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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오락 프로그램임을 내세운 '노모쇼'가 성인채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리-진서-차유라-라리사-유나-지상렬./최진석 기자 |
[ 박영웅 기자] 국내 성인방송은 1990년대 후반 케이블TV의 보급확산에 힘입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에로 영화와 관련 산업은 성인 비디오 시대를 거치면서 사양산업으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케이블TV 활성화와 함께 하나의 장르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성인채널에 관한 심의체계나, 편견 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예전과 다른 장면과 스토리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방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HD방식으로 진화한 성인채널의 현주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집중 조명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발전한 성인채널 콘텐츠
국내 대표적 성인 채널은 스파이스TV, 비키TV, 미드나잇, 펜트하우스, 허니TV 등이다. 이 가운데 새로운 성인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거나 기획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곳은 스파이스TV와 미드나잇이다. 초창기 국내 성인채널들은 역사가 앞선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 콘텐츠를 수입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성인채널들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새로운 콘텐츠 기획에 투자를 시작해 현재는 매월 많게는 20여 편, 적게는 10편 내외 정도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성인채널인 스파이스TV는 국내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자체제작물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현재 월 20편 이상의 Full HD 콘텐츠 (영화, 드라마, 리얼리티, 패러디 등)를 제작, 편성하고 있다. 10여 년의 역사 동안 성인채널들은 양적으로나 질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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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에로물 촬영 과정은 힘겨운 작업의 연속이다. / 스파이스TV 제공 |
◆외설이냐 예술이냐, 아직도 답답한 심의 체계
성인채널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보는 콘텐츠가 에로물이다. 하지만 에로물은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심의에 대한 체계는 발전은커녕 십수 년째 답보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 심의 체계의 기준은 사회 통념상 벗어나는 행위나 행동이 영화 속에서 나와서는 안 되며 체모가 나와서도 안 된다. 이에 대해 스파이스TV 남철우 PD는 "일반 영화의 성적 수위를 보면 놀랄 때가 많다"며 "이미 영화는 성적수위를 크게 넘어서고 있는데 유독 에로물만 꽉 막힌 심의체계를 못 벗어 나고 있다"고 밝혔다.
에로물의 경우 합법적인 방송임에도 그런 것들이 터부시 되고 무조건 에로물이니까 라는 시각은 매우 섭섭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에로물들은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는 있으나 심의체계 때문에 십수 년째 같은 스타일과 내용만 반복되고 있다. 다만 스파이스 TV는 열악한 시스템 아래에서 '성인판 우결'과 '섹기어 코리아' 등 패러디물을 통해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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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방송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개그맨 지상렬(왼쪽). / 최진석 기자 |
◆성인채널 '야동' 아닌 성인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 성인 채널 대부분 콘텐츠는 에로물이 대부분으로 배우들의 성관계 장면을 담은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에로물이 가득 찬 성인채널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야동방송'이란 오명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에 최근 성인채널들은 참신한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성인 콘텐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 예로 비키TV의 '노모쇼'의 경우 성인오락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 중이다.
'노모쇼'의 최유록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단순히 옷을 벗고 야하게 가는 에로물이 아니라 성인을 위한 프리미엄 정보를 전해주는 말 그대로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 PD는 "성인 채널은 무조건 야한 것만 만들어 낸다는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하지만 성인채널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무조건 야하고 벗는 것만 표현하려고 하는 프로그램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성인을 위해 성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모쇼 진행자 지상렬도 "성관계를 맺는 게 좋다가 아니라 여자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같은 정보를 주기 위해 우리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런 것이 프리미엄 성인프로그램 아니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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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 성인 오락 프로그램을 지향하는'노모쇼' 출연진들./ 최진석 기자 |
◆성인채널 향후 과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분명히 성장한 성인채널이지만 현 체제의 심의 체계와 시스템에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성인채널 관계자들은 성인 채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갖고 있을까.
남철우 스파이스 TV PD는 "성인물은 반드시 야해야 한다며 프리미엄 콘텐츠를 더 늘려 조금 더 야하면서도 예술성을 갖춘 프로그램 개발을 해야만 앞으로 성인채널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성인콘텐츠만의 새로운 심의 기준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성인채널들은 "성적 소외자들을 위해 더욱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유록 '노모쇼' PD는 성인채널의 분류를 성인채널이 꼭 해야만 하는 과제로 제시했다. 최 PD는 "성인물을 찾는 분들은 에로물만 찾는 것이 아니라 노모쇼 같은 일반 성인오락물을 보고 싶어서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다"며 성인영화는 영화대로 성인오락물은 오락물대로 장르의 분배를 통해 더욱 전문성 있고 차별화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발전이냐 정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성인채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든 이들의 리그로 걸어 나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