진희 선생님께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가슴에 박히는 딱 한마디를 해주시더라고요. '다른 건 걱정할 필요 없다. 네가 귀여워 보이면 된다'라고요. 그때 생각이 정리되더라고요."
한진희의 조언이 도움됐던 것일까. 생생하게 그려낸 '현태' 역 덕분에 3년의 무명 시절을 딛고 인기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처음부터 뜰 것 같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금나와라 뚝딱' 방송 시간대가 원래 '죽은 시간대'라는 얘길 많이 들어서 시청률 면에서 기대하기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한 회 한 회가 지날수록 시청률이 점점 올라가더라고요. 그런데 아직은 관심을 받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신기해요. 뭔가 이제부터는 실수하지 말아야할 것 같고, 또 완벽해져야할 것 같아서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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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집안이 기울어 어려운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자신의 연기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한 박서준./노시훈 기자 |
대답 한마디도 진중하게 말했지만, 어쩐지 '현태'의 귀여운 이미지가 엿보였다. 실제 성격은 배역과 얼마나 비슷할까.
"50% 정도요? 하하. 가족을 대하는 '현태'의 태도가 저랑 비슷하더라고요. 저도 어릴 적 아버지 눈치를 자주 봤거든요. 매우 엄격하고 무서운 분이셔서요. 대신 엄마와는 얘기도 많이 하고 친구처럼 지내죠. 아버지가 무서워서 학교 끝나고도 일부러 늦게 들어간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매우 부드러워지셨지만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배역을 100% 소화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경험에 있었다니! 재밌는 사실은 '금나와라 뚝딱' 제작진이 '현태' 역으로 캐스팅할 때 "네겐 분명 가슴 아픈 과거사가 있었을 것"이라며 한눈에 알아봤다는 점이다.
"어릴 적 으리으리한 집에 살다가 IMF가 터지면서 가세가 기울었어요. 어린 나이라서 집이 좁아지는 걸 몰랐는데, 알고 보니 10평 남짓한 곳으로 이사를 간 거더라고요. 어머니, 아버지도 스트레스가 커서 많이 다투셨어요. 한번은 두 분이 저와 제 동생들 모르게 새벽에 다투셨는데 제가 그 얘길 다 들었던 거에요. 어린 제게 할 수 없는 집안 얘기도 다 알아버리고.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잘 자랄 수 있었던 정말 고마운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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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준(오른쪽)이 서울예대 재학 시절 예술가 지망생으로서 낭만을 느꼈다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
◆낭만을 사랑한 남자, 배우를 꿈꾸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 막연하게 연기를 향한 열정이 생겼다. 어린 나이였지만, 배우고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강해졌다. 결국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대학은 예술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에 가리라 마음먹었다.
"연기를 하고 싶은 제겐 대학을 가서 부모를 안심시키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입시 연기 위주로 준비했죠. 꼭 예술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연기하고 싶어 모인 사람들과 뭘 만들어가는 느낌은 어떨까 궁금했거든요."
고등학교 졸업 후 들어간 서울예대는 많은 깨달음을 안겨준 곳이었다. 처음 군대식으로 돌아가는 학부 분위기에 조금 적응되지 않았지만 이내 그런 문화가 이해됐다고 털어놨다.
"예술을 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분야지만 동기애도 정말 필요하거든요. 같이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밤새는 일도 허다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그런 문화가 필요한 것 같긴 해요. 그리고 새벽 5시쯤 끝나서 학교를 내려오면 우리 학교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연습을 시작하는데, 산속에서 해 뜨는 걸 보면서 음악을 듣는 게 정말 낭만적이거든요? 그곳에 소속됐다는 게 좋고, 하나의 일원이 될 수 있어서 뿌듯했죠. 이번에 학교에서 축제가 있었는데 못 가서 정말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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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땐 그는 20대 청년답지 않게 진지했다. 그러나 사랑과 이상형을 말할 땐 검은 눈동자가 반짝거려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노시훈 기자 |
어릴 적 꿈을 이룬 그에게 꼭 도전하고픈 배역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신중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제 현재밖에 볼 수 없어요. 또 맡고 싶은 배역은 나이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고요. 20대는 한번 밖에 없으니까, 제 나이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은 과거가 기록된다는 점 아니겠어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싶어요."
잘 생긴데다 진지하기까지 한 이 남자, 주위에서 인기가 많았을 법했다. 묘하게 '현태'의 바람둥이 이미지와도 겹쳐졌다.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나중에 '현태'가 지고지순하게 변하잖아요? 그런 면이 비슷하죠. 제가 여러 명을 짧게 만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편이에요. 대부분 1년 정도는 만났던 것 같네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최선을 다하는데, 헤어지게 되면 다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전 여자 친구와 친구로 지내는 건 솔직히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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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체형에 패션 감각이 살아있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박서준이 모델 못지않은 몸매를 뽐내고 있다./노시훈 기자 |
그렇다면 이상형은 어떻게 될까? '외모는 안 본다'는 전형적인 대답은 빼고 말하라며 짓궂은 조건도 내걸었다.
"하하. 외적인 것? 중요하죠. 전 마른 사람을 좋아해요. 글래머러스한 사람은 솔직히 부담스럽더라고요. 물론 나이 들면 달라질 수도 있지만. 또 자신을 사랑하고 꾸밀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패션에 관심도 있고, 감각도 좋으면 금상첨화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대화가 잘 통하고 어른들을 공경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연예계 계통이요? 그것도 생각해봤는데 서로 너무 잘 알면 더 안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주위에 비연예계 쪽 사람과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도 많고요."
미래에 매달리기보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그였지만, '10년 뒤 박서준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질문을 던지자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10년 뒤요? 결혼하고 싶어요! 제가 원래 '36살쯤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더 빨라질 수도 있지만, 그즈음에 가정도 꾸리고 신뢰 가는 배우로서도 자리 잡고 싶어요. 지금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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