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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50) 아모레퍼시픽 회장(원 안)이 계열사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가운데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더팩트DB |
[ 오세희 기자] '갑의 횡포'와 관련해 피해점주협의회와 가맹점주들이 시정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서경배(50)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계열사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사내이사로 선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이나 점주들 피해는 나 몰라라 한 채 경영승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 서경배 회장, 승계 포석?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는 지난 11일 서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고 22일 밝혔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10개 중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주력사 아모레퍼시픽 두 곳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었지만, 이번에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사내이사로 선임돼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성장세를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서 회장의 사내이사가 승계 작업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고가 전략을 사용하는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하락세인 가운데 성장률이 높은 계열사 사내이사를 맡은 것도 관심을 모은다.
특히 서 회장은 지분이 전무하던 맏딸 민정(23) 씨에게 지난해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지분을 전량 증여했다. 서 회장의 증여로 에뛰드 지분은 아모레퍼시픽 그룹이 80.48%, 나머지 19.52%는 민정 씨가 보유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지분도 그룹 81.82%, 민정 씨가 18.18%를 갖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인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는 그룹 내 캐시카우로 꼽힌다. 에뛰드 매출은 2011년 2148억원, 지난해 2805억원으로 매년 상승 중이며 이니스프리도 지난해 229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아모레퍼시픽을 견인했다. 지난 5년간 실적을 봤을 때 두 회사 모두 연평균 40% 가까운 성장률을 계속해 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정 씨가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지분을 지렛대 삼아 경영권을 승계받을 수 있도록 서 회장이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직접 챙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민정 씨가 지난 2006년 지주회사 우선주 지분도 26.5%(24만1271주) 가졌고, 농심홀딩스 지분도 0.3% 소유하며 지분 구조를 다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오너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비상장사 계열사를 이용하는 만큼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지분 변동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는 재무건전성도 좋아 계열사를 발판으로 승계 구도를 꾸리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 실적 부진, 점주 협회 농성은 나 몰라라
서 회장이 딸을 위한 경영 승계 디딤돌을 쌓는 동안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계속 하락세다.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는 1조6027억8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하락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348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7% 하락했고, 당기순이익도 1679억원으로 3.2% 떨어졌다.
고가 화장품의 성장 부진과 방문 판매 매출이 하락하면서 '황제주'로 불리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역시 떨어지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연결 기준 3·4분기 매출이 7749억원(전년 대비 5.7%) 늘겠지만, 영업이익은 2.9% 감소한 875억원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하반기도 실적 부진이 점쳐졌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의 피해대리점주협의회 농성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피해 대리점주협의회는 지난달부터 24일까지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5차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아모레퍼시픽이 불공정한 특약점 쪼개기와 물량 밀어내기 '갑의 횡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피해대리점주협의회는 "물량 밀어내기 등 불법 관행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사측의 약속을 존중하고 한 달간 기다려왔지만, 사측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제시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제안도 거절했다"며 "서 회장 역시 점주협의회와의 대화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그룹 회장님이기 때문에 그룹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경영에 간접적으로라도 관심을 가져왔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등기이사가 된 것은 좀 더 책임을 지고, 책임감 있는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가 강한 것이다. 경영권 승계와는 상관이 없다"며 "피해대리점주협의회와 관련해서는 아직 회사 내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